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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미사여구-장욱희 작가

[강의실 밖 그림 이야기]

by 데일리아트
작가는 모든 살아있는 식물에 대해 '사랑했다'고 말한다
작가는 식물과 인격체로 교감한다
1444_3235_5131.jpg 사랑했다고 말한다. 2024년. 식물에 바느질, 플라스틱. 15x15x20(Cm)


1444_3236_5239.jpg 사랑했다고 말한다. 2024년. 식물에 바느질, 플라스틱. 25x25x25(Cm)


흔히 미술에서의 오브제라고 하면 작가의 생각을 특화시킨 인공적인 것을 생각한다. 그런데 장욱희 작가의 오브제는 '식물'이다. 그의 작업을 보면 개인의 자그마한 식물원을 전시장에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이 든다. 작가는 살아 있는 식물을 오브제로 사용한다.

[작가 장욱희의《사랑했다고 말한다》]

1444_3242_5621.jpg 사랑했다고 말한다. 2024년. 식물에 바느질, 플라스틱, 스텐봉. 30x30x30(Cm)


1444_3243_5715.jpg 사랑했다고 말한다. 2024년. 식물에 바느질, 플라스틱. 15x15x20(Cm)


소녀는 마당있는 집에 살았다. 어릴적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소녀는 뛰어놀기 보다는 사색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관찰하는 능력이 뛰어나 마당에 있는 꽃과 식물을 유심히 보고 이것을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다.

도화지 위에서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다. 상상하는 것이 그림으로 눈앞에 펼쳐졌기 때문에 무언가 그리는 시간은 어린 소녀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자연과 가까이 지낸 작가는 봄, 여름, 가을 동안 풍성하게 푸르색을 띄던 나무가 겨울이 되면 생명이 끝난 듯 벌거벗은 '나목'이 되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다시 봄이 오면 죽은 듯한 나무에서 다시 싹을 틔우는 모습에서 자연에 대한 경이를 차츰 갖게 된다.

1444_3237_5317.jpg 사랑했다고 말한다. 2024년. 식물에 바느질, 플라스틱. 12x12x40(Cm)


[화분이라는 인위적인 것에 의해 이식된 재배치]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식물을 키우며 예술적 영감을 얻는다. 다른 생명과 같이 호흡하고, 같이 아파하고 새로운 싹을 틔울 때는 희열을 느낀다. 작가는 자연스럽게 자연과 동화되어 간다


그러나 작가는 식물을 키우는데 꼭 필요한 화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작가의 화분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 것이다. 우리들은 편리에 의해 일정부분 자연을 파괴(?)하면서 식물(자연)을 화분에 가둔다. 식물은 자연 속에 있어야 하는데 그 자연을 파괴하여 얻은 식물을 인위적 화분안에 가둔다. 식물으랴 사랑하며 정성스럽게 키운다는 미명 아래 식물(자연)을 나의 입맛대로 가두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의 이율배반적 사고의 결과이다.


자연과 인간, 생태적 환경 등 우리 인간과 함께 생존하는 자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자연, 인간, 생명. 순환, 공존 같은 화두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자연과의 관계성에서 나온 말이다. 장욱희 작가는 이러한 자연과의 관계성에 대한 고민과 삶의 철학을 작품으로 풀어낸다.


장욱희 작가가 자연을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는 여느 작가들과 다른 것은 식물(자연으로 상징되는 생명)과 직접 교감하며 식물 자체를 작품화 한다는 것이다.

1444_3238_5346.jpg 사랑했다고 말한다. 2024년. 식물, 플라스틱, 스텐봉. 50x50x100(Cm)


장욱희는 인간이 사는 삶의 터전에서 식물이라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인간과 같이 생명을 꾸려가는 존재로 인식한다. 그래서 인간의 삶과 자연이 곁에서 친근하게 함께하는, 그러한 생태적인 환경을 바라고 있는 것이 장욱희의 생각이다. 작가는 사물을 인지하고, 실험하며 얻는 변화에 주목한다. 이에 대한 관찰의 위대함이 어떤 것인가를 실증으로 보여준다.


화분으로 상징되는 자연은 야생의 자연, 즉 자연 본연의 모습으로서 자연이 아닌 인위적인 것에 의해 구속된 자연이다. 작가는 살아있는 어떤 식물이든 자연을 대변하는 인격체로 인지한다.

1444_3239_548.jpg 사랑했다고 말한다. 2024년. 식물에 바느질, 플라스틱, 스텐봉. 40x40x60(Cm)


[인격체로 교감하다]


화분(식물: 자연)에 자신의 삶을 투영해 보고, 내면의 자아를 깨워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생태계의 교란으로 인한 인류의 고통을 고발한다. 자연을 파괴하고, 훼손하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반성하며 자연에게 작가는 용서를 구하고 있다.


사랑의 마음을 진정성을 담아 전달하는 생명수는 잎맥을 통해서 풍성하게 화분을 꾸민다. 그것은 건강한 생태적 환경을 만드는 기초로서 자정 작용을 통해 순환하는 자연의 기능과 역할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그녀가 표현하는 화분은 생명을 다해 시들어 가는 생명의 소멸이 아닌 물이 올라 싱싱하게 살아 있는 생명수가 넘쳐 흐르는 자연의 모습이다. 작가는 그 생명성을 나타내려 하고 있다.

1444_3240_5439.jpg 사랑했다고 말한다. 2024년. 식물, 스텐봉. 12x70x70(Cm)


작품으로 표현된 것은 자연과 인간, 생태적 환경 등 우리 인간 세상의 생존성에 대한 깊은 사유로부터 출발한다. 그의 작품은 자연, 인간, 생명. 순환, 공존을 화두로 인간의 삶에 있어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자연과의 관계에 관한 결과물이다.


이러한 자연에 대한 사유와 삶의 철학은 자연과의 대립적 관계를 형성하기 보다는 화해하는 방법(친 환경적, 친 자연적)을 모색한다. 인위적 생산적 구조를 절제하고 자연과 동화될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인 마인드를 갖기를 메시지로 전한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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