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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아트메트로 》전을 마치고

홍대 미술대학원 회화 전공 동문전

by 데일리아트
"자네 작품이 나보다 잘 팔리는데 내가 뭘 가르쳐"
그림을 그리다 보니 나이 드는 것을 잊었다
1384_2976_1730.png 《제23회 아트메트로》전 포스터

인사동의 한복판 관훈미술관 맞은편에 홍익대학교 총동문회가 있다. 동문회 건물 1, 2, 3 층이 전시장 '갤러리H'이다. 미술 명문대답게 동문회의 건물에 갤러리가 있다. 갤러리H에서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동문전인 《아트메트로》전이 열리고 있었다. 전시회 끝 날, 문을 열고 들어가니 회원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인터뷰에 앞서 전시된 그림을 보았다. 그림을 보고 있자니 작가들이 슬그머니 와서 자기 작품에 관해 설명한다. 작품에 진심인 사람들. 이들은 한평생 화가로 살아온 사람들이다. 동문이라는 연대 의식 이전에 독립된 화가로서의 보람과 자부심이 엿 보인다.


한때는 동문 중 남성의 비율이 절반이 넘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의 여성동문만 보였다. 연령은 30대부터 70대 중반까지. 까르르 웃는 얼굴은 나이를 잊었다. 평생 그림을 그린 사람들, 아니 평생 그림을 그리다 보니 어느덧 머리 희끗한 나이가 되었을까. 그림을 그리다 보니 나이 드는 것을 잊었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들은 1년에 한 번씩 동문전을 한다. 놀라운 것은 2002년부터 동문전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든 삶의 순간이 회색빛의 인화지처럼 정지되었던 코로나 때에도 그림을 부쳐 와서 전시회를 열었다. 모임의 대표 윤경림 회장을 전시장에서 만났다.

1384_2971_4953.jpg 윤경림 회장(좌측)과 이향남 전 회장(우측)

- 이번 전시회가 많은 사람들의 성원 속에 마치게 된 것을 축하한다. 전시회와 아트메트로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우리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회화 전공 동문입니다. 98년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화가들이 건의해서 특수대학원인 미술대학원이 만들어지고, 그 졸업생들이 모여 동문회가 되었습니다. 초창기에는 홍대 서양화과 학부 졸업생들이 주된 구성원이었고, 점차 타 대학 출신 화가들이 미술대학원에 들어오게 되어 동문회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문이 모여 전시회를 열면서 전시회 이름을 '아트메트로'라고 지었습니다. 회원들은 각자의 작업에 매진하다가 1년에 한 번 정기전을 엽니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예술분야의 영역을 위해 소임을 다했습니다. 이 작품들은 우리 열정의 결정체입니다. - 윤경림 회장


무안 오승우미술관 관장을 역임한 장유호 작가가 첫 번째 회장으로 동문전을 열어 전시회의 기틀을 잡았습니다. 동문전의 이름이 《아트메트로》인데, 전철이 사방팔방 퍼져나가면서 도시로 확장되듯이 우리가 추구하는 아트도 전 세계로 확장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이름에 담겨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트메트로라고 이름을 정하니 서울시 도시철도공사에 소속된 그룹이냐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1회 졸업생 중에는 화가 최영욱 선생도 계셨습니다. 현재는 본회의 고문이십니다. 졸업생 중 이름이 알려진 화가들이 참 많습니다. 최석운, 장태묵, 권대하 작가는 5기, 구상 회화의 유명 작가인 김일해 작가와 박철환 작가는 7기생입니다,

1384_2962_4427.png 전시회를 마친 5기생들 모임.

전에는 성비가 남성, 여성 비율이 11:9인 상황이었는데 최근에는 남성 작가들이 줄고 대신 젊은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50대 초반의 동문이 모임을 힘 있게 이끌어가도록 독려하고 있습니다.


- 정기적인 모임을 갖나?


회원들은 각자가 열정적으로 화가로서 활동합니다.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참가하기도 하고 해외 갤러리 초대전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년에 한 번씩은 꼭 정기 전시회를 합니다. 연말과 신년 초에 모임을 갖고 정기 전시회 포함, 1년에 3번 모임을 갖습니다. 코로나 시절에도 총회는 못해도 전시는 한 번도 쉬지 않았습니다.

1384_2975_717.png 코로나 시국에도 전시를 멈추지 않았다.

- 학교 다닐 때 에피소드나 재미있었던 일들은?

1384_2964_4536.png 아트메트로 20주년 기념전시회. 100호 이상의 작품으로 전시했다.

대학원을 다닐 때 다들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수업 때마다 열띤 토론으로 자기의 작업 세계를 논했습니다. 교수님도 학생들과 함께 전시를 했습니다. 학생 거의 대부분이 작가였습니다. 그래서 교수들이 우리를 학생으로 대한 것이 아니라 작가로 존중해 주었습니다. 교수 학생 간의 작품에 대한 치열한 토론 속에서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돌이켜보니 참 의미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당시 교수로는 서승원 교수, 최명영 교수, 고 김태호 교수. 김용철 교수, 주태석 교수, 지석철 교수, 이열 교수, 박기웅 교수 등이 계셨습니다. 나중에는 유근영 교수, 김주영 교수, 황찬수 교수 등이 합류했습니다. 교수들은 학생에게 "아이고 자네 작품이 나보다 잘 팔리는데 내가 뭘 가르쳐" 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교수라기 보다는 선배로 이끌어주셨습니다.

1384_2966_4634.jpg 홍익대 총동문회관 1층 '갤러리H'전시장 앞에 선 동문들

우리들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열정이 대단하다는 점입니다. 작가들의 작업 여건이 힘들지만, 그 와중에 우리들은 열정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도전해 왔습니다. 그것이 우리 동문회의 자부심입니다.

전시회는 2002년부터 시작했는데 1, 2회는 학교와 교수들의 지원으로 관훈미술관에서 열었습니다. 홍익대학교 내의 현대미술관1, 2관 통틀어서 10주년 전시도 했습니다. 20주년 전시는 인사아트프라자 그랜드관에서 100호이상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주변에서 관심이 대단해서 '역시 홍대 출신들이 하니까 뭔가 다르다'고 호응을 많이 받았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후배들도 계속 영입이 되는가?


아트메트로는 끊이지 않고 새로운 연결고리로 전시회를 지속할 것입니다. 각자의 역량을 세계로 성장시켜 가자는 우리 전시회의 이름처럼 각자의 기량이 뻗어나가기를 서로가 서로에게 응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열정 하나로 이런 과정을 만들어 왔습니다. 참 보람됩니다. 현재 22기까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후배들도 선배의 뜻을 이어 화합하고 열정적으로 영원히 지속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은 예술단체들이 퇴색되고 없어지는데 우리는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전시를 하며 한 발 한 발씩 내딛기를 서로가 격려하고 있습니다.

1384_2972_5917.png 윤경림(아트메트로 회장) 작품. 큐비즘의 파장에서 시작된 큐브가 만들어 내는 중첩의 평면 회화.
1384_2967_4721.jpg 이윤아 동문, , 작품과 함께 하는 삶이 좋았습니다.


1384_2968_4742.jpg 엄길자 동문. 작품은 내 삶의 결정체입니다.


1384_2969_483.jpg 안성옥 동문 , 을지로연가.



1384_2973_616.png 이향남(아트메트로 감사) 작품. 노마드 작업. 작가가 여행을 하면서 밟아 본 수많은 장소들에 대한 압축적인 표현으로 구현된 작품. 신발 오브제가 중요한 표현 기법으로 사용되었다.


1384_2974_628.png

임미령(아트메트로 고문) 작품. 회화에 대한 열정으로 구현된 작품. 삶의 복잡 미묘한 깊이를 캔버스 화면 속에 미로를 그려 넣어 표현한다. 다양한 컬러의 어우러짐과 선의 표현에서 작업의 힘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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