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의 본질에 다가선 새로운 추상, 홍수연 개인전
비정형적이고, 즉흥적인 새로운 추상의 세계
회화와 영상 작품 29일까지 인디프레스 갤러리에서
추상회화는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30여 년 간 추상회화에 집중해 온 서양화가 홍수연의 개인전 '애냄너시스(Anamnesis), 기억하는 이유' 전시장에서 감상자들은 추상회화의 변화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서울 통의동 인디프레스 갤러리에서 개막한 홍 작가의 개인전 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먼저 영상 작품이 관람객을 맞는다 . 깊이를 알 수 없는 심해와 같은 공간에 영상들이 유영한다. 그 영상들은 작가의 회화 작품들의 이미지로 만든 것이다. 창작자의 의식과 무의식이 창조한 작품들이 펼치는 새로운 세계를 보며 관람객들은 우주 저편에서 발견한 공간에 이끌려 온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2층에 전시된 '의미있는 우연' 연작들은 의미심장한 작가의 변화를 보여준다. 형상들이 극도로 절제되고 질서정연하게 여러 층위를 이뤘던 기존 작품과 달리, 자유롭고 파격적이다. 비정형적이고 즉흥적인, 그리기 행위의 본질에 다가간 것이다. 기존의 작품들의 색조가 보이긴 하지만, 형상들은 새롭다. 넓은 우주에서 우연히 만난 행성들을 그려놓은 것인가? 그 공간 안에는 각각의 질서가 존재한다. 원시적이고 거칠고 신비하다. 인간은 그런 존재에 끌린다. 우린 때론 목숨을 걸고, 가보지 못한 그런 세계로 전진한다. 시원의 황량함을 찾아 오지 끝까지도 간다. 홍수연의 이번 작품들은 멀고 먼, 극한의 지점, 거기에서 새로운 생명체를 만난 감동을 전해 준다.
홍수연의 작품들은 오는 29일까지 휴일 없이 전시된다. 또한 전시장 바로 옆 스페이스 월인에선 홍 작가의 드로잉과 소품들을 15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