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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가족, 그냥 가족

[일상의 리흘라]

by 데일리아트
밥먹는 식구가 진정한 가족이다

즘 TV 채널 리모컨을 누르다 보면, 한번 누를 때마다 걸려드는 것이 홈쇼핑 채널이다. 너무 많아서 어떤 게 어떤 건지 분간할 수 도 없을 지경이다. 그 많은 홈쇼핑 채널들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안쓰러울 지경이다.


쇼핑채널마다 패션 의류나 신선 농산물 등 특화된 상품을 파는 곳도 있지만, 많은 홈쇼핑 채널들이 특히 많이 다루는 상품이 있다. 바로 해외여행 상품이다. 지금은 살짝 휴가철이 지나서 노출 빈도가 줄어들었겠지만 아직도 채널을 돌리면 걸려드는 것이 해외여행 상품이다. 계절을 뛰어넘어 추운 겨울에 떠나는 해외여행상품을 미리 파는 곳도 여럿 있다. 요즘은 해외여행상품이 좀 고급화되어 가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주로 북유럽이나 동유럽, 남미, 아프리카 상품이 주종을 이루고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지금은 계절이 반대인 남미와 아프리카 여행 상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단다.


멕시코, 페루, 브라질 정도를 연결해 다녀오려면 적어도 2주일 정도는 가야 한다. 상품 가격이 1인당 1천만 원대가 넘는 것들도 수두룩하다. 어떤 호텔, 어떤 항공사, 어떤 클래스를 타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가격 구성이 가능하겠지만 이렇게 보통 1천만 원이 넘는 여행상품 판매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여행 목적지 패턴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제 웬만한 거리에 있는 해외 관광지는 옆집 마실 가듯 드나들어 더 이상 새롭게 가 볼만한 곳이 없을 정도일 터다. 물론 건방진 헛소리일 수 도 있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평생 한 두 번 다녀오는 것이 해외여행일 테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의 활성화는 이미 휴가의 대명사요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 포인트임은 부인할 수 없다. 2023년 내국인 출국자수는 2,271만 명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인구 절반 정도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소리다. 물론 다니는 사람이 계속 갔다 오는 중복 숫자의 오류가 숨어 있을 테지만 말이다. 인구수 대비 해외여행객 숫자를 놓고 보면 여행에 미친 민족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해외여행객 비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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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걸어서 넘는 수준도 아니고 반드시 비행기나 배를 타야 갈 수 있는, 말 그대로 물 건너가야 하는 해외여행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간다. 외국관광청들이 한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홈쇼핑 채널들에서 내세우는 여행상품의 특징이 있다. 가족여행상품을 많이 포함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다. 쇼핑채널이 올라오는 여행상품들은 모두 여행사의 패키지상품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족여행상품의 구성에서 '가족'이라는 구성원의 단위가 부모, 자식 간의 2세대로 한정되어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가족(家族 ; family)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가족의 범위를 규정한 민법에 따르면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그리고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가 포함된다.


복잡한 법적인 문구로 가족을 따지기보다는 그냥 '끼니때마다 같이 한 솥밥을 먹는 식구면 가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가족의 구성원에서 결혼한 부부의 부모들은 가족에서 빠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게 아예 선을 그어 빼는 것이 아니라 암묵적으로 가족 하면 자녀를 둔 2세대 가정만을 뜻하는 쪽으로 의미가 굳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가족의 범위가 결혼한 세대의 부모와 자녀가 한 집에 사는 3세대 대가족에서, 결혼한 부부와 자녀만으로 구성되는 2세대 핵가족으로 완전히 전환되었음을 뜻한다. 독립해서 혼자 사는 1인 가구 숫자가 급격히 늘어가고 있어 가족에 대한 개념을 다시 세워야 하는 때가 곧 닥칠 것이다.


아무튼 3대가 같이 가는 가족 여행과 2대만 같이 가는 가족 여행의 동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주로 나이 어린아이들이 있는 경우는 괜찮은 리조트 수영장 위주로 일정이 짜이지만, 할아버지 할머니가 동행하는 여행에는 여러 관광지도 둘러봐야 하기에 여행 동선이 관광위주로 흘러간다. 같이 여행하는 가족 구성원의 집합에 따라 여행지를 잘 선택해야 하는 이유다.


큰 딸아이가 결혼해서 분가를 하고 나니 '가족'이라는 개념이 축소되고 있는 듯하여 서운해서 그런 모양이다. 가족의 범주 내에 있으면서도 가족에서 소외되는 듯한 인상이 커져만 간다. 남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내 위치기 그렇니 주변 상황이 마치 소외된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부모 위치가 된 듯이 보이는 현상이다. 출가했지만 얼굴이라도 자주 보고 한 식탁에서 같이 밥을 먹고 싶은 마음이 자꾸 '가족'이라는 단어를 끌고 오는 모양이다. 주말에 집에 와서 식사라도 같이 하자고 전화라도 해야겠다.


같이 밥 먹는 식구가 진정한 가족이다. 떨어져 있으면 그냥 가족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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