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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의 시각] 만화와 힙합(HIP HOP) 시대를

by 데일리아트
한국만화박물관·국립민속박물관 공동기획전
한국만화박물관《만화로 만나는 힙합》 전시 리뷰
1453_3244_4014.jpg '만화로 만나는 힙합' 전시 포스터. 사진: 박정현

만화와 힙합(Hip HOP)’, 이 두 단어는 언제 들어도 늘 설레는 단어다. 학창 시절 용돈을 모아 좋아하던 만화책을 사러 서점에 가던 날의 설렘과 집에 돌아오는 길에 MP3를 틀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었던 기억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기억이다. 그래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현재 진행 중인 《만화로 만나는 힙합》은 관람 전부터 기자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한 전시이기도 하다.

1453_3246_477.jpg 서태지와 아이들의 LP 표지. 사진: 박정현

'엉덩이를 흔들다'는 의미의 힙합은 50년 전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힙합 특유의 역동적이고 빠른 리듬과 그에 맞춰 쏟아내는 메시지는 많은 젊은이를 열광케 한 만큼 오해와 편견을 낳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랩(Rap)의 형태로 먼저 소개된 힙합 역시 3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의 힙합은 현진영(1990년 데뷔), 서태지와 아이들(1992년 데뷔), 듀스(1993년 데뷔)가 1990년대 초반 가요계에 데뷔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1990년대 후반을 지나 2000년대 초반을 거치며 홍대의 언더그라운드 씬 등에서 활동하던 힙합 가수들이 차츰 주류 가요계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힙합 가수들의 활약, 그리고 2010년대 Mnet에서 방영한 '쇼미더머니'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과 더불어 힙합은 큰 인기를 얻게 되었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음악 장르로 입지를 굳건히 하게 되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K-POP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늘날 힙합 역시 K-POP의 한 축을 이끌고 있다.


1453_3247_2657.jpg 시대 별로 전시된 힙합 앨범들. 사진: 박정현

한국만화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이 공동으로 기획한 《만화로 만나는 힙합》은 총 3부에 걸쳐 만화와 힙합이라는 두 가지 장르의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먼저 1부 Flow of the HIP HOP: 힙합 시대를 보다에서는 시대별로 나누어 한국 힙합이 걸어온 역사를 조명하면서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명곡들이 담긴 앨범들과 힙합 잡지 <Bounce>, 그리고 힙합 공연의 포스터 등을 전시한다. 이어지는 2부 Graffiti, Art of Reality: 거리, 예술을 품다에서는 페인트와 스프레이를 사용하여 벽에 글씨와 낙서처럼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 예술을 소개한다. 마지막인 3부 Fill of the Feel: 만화 , 소울 담다에서는 힙합에서 영감을 받은 만화가들의 작품을 보여준다. 작가 김수용의<힙합>과 작가 이빈의 <ONE>, 그리고 작가 김재한의 <알 게 뭐야>처럼 힙합이라는 하나의 장르에서 영감을 받아 만화로 표현된 작품들은 음악으로서의 힙합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1453_3249_5816.jpg 에픽하이의 앨범. 사진: 박정현

특히 이번 전시는 각각의 시대별로 그 시대의 음악들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세대를 불문하고 남녀노소가 모두 즐길 수 있다. 기자가 전시를 관람하고 있었을 때도 관람객들이 서로 자신이 즐겨 들었던 앨범을 찾아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자 역시 좋아는 노래인 Epik High의 <Fly>가 담긴 앨범이 전시된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1453_3253_3229.jpg 전시장 벽을 가득 채운 심찬양 작가의 그래피티 작품

그리고 거대한 벽을 꽉 채운 심찬양 작가의 그래피티(Graffiti) 작품들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크기가 크면서도 섬세함을 놓치지 않고 담아낸 작품은 기자를 감탄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의 옷인 한복을 입은 흑인 여성을 그린 작품은 그래피티 예술이 가진 자유로움과 다양한 문화가 결합하여 인종과 문화를 넘나들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기도 하였다.


1453_3251_3728.jpg 만화 'ONE' 의 캐릭터와 명대사들 사진: 박정현

만화책 속에서만 보던 캐릭터들을 전시장에서 만나는 경험은 정말 설레고 신나는 경험이다. 이번 전시에서 기자는 그 설레고 신나는 감정을 직접 느낄 수 있어서 기뻤다. 특히 캐릭터와 더불어 벽에 함께 쓰인 만화 속 명대사들은 만화를 즐겨 읽던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그때의 감정들을 다시금 불러일으켰다. 또한 작가의 원고는 물론 만화 캐릭터들이 그려진 저금통과 담요, 티셔츠와 모자 그리고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처럼 힙합과 만화에 관련된 다양한 물건들도 전시되어 있어 이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1453_3255_4922.jpg 카세트 플레이어. 사진: 박정현

“사람은 추억에 기대어 산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늘 하던 말씀이다. 추억이 사람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아셨던 부모님의 말씀이 전시를 보는 내내 생각났다. 어찌 보면 시간이란 것은 언제나 흘러가기 마련인데, 이런 흘러가 버린 시간을 고이 간직하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은 ‘추억을 만드는 일’ 밖에 없지 않을까?


1453_3252_169.jpg 기자가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직접 소장하고 있는 만화책 '궁'. 사진: 박정현

기자가 전시를 보며 학창 시절의 추억을 떠올렸듯, 지금 글을 쓰는 이 순간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남아 기자의 머릿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만화와 힙합' 이 두 장르의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만남은 세대와 시간을 넘어 누구에게나 값진 추억을 선물할 수 있는 전시이다. 여전히 무더위가 계속 이어지는 요즘, 독자 여러분도 재미와 볼거리가 가득한 《만화로 만나는 힙합》을 관람해 보기를 추천한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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