brunch

인상주의의 여운 그리고 재즈, 브라드 멜다우의 리사이틀

by 데일리아트

클래식과 재즈, 즉흥과 정통 해석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예술적 교류를 보다
2025년 7월 10일 18시, 몽펠리에 오페라 코메디

라디오 프랑스 옥시타니 몽펠리에 페스티벌 (Festival Radio France Occitanie Montpellier, 이하 라디오 프랑스 페스티벌)이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했다. 1985년 프랑스 남동부 대도시 몽펠리에(Montpellier)에서 창설된 본 음악제는 매년 7월, 정상급 아티스트들과 앙상블의 공연을 제작하며 프랑스 최고의 여름 음악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예후디 메뉴힌(Yehudi Menuhin), 클라우디오 아바도(Claudio Abbado), 미셸 페트루치아니(Michel Petrucciani) 같은 전설적인 음악가들부터, 최근에는 유자 왕(Yuja Wang), 마리안 크르바사(Marianne Crebassa), 브래드 멜다우(Brad Mehldau)에 이르기까지, 클래식과 재즈 그리고, 전통 음악의 수많은 거장들이 라디오 페스티벌의 무대를 거쳐 갔다.

3731_10920_3258.jpg

Festival Radio France 공연 현장 ⓒ Marine Park


40주년을 맞은 올해, 라디오 프랑스 페스티벌은 몽펠리에와 인근 지역 곳곳에서 100여 회의 공연과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며, 800여 명의 아티스트를 초청했다. 젊은 세대와의 소통, 문화 예술의 미래를 향한 비전은 이 페스티벌이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핵심 가치다. 라디오 프랑스 산하의 주요 오케스트라들(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프랑스 국립 관현악단)을 비롯해 방송국과 지역 문화기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 여름 음악제는, 올해도 깊은 울림으로 지역 사회의 관객들을 음악으로 포용하고 감동시켰다.


3731_10925_5725.jpg

Festival Radio France 공연 현장 ⓒ Marine Park


7월 10일 몽펠리에 중심가에 위치한 오페라 코메디(Opéra Comédie)에서 열린 음악회는 클래식과 재즈, 즉흥과 정통 해석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브래드 멜다우(Brad Mehldau)의 피아노 리사이틀이었다. 그의 연주는, 페스티벌이 지향하는 예술적 비전을 온전히 담아내며, 시대를 초월한 공감과 예술적 교류의 가능성을 제시하여 이번 페스티벌에서 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3731_10921_3656.jpg

Festival Radio France 공연 현장 ⓒ Marine Park


조용한 혁명, 깊은 속삭임


7월 10일, 오페라 코메디에서 열린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의 무대는 정적에 가까운 고요한 울림으로 가득했다. 그는 이번 리사이틀을 통해 관객을 단순한 연주 현장이 아닌, 시간과 기억, 존재와 소멸이 교차하는 공간으로 이끌었다. 그는 이날 프로그램을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후기 피아노 작품들과 멜다우 본인이 직접 작곡한 네 편의 « Après Fauré(포레 이후) »로 구성했는데, 그의 작품들은 단순히 «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Gabriel Fauré)를 위한 헌정 »이라기보다는, 포레와 나누는 내밀한 대화를 떠올렸으며, 깊은 교감을 바탕으로 한 섬세한 창작의 결과로 다가왔다.


멜다우는 프로그램 노트에서 포레의 음악을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식지 않는 창조의 불꽃'이라 표현하며, 음악이 지닌 초월성과 영혼 간의 나직한 교감을 이야기한다. 그의 연주를 통해, 프랑스 작곡가 포레의 후기 야상곡들에 깃든 긴장과 침묵, 빛과 어둠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은, 단지 낭만주의 말기의 아름다운 소품에 머물지 않고 미래의 청자를 향해 작곡가가 던진 질문이자 제안으로 재창조되었다.


특히 야상곡 12번과 13번(Nocturnes Nos. 12 & 13)에서 멜다우는, 낯설고 신비로운 화성의 흐름 속에 담긴 포레의 억제 혹은 절제된 감정을 포착하며 « 자유 »의 꿈틀거림을 표현했다.



1. Nocturne No. 12 in E Minor, Op. 107


https://youtu.be/jXWIloJAqwU


그의 자작곡 연주는, 포레가 끝내 표현하지 못한 « 자유 »를 자신의 음악 세계로 끌어들여 재창조하는 과정으로 다가왔다. 멜다우가 선보인 네 곡의 « Après Fauré »이 바로 그것인데, 포레의 어법을 모방하지 않으면서도 그 핵심을 유지하고, 포레의 정서를 응시한 뒤 자신 내면에서 정제하고 승화시켜 신중히 다시 꺼내어 보여준 창작의 결실로 다가왔다.


첫 번째 프렐류드에서는 선율과 아르페지오가 하나로 얽혀 자연스럽게 흐르고, 두 번째 곡에서는 포레 특유의 화성 진행이 현대적인 시선으로 재구성되었다. 이들 작품의 행간에는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가 꾸준히 탐구해 온 재즈의 언어가 은밀하게 꿈틀거렸다. 포레의 음악에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감성을 가미하는 등, 멜다우는 자신 본연의 재즈적 표현을 서슴지 않고 무대 위에 펼쳐냈다.


2. Prelude

https://youtu.be/34GPAx1hN5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포레의 « 피아노 4중주 Op.45 » 중 아다지오(Adagio) 악장을 피아노 솔로로 편곡한 연주였다. 포레의 음악이 지닌 맑고 투명한 멜랑콜리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대목이었으며, 멜다우는 이를 통해 마치 속삭이는 듯한 꿈의 세계를 객석에 전달했다. 관객들은 숨을 죽이고 그 꿈을 따라갔으며, 그의 연주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청중을 부드럽게 감싸안았다.


2. Nocturne No. 7 in C - Sharp Minor, Op. 74


https://youtu.be/xlzl6dmhIS8


음악 칼럼니스트 박마린

불어불문학 전공 후 도불, 프랑스에서 20년간의 대기업 업무 경력을 쌓은 후 파리10대학에서 예술경영, 공연기획/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전문가 과정을 이수하였다. 프랑스 공연예술평론가협회 멤버이며, 하우스 콘서트 기획과 더불어 클래식 아티스트/공연 기획 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클래식 전문 디지털 매거진 『클래식 아쟝다』 및 월간 『음악저널』, 『객석』 등 클래식 음악 전문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https://classicagenda.fr/author/marinecantabile


인상주의의 여운 그리고 재즈, 브라드 멜다우의 리사이틀 '포레 이후' 리뷰 < 칼럼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상과 예술에서 뒤쳐진 B급들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