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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의견이 아니고 사실이어야 한다

[일상의 리흘라]

by 데일리아트
역사는 타산지석(他山之石),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원천

지식인은 '높은 수준의 지성과 폭넓은 교양을 갖춘 사람'을 지칭한다. 노엄 촘스키(Noam Chomsky)는 저서 《지식인의 책임》을 통해 "인간사에 중대한 의미를 갖는 문제에 대한 진실을 그 문제에 대해 뭔가를 해낼 수 있는 대중에게 알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지식인의 책임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말이 어렵다. 그냥 '많이 아는 사람' 정도로 단순화시키면 오히려 편할 듯하다. 물론 아는 정도의 수준과 질의 차이에 대한 확정적 표기를 할 수 없으니 어느 정도 아는 것을 지식인으로 봐 줄 수 있는지는 애매모호하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대학 이상의 고등교육을 받고, 종사하는 분야가 법조계, 종교, 예술, 학교 그리고 성공한 사업가 그룹의 범주에 있으면 대략 지식인으로 통칭해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와 지식인을 분리해 보기도 한다. 과학자, 기술자, 공학자, 의사, 기업인들은 오랜 교육을 받고 높은 수준의 정신 노동에 종사하지만 지식인이라고 하기보다는 전문가라 칭한다. 아직까지는 지식인이라는 용어는 문과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더 특화되어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조선시대 사회 지도층을 포괄하는 표현으로 쓰인 '선비'라는 단어가 지식인의 대명사이다.


현대에 와서는 지식인의 대명사로 대학교수를 꼽을 수 있다. 그것도 인문대 강단에 서는 교수들을 지식인이라고 칭하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인문계 대학 지식인들의 행태가 사뭇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추상의 철학을 다루고 역사의 해석을 다루는 분야다 보니 실험과 증명으로 검증해 내는 이과와는 다르게 아집과 고집으로 일관하는 경향이 크다. 물론 문과 지식인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공계는 결과가 말해준다. 실험 결과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고 다른 학자들이 검증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되거나 다른 결과가 도출되면 바로 논문을 철회한다. 이 과정을 통해 더욱 진전된 방향으로 연구가 발전되고 이러한 검증들이 쌓여 완벽한 과학 성과가 인류 발전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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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위 지식인들의 총합이라고 하는 문과는 자기의 주장과 해석만 있는 경우가 많다. 주장이고 해석이니 누가 검증하기도 애매하다. 이 속성을 파고 들어 목소리 큰 사람이 대장이 된다. 최근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대거 국가 단체장을 차지하고 들어가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역사에 대한 바른 시각을 제시해야 할 지식인 집단이 편향된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다 못해 왜곡까지 하는 사례를 보고 있다. 인간 사회를 다루는 인문은 온갖 사례가 모여 하나의 결과를 구성한다. 그 많은 사례에서 한 가지나 몇 가지만으로 전체 결과의 사유를 가져다 붙이면, 원인이 달라져 결과도 다르게 도출된다. 이것을 옳다고 주장하니 문제가 된다. 학자적 시각의 편협함과 게으름을 새로운 사상인 양, 새로운 발굴인 양 포장을 한다. 가면 쓴 지식인의 표상이다.


인문학자도 자신이 잘못 접근한 사실이 있다면 오류를 인정하고 논문을 철회하거나 재수정해야 한다. 책으로 서술했다면 이 또한 잘못된 팩트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 과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면 쓴 지식인은 퇴출되는 게 맞다. 해석은 다를 수 있지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버티기보다는 잘못 해석하고 잘못 접근했다고 인정하는 게 지식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소양이다.


논어 위령공 편에 나오는 문구로, 안중근 의사가 1910년 3월 여순 감옥에서 쓴 "인무원려(人無遠慮) 필유근우(必有近憂)"(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가까이에 근심이 있다)라는 문구가 있다. 정계에 발을 들여놓는 가면 쓴 지식인들이 가슴에 새겨야 할 글이다. 지식인이 본질을 놓치면 엉뚱한 해석을 내놓게 된다. 그것이 마치 진리인양 우기는 촌극을 펼치게 된다. 지금 이러한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역사는 해석되는 게 아니다. 팩트를 바로 보는 것이다. 역사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고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원천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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