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 읽기]
광주-부산-서울을 잇는《2024 대한민국 미술축제》 열린다
짝수년 가을 시즌, 2년마다 국내 대도시에서 개최되는 비엔날레(Biennale), 그리고 연중 70개 가까운 아트 페어가 전국에서 개최된다. 문화예술 강국을 향해 가고 있는 K-Art의 모습이다.
'비엔날레'는 이탈리아어로 ‘2년마다’라는 뜻으로 1895년 베니스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래,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비상업적이고 실험적인 ‘미술계의 올림픽’으로 자리잡았다.
2021년부터 폭발적으로 늘어난 미술 관람객들과 아트 컬렉터의 관심에 힘입어 불안한 경제에도 미술관, 갤러리의 인기 있는 작가의 전시장은 연일 붐빈다. 무더위에도 관람자의 대기줄은 줄어들 줄 모른다. 우리나라는 거의 매주 갤러리들이 모여 아트 페어를 개최하는 미술의 대중화가 급격하게 상승되는 추세이다.
다가오는 9월 가장 본격적인 아트 축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여름의 무더위가 꺾이는 9월 첫주 광주비엔날레와 프리즈서울(Frieze Seoul)이라는 세계적 비엔날레와 아트 페어가 미술 애호가들을 설레이게 한다. 무더위로 밤잠을 설친 8월을 보낸 9월 첫주부터는 철저한 스케쥴을 세워 다리품을 판다면 글로벌미술축제를 국내에서 쉽게 즐길 기회이다.
지난해 가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23 미술 주간’으로 정하고 《미술에 빠진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전국적인 행사를 진행했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곳곳에 있었으나 홍보와 관심이 미흡했다.
올해는 《대한민국 미술 축제》라는 통합된 행사로 비엔날레뿐 아니라 프리즈 서울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등 한층 풍성한 행사가 9월의 시작을 알린다. 한국화랑협회, 인천공항공사, 한국관광공사 등의 긴밀한 협업으로 지역 행사를 벗어나 세계적인 미술 축제로 도약할 전망이다. 이들 단체들은 통합된 타이틀로 축제를 진행한다. 김포, 김해, 인천공항에는 미디어 아트를 설치하여 대한민국 미술축제를 홍보할 계획이다.
하반기 가을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9. 7-12. 1), 2024 부산비엔날레(8. 17-10. 20), 프리즈 서울(Frieze 9. 4~7)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9. 4~8),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9. 27~11. 10), 2024 여수국제미술제(8. 30~10. 3) 등이 개최된다. 내년 2025년에는 대구사진비엔날레,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개최 예정이다.
현대미술의 최전방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작품과 동시대 담론 제시
1995년부터 시작된 광주비엔날레는 한국의 대표 비엔날레이며 짝수년 9월 초에 개막하여 몇 달간 이어지는 국제적 행사이다. 올해로 30주년을 맞는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관계 미학'이라는 미술 담론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기획자 니콜라 부리오(Nicolas Bouriaud, b.1965)가 예술 감독을 맡아 9월 4일부터 86일 간 이어진다.
주제는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 모두의 울림 - PANSORI 판소리》로 30개국 73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현 시대 복잡성의 좌표를 은유적으로 연결할 예정이며 인류의 보편 현안과 공간을 탐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후 변화,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지구 미래 등 인류공통의 문제를 한국적인 것에서 세계 보편적인 미학으로 확장한다. 광주 곳곳에서 예술의 공간을 꾸민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남구 양림동 일대, 양림문화센터,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 한부철갤러리, 한희원미술관, 양림쌀롱, 옛 파출소, 빈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이 전시공간으로 활용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한 오페라적 전시이다.
시각에서 끝나지 않고 ‘소리’가 매칭된 설치 미술은 고도의 집중력이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생기는 힘을 가지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에서는 3개의 섹션 부딪침 소리, 겹침 소리, 처음 소리(힌두교의 ‘옴’이라 할 수 있는 깨달음의 소리)로 구성되어 소리와 어울리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12월 1일까지.
2024 부산비엔날레는 8월 17일부터 부산현대미술관, 부산근현대역사관, 한성 1918, 초량재 등에서 65일 간 개최된다. 주제는 《어둠에서 보기 Seeing in the Dark》이다. 우리가 처한 곤경을 일컫는 '어둠'에서 사물을 응시하여 포용적인 대안 제시를 꿈꾼다. '해적 계몽주의'의 관념과 '불교의 깨달음'이라는 관념을 다른 축에 두고, 둘 사이의 정신적 공간에서 펼쳐진다.
해적 유토피아는 정부 및 거대 자본의 손이 닿지 않는 초기 자치 사회의 형태, 다문화적이고 관용적인 모습이다. 반면 불교 도량(道場)의 생활은 세속으로부터 탈피하여 스스로를 낮추며 정체성을 비워낸 정체성, 언제나 이미 비어 있는 기표를 상징하는 부처의 모습이다. 이는 디아스포라, 거처 없는 자아, 장소 없는 자아로서 이주민이자 난민, 해적으로도 볼 수 있다. 10월 20일까지.
대규모 가을 대한민국 미술 축제를 앞두고 지난 7월 30일부터 아시아 최대 청년아트페어 《2024 아시아프(ASYAAF, 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s Art Festival)》가 서울역 근처 옛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개최되고 있다.
공연장, 연습실 분장실이었던 곳에 청년 작가들의 작품이 걸린다. 이곳은 원래 기무사 수송대 부지로 군 차고지와 차량 정비소로 사용되다가 2010년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으로 탈바꿈하였으나 올해 말에 철거될 예정이다. 아시아프는 기무사터였던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도 리모델링 전 옛모습을 간직했던 공간에서 개최되었었고 '서울역 284' 등 역사적인 공간에서 미술의 만남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2008년부터 시작된 아시아프는 아시아 젊은 작가들의 1,200점에 달하는 작품을 볼 수 있다. 저렴한 십만 원대 가격으로 시작해서 작가를 후원하는 마음으로 구입이 가능하다. 컬렉터와 작가가 함께 성장해 가는 것은 컬렉팅의 중요한 과정이므로 신선한 성격의 아트페어이다. 엔트리 아트 컬렉터라면 구입 대기에 접근이 힘든 작품보다는 내 시각과 안목을 시험대로 활용해 볼 즐거운 경험의 기회이다. 전시는 8월 2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