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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5. 2024

과거의 영월에서 미래의 영월로

[최영식의 뮤지엄 순례] 미술관 ‘젊은달 와이파크’의 역할 ①

작은 마을 큰 예술, 영월과 나오시마 섬의 특별한 이야기


강원도 영월은 광산 지역, 청룡포 단종 유배지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6월의 맑은 여름 날에 찾아간 영월은 그러한 선입견을 깬다. 영월은 더 이상 폐광 지역도 단종 유배지도 아닌 ‘박물관의 고향’으로 변모해 있었다.


영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영월의 도로 옆으로는 박물관, 미술관을 안내하는 도로 표지가 계속 이어졌다.

영월 도로 옆에 있는 박물관, 미술관 안내 표지판

1999년 국내 최초의 책 박물관이 개관한 이후, 영월에는 수십 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생겨났다. 현재 영월에는 조선민화박물관, 동강사진박물관, 곤충박물관, 국제현대미술관 등 20여 곳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문화 공간들은 강원도라는 천혜의 환경을 배경으로, 전국 어느 곳보다 뛰어난 ‘문화 여행’을 제공한다.


영월박물관 포털 http://www.ywmuseum.com/portal/index.do

동강사진박물관



영월라디오스타박물관

이 중에서도 주목받는 곳은 ‘젊은달와이파크’(이하 ‘젊은달’)다. 기자가 ‘젊은달’을 찾은 이유는 미술 작품을 감상하기 위함만이 아니었다. 미술관이 영월이라는 지역을 어떻게 젊은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는지, 영월의 아름다운 자연과 인공의 미술관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를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그 체험은 ‘미술관으로 가는 길’ 위에서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차량 내비게이션이 ‘젊은달’이 가까워졌음을 알렸지만 미술관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미술관 입구 삼거리 교차로에서도 미술관은 보이지 않았고, 그저 붉은 대나무숲이 건물 뒤편 푸른 나무 사이로 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자연과 인공의 경계가 사라진 ‘젊은달’이 있었다.

젊은달와이파크 교차로에서 바라본 "붉은 대나무"

 미술관 밖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던 자연과 인공의 조화는 미술관의 철학을 잘 반영하고 있다. ‘젊은달’은 자연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존하는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자연 속에서 예술을 체험하고, 예술을 통해 자연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차에서 내려 미술관으로 향하니 교차로에서 봤던 <붉은 대나무>를 만나게 된다.

미술관 정문의 "붉은 대나무"


미술관 정문의 "붉은 대나무"


최옥영 작가의 작품 <붉은 대나무(Red Bamboo)>는 강관(금속)을을 사용한 설치미술 작품이다. 붉은 대나무가 주는 강렬한 인상은 색에 있다. 붉은색은 열정과 생명력,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상징하며, 보는 이의 가슴 속에 강렬한 흔적을 새겨 넣는다. 영월의 자연 색인 녹색과 가장 대비되는 붉은색을 사용해, 관람객에게 ‘젊은달’의 넘치는 에너지와 우주를 느끼게 해 주는 첫 선물이다.


<붉은 대나무>는 밤이면 조명으로 둘러싸인다. 낮에는 햇살 아래에서 선명하게 빛나던 붉은색이, 밤이 되자 조명을 받으며 더욱 강렬한 붉은 빛으로 변모한다. 마치 태양이 물러간 자리에 스스로 빛을 내는 듯 불꽃처럼 타오른다. 낮의 붉은색이 단순한 생명력을 상징했다면, 밤의 붉은색은 열정과 신비로움을 더해 잊을 수 없는 인상을 새기는 랜드마크가 된다.

야간 조명이 비추는 "붉은 대나무"


  <붉은 대나무>를 지나 미술관으로 들어가면 푸른 잔디와 만나게 된다.

미술관의 굴곡진 잔디와 영월의 푸른 산


미술관 건물을 둘러싼 푸른 잔디는 평평한 잔디가 아니라 자연의 굴곡을 그대로 담아낸 잔디밭이다. 언덕과 계곡이 어우러져 대지의 곡선을 따라 펼쳐진다. 미술관 앞 뜰에서부터 자연과의 조화가 그대로 반영되어 영월의 푸른 자연이 말해주는 속삭임이 느껴진다.


자, 이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자.


미술관의 김대헌 팀장으로부터 ‘젊은달’의 시작에 대해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젊은달’은 술이 샘솟는다는 이 곳의 지명 ‘주천(酒川, 술샘 : ‘젊은달와이파크’의 주소는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송학주천로 1467-9)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술박물관 ‘술샘박물관’에서 출발했다. ‘술샘박물관’은 2017년 개관했으나 계속 운영되지 못하고 방치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콘텐츠의 부족이었는데 지명인 ‘주천’ 이외에는 특별히 관람객이 방문할 유인 요소가 부족했다. 같은 모양의 주막 건물 다섯 동이 있었지만 가족 방문이라는 특성상 음주를 할 수도 없었고 접근성도 떨어졌다. 콘텐츠 부족으로 외면 받은 ‘술샘박물관’은 2019년 6월 최옥영 공간미술가의 기획으로 ‘젊은달와이파크’라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하늘에서 바라본 '젊은달와이파크'와 영월의 자연



건물 내부 리모델링 흔적


기존 건물의 내벽과 천정을 모두 뜯어내고 붉은 파밀리온, 목성, 붉은 대나무, 바람의 길 등 미술관의 공간을 연결하고 새롭게 공간을 만들어 ‘젊은달’로 변모한 것이다. 연결되지 못한 채 떨어져 있던 다섯 건물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으면서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처럼 하얀 건물을 둘러싼 빨간색의 커다란 작품이 만들어졌다.

취재에 도움을 준 김대헌 팀장


 / 2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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