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Life) 》전을 마치고
하동에서 녹차를 덖으며 때때로 그리며 사는 삶(Life)이 풍요롭다
일상의 모든 것이 작품으로 승화된다.
정현자의 《삶(Life)》 개인전이 끝났다. 9월 1일까지 한강 노들섬에서 열린〈2024 서울 한강 비엔날레〉에 초대작가로 출품한 그의 작품을 만나본다. 작가는 하동에서 녹차를 따고 덖으며 '풀꽃 그리기 공방'과 '모래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작가 정현자의 이번 전시 주제는 삶(Life)이었다. 작가는 시인들이 많이 사는 하동에서 텃밭을 가꾸며 자연과 더불어 산다. 공방과 갤러리를 운영하며 붓을 놓지 않았다. 때때로 풀꽃과 녹차꽃을 그린다. 작가에게 있어서 삶과 예술은 다르지 않다. '삶'과 한치도 오차 없는 동의어이다. 삶이 예술로 무르익으면 그것을 전시한다. 주변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고 그것을 다시 전시를 통해서 되돌려준다. 자연과 예술로 교감하는 삶, 풍성한 삶이다. 예술로 일궈낸 삶이다.
일상에서 행해지는 일련의 것들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머무는 곳이 주방(Kitchen)이다. 무엇보다도 가족의 건강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에너지(Energy)의 원천이 주방이다. 그러나 늘 삼시세끼를 챙겨야하는 일은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주방을 떠나지 못한다. 주방은 아내의 자리이며, 여자로서 가사노동을 책임져야만 하는 숙명과도 같은 장소이다. ~작가노트 중에서
주방은 작가에게 정서적으로 안정을 주는 곳이었다. 주방에서는 미각 후각 등 오감을 안정적인 낭만의 세계로 이끌어준다. 자연에서 가져온 여러 음식 재료를 요리하듯 cotton canvas 위에 여러 물감과 칼라를 올려 놓고 작업한다. 주방은 작가에게 삶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고 버무려지는 장소이다. 유년시절의 여름방학, 부부, 가족등 삶의 여정이 작품에서 따듯하고 아련하게 나타난다. 특히 재료의 손질에서 동그라미 모양은 매우 흥미로움을 유발시켜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창조된다. 음식을 만들기 위한 도구와 재료 등의 선택 과정에서 부터 음식의 모양, 질감, 색깔, 냄새, 소리를 예민하게 지각하게 만드는 장소가 주방이다. 그 지각은 작품으로 연결된다.
철학자 '메를로퐁티(Merleau - Ponty, 1908~1961)'는 지각에 대해서 “나에게 지각이란 입력된 시각, 촉각, 청각 정보의 단순한 결합이 아니다. 나는 모든 감각이 나에게 말을 거는 듯이 전 존재와 더불어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방법으로 지각한다”라고 하였다. 그러한 감각적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재료 손질에서 형태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시각적 감각적으로 새로운 모양과 맛과 향을 창조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는 일상에서 풍기는 삶의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