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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5. 2024

미술관 ‘젊은달 와이파크’의 역할 ②

[최영식의 뮤지엄 순례] 과거의 영월에서 미래의 영월로

작은 마을, 큰 예술: 영월과 나오시마의 문화 관광 성공기


미술관 안에서 만나는 첫 번째 작품은 최옥영 작가의 <목성(木星)>이다. 강원도에 지천으로 널린 소나무 장작을 엮어서 만든 거대한 돔 형태의 작품이다.

"목성"

미술관 바깥에서도 보이는 이 작품은 자연의 원시적인 힘을 상징하는 거대한 목조 구조물로, 사람을 압도하며 동시에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거대한 나무 껍질 같은 구조물은 강인한 생명력을 품고 고요한 힘을 내뿜는다. 그러나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위압감은 사라지고 부드럽고 포근한 감각이 감싼다. 마치 태초의 어머니 품 속으로 되돌아가는 듯 긴장과 두려움은 사라지고 편안함과 안락함이 가득 찬다.

"목성" 내부

 <목성> 내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은 세계이다. 바깥 세상의 소음과 혼란은 잊혀지고, 고요한 평화만이 남는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태어난 그 순간으로 돌아가 어머니의 심장 소리를 듣는 듯한 평안을 느낄 수 있다. 어머니의 자궁은 동시에 창조를 품고 있다.


<목성>은 이렇게 상반된 경험을 통해 자연의 힘과 생명의 신비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외부의 위압감과 내부의 포근함이 공존하면서 삶과 자연, 생명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킨다.

김대헌 팀장이 추천한 포토존은 목성 꼭대기에 뚫린 구멍을 통해 쏟아진 빛이 바닥을 비추는 곳이었다. 마치 태양의 빛을 받아들여 별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주는 장소였다.


기존 박물관의 다섯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각각 젊은달미술관 1, 2, 3, 4, 5 전시실로 탈바꿈했다. 전시실은 건축적 아름다움과 함께 독창적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히 각 전시실은 초대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최옥영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다양한 예술적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각 전시실에는 그레이스 박의 <사임당이 걷던 길>, 최옥영의 <우주 정원>, <Dragon 龍>, 최정윤의 <실과 소금의 이야기>, 키네틱 아트 <춤추는 피노키오>, 이선주의 <최후의 만찬>, <맥주 뮤지엄>이 전시 중이다. 전시된 작품들은 각 작가들의 창의성과 개성이 담긴 것으로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레이스 박, "사임당이 걷던 길"
최옥영, "우주 정원"
최정윤, "실과 소금의 이야기"

가장 인상 깊었던 공간은 <붉은파빌리온>과 <바람의 길>이었다. 이 두 장소는 ‘젊은달’의 다섯 전시실을 연결하는 통로로 강렬한 붉은 색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공간 디자이너 최옥영 작가의 기획이 빛나는 곳이다. 대자연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담아낸 장소 특정적이고 거대한 스케일의 설치 작품들이다.

"붉은 파빌리온"


"붉은 파빌리온"

최옥영 작가의 설치 미술은 단순히 작품 자체가 완결된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남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이 만남은 작품과 관객이 교감하는 순간일 수도 있고, 작품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상황일 수도 있다. 따라서 그의 설치작품이 놓인 공간은 추상적이거나 가상적인 예술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현실의 공간과 시간이다.


최 작가는 '젊은달'의 설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강원도 영월이라는 실제 공간에서 현재의 시간을 온전히 느끼기를 바란다. 기존 미술의 권위적 태도를 벗어나 공공의 영역과 삶의 영역으로 관람객들을 초대하는 것이다. 초대의 중심에는 젊은 영월을 만들려는 '젊은달' 프로젝트가 있다. 영월은 원래 '편안하게 넘어가는(寧) 고개(越)'라는 의미인데, 최 작가는 이를 '젊은(영) young 달(월) moon'로 재해석해 지금의 공간에 맞게 만들어냈다.


특히 <붉은 파빌리온>은 <붉은 대나무>와 같은 금속 파이프로 만들어진 구조물이다. 파빌리온의 붉은 색은 가장 강렬한 원초적 색이다. 붉은 색은 생명력과 열정을 상징하며, ‘젊은달’의 아이덴티티를 강렬하게 표현한다.

"거울 도마뱀"



"거울 도마뱀"

<붉은파빌리온>에서 관람객들은 최옥영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 <거울 도마뱀>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붉은 강관이 거울에 반사되어 마치 도마뱀의 무늬처럼 일렁이는 붉은 물결을 만들어낸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면 거울에 비치는 물체는 일렁이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선사한다.


<거울도마뱀>은 단순한 반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세계적 관계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작품과 맥을 같이 한다. 엘리아슨이 카타르에 설치한 <원형 거울>은 거울에 비친 모습을 통해 스스로를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품이다.

올파퍼 엘리아슨 "원형 거울", 카타르뮤지엄

엘리아슨의 <원형 거울>이 인간의 내면을 성찰하게 하는 것처럼 <거울 도마뱀>도 거울에 일그러져 비추는 모습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거울 도마뱀>의 일렁이는 붉은 물결 속에서자신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람의 길"

<붉은 파빌리온>과 연결된 <바람의 길>은 자연과 인공의 공간이 어떻게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 공간은 자연과 인공 구조물이 조화를 이룬 평화로운 산책로를 제공한다. 레드 카펫이 깔려 있는 것처럼 강렬한 레드의 길이 연결되는 <바람의 길>은 강관(파이트)사이로 영월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의 녹색과 인공의 강렬한 붉은색이 서로 대비되면서 영월의 자연을 더욱 생동감 있게 느끼게 한다.

"바람의 길" 풍경

<바람의 길> 좌측 전시실의 실루엣은 뒤편의 산 능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다. 인공과 자연의 두 요소가 하나로 융합되는 순간이다.


이번에는 ‘젊은달’의 작품을 감상했다. 다음 기사에서는 ‘젊은달’이 지역 사회와 협력하는 방식, 그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일본 나오시마와의 유사성에 대해 알아보겠다. ‘젊은달’이 지역과 협력하여 만들어 가는 미래,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예술적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 3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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