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은 눈부셨고
아메데오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는 35세의 짧은 생을 산 화가다. 초상화와 자화상을 화제로 삼았던 그는 외모도 눈에 띄게 매력적이었다. 젊은 시절 사진 속 모습은 영화배우 뺨치는 고급스러운 기품을 자아낸다. 어머니의 헌신으로 어릴 적 병약했던 몸도 건강을 되찾았다. 그의 아름다운 외모는 주변 여성들이 스스로 모델이 자처할 정도였다. 그의 연인들 대부분도 멋진 외모와 매력, 지성까지 겸비했다. 신은 왜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몰아주는가? 한 수 더 떠, 모딜리아니는 지적인 능력도 뛰어났다. 끝이 아니다. 아내 잔 에뷔테른(Jeanne Hébuterne, 1898–1920) 또한 젊고 아름다웠으며 재능 넘치는 미술학도였다.
모달리아니는 주로 초상화를 많이 그렸는데, 인물들은 길고 우아하게 늘어진 얼굴을 하고 있다. 인물들은 공허하지만, 깊은 눈동자를 지녔다. 이는 단순한 이상화가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고독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에 비견하는 사람을 성경에서 찾는다면 사울 왕이다. 구약 성서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초대 왕 사울 역시 외모가 출중했다. 사무엘상 9장 2절은 그가 백성 중에서 가장 준수하다고 전한다.
고대 사회에서 왕의 외모는 신성과 위엄을 상징했다. 에른스트 요셉손의 1878년 작품 〈사울 왕〉은 고통 속에서도 사울의 기품을 놓치지 않는다. 모딜리아니와 사울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군중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였다. 뛰어난 외모는 그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타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자산이었다. 현대 사회에서도 외모는 긍정적 피드백과 자기효능감, 대인관계에서의 이점을 가져다주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출처: '모딜리아니와 에뷔테른: 열정 천재를 그리다', 컬처북스, 2007
에른스트 요셉손, 사울, 1878, 스웨덴 스톡홀름 국립미술관 소장.
재능은 빛났으나
모딜리아니의 작품은 오늘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런던 테이트 모던· 파리 오르세 미술관 등 세계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2015년 그의 작품 〈누워있는 나부〉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1억 7천만 달러(한화 약 1972억 원)에 낙찰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생전 그는 가난과 질병,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다. 마지막에는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 생계를 위해 거리에서 그림을 팔기도 했지만, 작품이 팔릴 때조차 그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딜리아니의 그림은 이집트와 아프리카 전통 조각에서 영감을 받은 색감과 형태미가 특징이다. 특히 길고 늘어진 얼굴은 그의 대표적 양식이다. 미술사학자 김선현 교수는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에서 모딜리아니가 유일하게 아내 잔 에뷔테른(Jeanne Hébuterne)의 눈을 그린 이유에 대해 “영혼을 알아야 눈동자를 그릴 수 있다. 이는 곧 모딜리아니가 잔의 영혼까지 사랑하게 되었다는 의미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사울이 집권했을 때, 군사적 재능을 발휘했다. 암몬 사람 나하스가 길르앗 야베스를 침공했을 때, 소를 잡아 지파에 보내는 상징적 행위로 전국의 전사들을 결집시켜 전략적 기지로 적을 물리쳤다. 이 전쟁에서의 승리는 그가 단순한 초대 왕이 아니라 실제로 지도자로서 탁월한 통솔력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그는 스스로 작은 지파(베냐민)와 미약한 가문 출신임을 인정했다. 왕으로 선택받았을 때도 부끄러워 숨어 있었을 정도로 겸손했다(사무엘상 10장 21–22절). 또 하나님의 영이 임하자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변화하고, 예언하는 영적 체험도 얻었다(사무엘상 10장 6–7절). 사울은 단지 군사적 재능에만 그치지 않고, 겸손함과 영적 감수성을 겸비한 인물이었다.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벌거벗은 어깨의 잔 에뷔테른, 1919, 개인 소장.
렘브란트 반 레인, 사울과 다윗, 1651–1654년경, 모리 츠하위스 미술관 소장
끝은 무너졌도다
모딜리아니는 재능 있는 아내를 두고 아이들과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현실, 이로 인한 건강의 악화는 그를 절망으로 몰아넣었다. 아내 잔은 그런 남편의 모습을 그렸다. 병상의 남편을 그린 자신의 작품 〈병상의 모딜리아니〉에서 그의 고통을 담아냈고, 자기 모습을 그린 〈죽음〉, 〈자살〉등의 작품에서는 삶의 끝자락에 선 인간의 불안과 비극을 표현했다. 1920년 1월 모딜리아니는 35세의 젊은 나이에 결핵성 뇌막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다음 날 임신 중이던 아내 잔이 투신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모든 것이 끝났다.
사울도 모딜리아니와 비슷한 몰락의 길을 걸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의 뜻보다 자신의 판단을 우선하게 되었다. 불순종과 자만은 그의 리더십을 서서히 무너뜨렸다. 사무엘상 15장에서 사울은 아말렉과의 전쟁 후, 전리품을 모두 불태우라는 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이를 가까이에서 본 신의 선지자 사무엘은 “순종이 제사보다 낫다”고 질책했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이스라엘의 신은 사울을 버렸다. 그는 영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상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의 불안은 블레셋과의 전쟁에서 절정에 달했다. 사울은 전쟁터에서 자기 아들들, 요나단을 포함한 세 왕자를 잃었다. 비 오듯 날라오는 적의 화살에 중상을 입은 뒤 자결로 생을 마감한다. 사무엘상 31장은 그가 부하에게 자신을 죽여달라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스스로 칼 위에 몸을 던졌다고 기록한다. 사울의 죽음은 이스라엘 첫 왕정 시대의 비극적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다.
가끔 길을 가다 길가의 쇼윈도우에 비치는 나를 보며, 자신에게 반문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모딜리아니와 사울의 생애는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는 저마다 크든 작든 신에게 부여받은 고유한 재능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활용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삶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재능을 어떻게 지켜내고, 순간순간 어떤 선택을 하며 어떤 태도로 살아가는 것은 분명 개인의 몫이다. 삶의 태도에 따라 삶의 끝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쓰여진다.
모딜리아니와 사울, 그들은 자신의 시간 안에서 찬란히 빛났지만, 끝내 ‘비극’이라는 이름의 문 앞에 다다랐다. 그들의 생을 되돌아보며, 오늘의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잔 에뷔테른, 자살, 1920년, 종이에 수채, 개인 소장
과르치노, 다윗을 공격하는 사울, 1646년, 캔버스에 유채, 이탈리아 로마 국립고대미술관 소장
[예술로 본 성서 이야기 ②] 아름다움은 눈부셨고, 재능은 빛났으나, 끝은 무너졌도다 < 칼럼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