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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5. 2024

미국 LA카운티미술관

[고영애의 건축기행]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LACMA

"빨간색 철골빔과 우윳빛 대리석이 조화를 이룬 렌조 피아노의 증축관"
-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증축
- 주소: 5905 Wilshire Boulevard Los Angeles, CA 90036, USA
- 홈페이지: www.lacma.org  


사진작가 고영애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60곳을 프레임에 담아 소개한다. 뉴욕현대미술관부터 게티센터, 바이에러미술관, 인젤홈브로이히미술관 등 현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12개국 27개 도시에서 찾은 미술관들을 생생한 사진과 맛깔스런 건축 이야기로 안내한다.

라크마 후문에서 바라본 미술관의 전경과 긴 콘크리트 통로 (사진 고영애)

윌셔 대로(Wilshire Boulevard)의 핸콕 파크에 위치한 LA 카운티 미술관은 미국 서부 최대 규모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미술관으로, LA 시민들은 줄여서 ‘라크마(LACMA)’ 라 부른다. 1910년 엑스포 공원(Exposition Park)에 세워졌던 과학·역사·미술 박물관으로부터 비롯된 이 미술관은 고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전 세계의 미술 작품 11만 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다. 해마다 20회 이상의 특별전을 기획할 뿐만 아니라 강연과 심포지엄, 워크숍, 퍼포먼스, 영화 상연 및 음악회를 열어 문화 축제의 장으로도 사랑받는 LA의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1986년에는 로버트 O. 앤더슨(Robert O. Anderson) 빌딩이 증축되었고, 1988년에는 일본미술관과 제럴드 캔터 조각공원(Gerald Cantor Sculpture Garden)이 조성되었고, 1998년에는 LA카운티 미술관의 서관이 세워졌다. 이후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워크숍을 통한 미술관 확장 프로젝트를 시작해, 2008년에는 브로드 현대미술관(Broad Contemporary Art Museum, BCAM)이, 2010년에는 레즈닉 파빌리온(Resnick Pavilion)이 차례로 오픈하였다. 


마이클 하이저의 '공중에 떠 있는 돌' (사진 고영애)

LACMA 후문으로 들어가니 외부 도로로 연결된 낮은 콘크리트 벽으로 세워진 긴 통로가 맞아주었다. 이 통로는 후문에서 미술관으로 들어오는 진입로 역할을 하는 야외 복도인 셈이다. 통로를 따라 중간 정도 걸어가면 커다란 바위덩어리가 하늘 위에 떠 있다. 그 바위는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 벽 양쪽 끝에 살짝 걸쳐 있다는 표현이 오히려 적절할 듯하다. 이 조형물은 대지예술가 마이클 하이저(Michael Heizer)의 조각 작품 <공중에 떠 있는 돌(Levitated Mass)>이다. 이 작품을 처음 마주했을 때는 무엇을 표현했는지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지만, 잠시 후 그 바위 밑을 통과함과 동시에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작가의 의도를 읽게 된다.


짧은 터널과도 같은 거대한 바위 아래를 통과하면서 바위 틈 사이로 바라보는 LA의 드넓고 푸른 하늘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거대한 바위덩어리는 광활한 하늘의 대자연 앞에 한낱 돌멩이에 지나지 않았지만, 340톤의 커다란 바위가 공중에 매달려 있는 모습은 마치 하늘이 조각대인 양 놓인 조각으로의 변신이다. 그 웅장한 바위덩어리는 LA의 하늘을 온통 대지예술의 장으로 바꿔놓았다. 매달린 바위덩어리는 감상자와 소통하며 저마다 그 바위 아래서 공중에 떠 있는 돌 형상을 흉내 내며 다양한 포즈로 작품에 빠져들었다.


레즈닉 파빌리온의 전경 (사진 고영애)


레즈닉 파빌리온으로 가는 회랑 (사진 고영애)

LA 카운티 미술관 안에는 BCAM 건너편에 렌조 피아노가 설계한 레즈닉 파빌리온이 2010년에 들어섰다. 레즈닉 파빌리온은 세계적 자선사업가인 린다와 스튜워트 레즈닉(Lynda and Stewart Resnick) 부부의 기부로 지어진 전시관이다. 4500만 달러와 1000만 달러 가치의 소장품을 기증하면서 새롭게 지은 단층의 멋스러운 파빌리온이다. 최대 7개의 대규모 기획전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자랑하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BCAM과 레즈닉 파빌리온으로 가는 회랑은 시원스럽게 뚫려 있었다. 렌조 피아노 특유의 빨간색 철골빔으로 된 멋진 회랑이었다. 빨간색 철골빔은 투명한 유리, 우윳빛 대리석과 함께 멋진 조화를 이루었다. 레즈닉 파빌리온 상단의 뾰족뾰족한 형태의 우윳빛 대리석의 긴 구조물은 유난히 청명하고 파란 LA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였다. 


LA 카운티 미술관에 새롭게 확장된 BCAM (사진 고영애)


BCAM 2층 전시장 입구 (사진 고영애)

BCAM(The Broad Contemporary Art Museum)은 미국 억만장자 엘리(Eli)와 에디스 브로드(Edythe Broad)의 컬렉션을 기부하면서 지어진 미술관이다. 건물은 두 개의 대칭적 형태를 하고 있으며, 유리와 아이보리색의 대리석 외장으로 마감되어 있다. 마치 톱날 같은 지붕은 차양 형태를 하고 있었다. 에먼슨 빌딩과 서쪽 윙을 연결시켜주는 빨간색 철골빔의 긴 회랑은 기분을 고조시켰다. 뚫린 회랑을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전시장이 드디어 보인다. 


리처드 세라의 대형 조각 '밴드' (사진 고영애)


3층 전시장의 전경 (사진 고영애)

전시장 입구에 리처드 세라의 작품 <밴드(Band)>가 설치되어 있었다. 밴드의 의미대로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듯 세라의 대형 작품은 마치 내부 공간을 뚫고 나갈 것만 같았다. 실내로 유입된 자연광 효과에 의해 철이 지닌 고유한 색상은 더욱 확장되어 폭발적이었다.


토요일 오후 LACMA의 식당은 인파로 그득하였다. 오피스박스 한편에 온통 유리로 디자인된 레스토랑 레이스(Ray’s)가 있다. 입구에는 중정 개념의 커다란 오픈된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중정 군데군데 자유롭게 널브러진 의자들은 관람객에겐 반가운 쉼터다. 식당 역시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손길이 곳곳에 닿아 있었 다. 렌조 피아노가 퐁피두 미술관에서도 즐겨 사용하였던 트레이드 컬러인 빨강은 이곳 식당 디자인에도 어김없이 사용되었다.


해머 빌딩의 전경 (사진 고영애)


LA 카운티 미술관의 정면과 그 앞에 설치된 작품 '어반 라이트' (사진 고영애)

빨간색 의자들과 메탈 재료의 은빛 주방은 환상의 조화를 이루었다. 레스토랑 레이스는 농장에서 직배송한 제철의 즉석요리로 유명하여 식사만을 위해서도 일부러 찾는 LA의 명소다. 그날도 방문객들은 뜨거운 햇살도 마다하지 않고 열띤 담소로 자유로운 분위기에 고취되었다. 셰프가 추천한 지중해식 스타일의 해물 파스타와, 셰프가 직접 가꾼 허브를 얹은 신선한 샐러드는 신선하고 입맛을 돋우었다. 빨간색 에스프레소잔에 담긴 스모그향의 커피는 나른한 오후를 달래주었다.


레즈닉 파빌리온의 곳곳에서 드러난 레드 컬러는 렌조 피아노가 LA에 선물한 특별한 컬러이기도 하다. 뉴욕의 컬러가 회색빛이라면 빨강, 파랑, 초록의 3원색은 LA의 컬러였다. 렌조 피아노는 LA의 색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읽었고 잘 표현한 건축가였다. 레스토랑 레이스에서 지중해식 파스타와 역동적인 레드 컬러로 LA의 기쁨을 만끽하였다. 


“레드는 LA에서만 누릴 수 있는 아름다운 환경적 특권과 기쁨을 잘 표현해주는 컬러다. 파란 하늘은 초록 나무와 함께 레드와 어우러졌을 때 역동적인 생명감을 준다. 파랑과 초록과 레드는 최상의 매치를 이루는 컬러로, 완벽한 로스앤젤레스의 기쁨이다.” 


- 렌조 피아노의 인터뷰 중에서 


전시장 몇 곳을 감상한 후 후문 반대편에 있는 미술관 정문으로 나왔다. 그 앞에는 설치 작품 <어반 라이트>가 놓여 있었다. 조각가 크리스 버든(Chris Burden)이 LA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모은 202개의 오래된 가로등을 2008년에 설치한 것이다. <어반 라이트> 앞에는 다양한 포즈의 관광객들이 사진 찍기에 분주하였다. 빈티지에 의미를 부여한 시간의 흐름을 간직한 작품이다. 그 의미를 알고 나니 그 작품에 서서히 매료되었다. 때마침 화보 촬영으로 섹시한 포즈를 취한 한 여성 모델이 <어반 라이트> 앞에서 작품 사이사이로 바삐 움직였다. 그 모델을 담은 <어반 라이트>가 사진작가의 시선을 통해 탄생될 색다른 <어반 라이트>를 상상하며 발길을 재촉했다.



고 영 애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관을 촬영하고 글을 써온 고영애 작가는 서울여대 국문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사진디자인과를 졸업했다. 한국미술관, 토탈미술관 등에서 초대 전시회를 열었고 호주 아트페어, 홍콩 아트페어, 한국화랑 아트페어 등에 초대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글과 사진을 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잡지에 건축 여행기를 썼다. 

이 연재물은 그의 책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헤이북스) 중에서 <데일리아트> 창간을 기념하여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을 골라서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그가 15년 넘도록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현대미술관들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기록한 ‘현대미술관 건축 여행기’다.


고영애 글/사진,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 헤이북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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