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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5. 2024

④ 안정에 관하여 - 호아킨 소로야

[미술로 생의 철학 질문하기]

호아킨 소로야 (Joaquín Sorolla) 스페인 인상주의 화가. 가족을 향한 사랑이 극진했으며, 역사적으로 기념비적인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미술 활동 초기에는 사실주의를 활용한 작품을 그렸으나, 모던 회화를 접한 후 인상주의 미술에 깊은 관심을 표했다. 
[미술로 생의 철학 질문하기] 시리즈는 당대를 비롯하여 현재까지 미술계에 영향을 끼치며 회자되는 예술가를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각 편마다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통해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고통, 행복, 불완전성 등 삶의 본질에 가까운 개념을 예술에 엮어 질문한다.
Joaquín Sorolla, Capturing the moment, 1906

호아킨 소로야  Joaquín Sorolla



1863년 호아킨 소로야가 태어났다. 그는 한 명의 여동생을 둔 장남이었다. 2년이 지난 1865년, 부모님은 모두 콜레라에 걸려 사망하였고, 순식간에 부모를 잃고 이모부의 손에서 자라게 된다. 


그는 어린 나이부터 미술을 배웠다. 정확하게는 9살 때부터 미술 교육을 받고, 18살에는 마드리드 프라도미술관에서 명화를 공부했다. 당시 보호자였던 이모부는 당연하게도 미술과 관련이 없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그는 이모부의 열쇠공 일을 이어받는 대신 미술에 정진하였다.  어려서부터 너무나도 비상한 미술적 재능을 보였다.


21세에 처음으로 역사와 연관된, 그의 작품 세계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을 선보였다. <1808년 5월 2일>은 스페인 미술전에서 2위의 성적으로 입상한다. 이후 발렌시아 주정부의 지원으로 4년간의 로마 유학을 떠나 로마에서 르네상스 미술을 경험한다. 또한 프랑스 파리에서는 처음으로 모던 회화를 경험하게 된다. 파리의 인상주의 미술 운동을 만난 것은 소로야의 작품 세계에 커다란 변화이자 전환점이 되었다.


25세에 만남을 지속해오던 2살 연하의 여인 클로틸드와 결혼한다. 이후 마드리드로 거주지를 이동하였고 동시에 예술가로서의 인생을 계속하여 살아간다.

Joaquín Sorolla, the white boat javea, 1905

삶의 진리, 바다에 담아내다


그는 자연과 깊은 연관이 있는 화가이다. 그가 사랑한 것은 대체로 인공적인 것이 아닌 자연적인 것으로 실내보다 야외를, 전깃불보다 햇살을 사랑했다.  어려서부터 무한한 찬사를 받은 인물로 어느 것 하나 못 그려내는 것이 없었다. 특히 바다 그림은 매우 뛰어나면서 아름답다.


모든 바다 중에서도 발렌시아 해변을 가장 사랑했다. 발렌시아는 더 이상 그의 거주지가 아니었으나 일 년에 한 달 정도는 발렌시아 해변의 일상을 만끽했다. 그는 바다의 풍경과 둘러싼 사람들을 사랑했다. 그림을 천직으로 생각했고 그러한 생각은 늘 과로로 이어졌다. 캔버스의 길이가 무려 70m에 달하는 <스페인의 비전> 연작을 의뢰 받아 7년 동안 작업하는 동안 여러 번 마비를 경험할 정도로 무리했다. 의사의 권고로 휴가를 보내는 동안에는 좋아하는 다른 그림들을 그렸다. 휴가 기간 동안 그린 그림들은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풍경을 담았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바다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또한 다른 예술 작품들과 비교하였을 때 매우 직관적인 편이다.  그가 바다를 그리는 것은 풍경 자체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다가 인간의 삶과 매우 밀접하게 작용하는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을 미루어 보면 그의 작품을 조금 더 면밀하게 해석할 수 있다. 현재까지도 바다는 모든 이의 고향이라고 불린다. 인간이 바다를 통해 안정을 얻는 이유는 물의 온도와 촉감이 어머니의 양수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는 소로야가 고향의 향수를 느끼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나아가 모든 창작물에는 창작자의 욕구, 갈망이 들어 있다. 그는 인간의 근본적인 갈망을 바다 이미지에 투영해 말한다. 돌아갈 곳이 있는 것, 그것이 그의 갈망이자 욕구이며 안정된 삶의 기본 요소이다. 

Joaquín Sorolla, Sewing the Sails, 1896

안정된 삶이란 없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서 타고난 자였다. 직관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의 그림은 시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어려운 그림'이 아닌 '좋은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처음으로 미술계의 조명을 받게 된 그림은 역사적 사건을 다룬 것이었으나, 일상적 삶을 담아내는 그림을 그리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1919년 그는 마드리드의 집으로 돌아가 평생을 그리워하고 떠올렸던 시에스타와 바다를 그렸다. 또한 자신이 손수 가꾼 정원과 사랑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렸다.


이듬해 그는 자택 정원에서 초상화 작업을 하다 쓰러졌다. 회복하지 못한 채 몇 년 후 세상을 떠난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후 그의 유족들은 생전에 살던 집과 정원에 소로야미술관을 열었다.


그는 부모를 잃은 고아였다. 그것을 빼놓고 생애에서 특별히 비극적인 사건은 없었다. 그렇다면 그는 부모를 여읜 아픔을 어떻게 받아들인 것일까.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불시의 죽음은 깊은 절망을 남긴다. 설령 어린 나이에 맞은 사고라 해도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다.

Joaquín Sorolla, Running along the beach 1908

안정에 가까워지기


당연하게도 안정을 찾는 과정은 행복을 찾는 과정과 동일하다. 안정을 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의 삶을 관찰하며 그가 지나치게 소소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 고향에 대한 향수, 귀향. 이러한 것을 통해 그가 비로소 안정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의 안정은 부와 명성, 진귀한 경험, 인간의 존재 가치 등 거대 담론에서 나오지 않았다. 삶의 가치를 관찰과 사랑에 부여한 이유는 무엇일까. 


모래밭 위를 내딛는 발, 밀려오는 파도, 해맑게 달리는 아이들, 바다에 서 있는 어른들...


중심을 잃지 않고 가끔은 흔들리지만 묵묵히 버텨내는, 그렇게 이어지는 삶. 그것이 그가 생각한 안정이자 행복일 것이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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