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독립영화 감독 ' 시리즈는 독립영화 감독으로서 좋은 작품을 만드는, 그러나 아직 발굴 되지 않은 다이아몬드의 원석과 같은 감독을 소개한다. 오늘 소개할 감독은 독립영화계에서 아니 우리 영화계에서 이미 알려진 사람이다. 왜냐하면 그는 독립영화계의 마당발이고 독립영화 관련해서는 어지간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대묘사 등 많은 개인기가 있는 팔방미인이다. 그는 이미 영화계에서 지칠 줄 모르고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니 독립영화 감독을 소개하면서 어찌 이 사람을 건너 뛸 수 있을까? 형슬우 감독이다. 어느 술자리에 가도 마주친다는 형슬우 감독. 만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의 영화계에서의 종횡무진한 활약은 정평이 나 있다. 영화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다가 , 어떨 때는 동료감독의 출연 요청으로 배우로도 활약한다. 출연작만해도 10여 편이 넘는다. 후배들을 위해 영화계의 발전을 위한 자리에는 항상 발벗고 나선다. 또한 맛집 탐방가이기도 하다. 식당에서 그를 만나면 맛집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독립영화 감독의 울타리에 가두기에는 너무 많은 활약을 하고 있는 사람. 그를 만나 진솔한 영화 이야기를 나들어 본다.
-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영화 만드는 일을 하다가, 출연도 했다가, 어쩌다 영화 상영회 프로그램도 기획하는 형슬우입니다. 영화계의 재미난 일이 있을 때 여기저기 기웃대고 있습니다.
- 영화감독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학창시절부터 토요명화와 비디오 빌려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신문 문화면의 신작 영화 소식과 별점 코너를 자주 체크했고, 친구들에게 영화 추천을 해주기를 좋아했었네요. 고등학생 때 영화광이던 영어 선생님이 영화의 내용을 간단히 설명해 주고, “이 영화 제목 아는 사람?” 물으면 제가 대답을 해서 늘 선생님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성적은 어중간해, 뭐 하나 잘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서 만드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감독이 되었습니다.
- 감독의 작품 제목이 재미있는 것이 참 많다. 《그 냄새는 소똥 냄새였어 》등 형 감독의 영화를 보면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순발력 있게 캐치해서 관객들에게 공감을 이끌어 낸다. 본인의 작품중 가장 의미있는 작품을 하나만 꼽으라면 무엇을 꼽겠는가?
2015년에 만든 작품 《병구》입니다. 캐릭터영화로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수익도 좀 되어서 이후 작품 제작과 저의 영화 감독으로서 이미지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찍고은 후 배우들이 잘 되어서 좋았습니다. 작품을 완성하고 제일 신나는 부분은 작품 속 출연한 배우들이 그 이후에 잘 되는 것입니다. 그럴때 많은 보람을 느낍니다.
- 단편영화 ‘벽’ 부터 장편‘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까지 10여 편에 이르는 영화를 꾸준히 작업해 왔는데 이렇게 많은 작품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저는 평소에 사람들 웃기는 걸 좋아했습니다. 내가 웃기고 거기에 대해 상대방의 리액션을 보는 것에 희열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작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덧 입히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기술, 밤 잠 못자고 고생해서 촬영해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됩니다. 힘든 과정을 거쳐 만든 영화를 관객에게 보여 드렸을 때의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큰 기쁨을 느낍니다.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가 관객에게 전달되었을 때 무한한 희열을 느끼는 것이죠. 그동안 고생한 것이 다 보상받는 느낌입니다. 이런 과정이 계속 영화를 만들게 하는 힘인것 같습니다.
형 감독의 작품을 보면 다양한 소재가 등장한다. 다채로운 이야기들로 필모그래피를 채우는거 같다. 어떻게 이러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영화의 소재로 나오게 되나?
제가 영화로 포장하는 이야기는 다양합니다. 그런데 제 이야기의 본질은 결국 '관계'입니다. 여기에 저는 영화의 모든 포커스를 맞춥니다. '관계'라는 것이 제 인생사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저뿐 아니라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가장 큰 부분이 관계속에서 나오는거 아닌가요? 기쁠 때도 사실은 사람들과 주변의 것들에 대한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 작년에 개봉한 장편 데뷔작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에 대해서 이야기를 듣고 싶다. 단편 영화에 집중하다가 장편 영화를 개봉을 한 소감은?
저는 2011년에 대학을 졸업했고 그 때부터 영화를 10여편 만들었습니다. 2016년에는 한 해에 세 편이나 만들었습니다. 2023년에는 장편 영화를 만들었으니 장편 영화를 만드는데 꼬박 12년이 걸렸습니다. 단편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면 꿈도 꿀 수 없었겠죠.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국내외에서 개봉과 OTT 공개를 했습니다.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까. 굉장히 초조해하며 반응을 지켜봤습니다. 다행히 좋은 반응을 얻어 기뻤습니다. 흥행 여부를 떠나 단편 영화보다는 장편 영화가 확실히 관객에게 접근성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장편을 제작하고 나니 영화 관련 업계 관계자들과 미팅이 잦아지게 되더군요. 단편 영화 만들 때 보다 꽤나 바빠졌습니다. 영화인이라는 전문 직업인으로 한 단계 인정받은 느낌이었습니다.
- 2023년 개봉한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어떻게 시작했는지 궁금합니다.
단편을 꾸준히 찍다보니 긴 호흡의 영화에 대한 열망이 생겼습니다. 단편영화가 압축적으로 서사를 풀어내다보니 감독 입장에서는 장편으로 못다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죠. 시나리오를 써서 여기저기 미팅도 해봤지만 힘들었습니다. 장편 영화를 검증이 안 된 감독에게 제작하는 것에 한계에 부딛힌 것이지요. 장편을 어떻게 찍어야하나 고민하던 차에 전에 만든 단편 시나리오 <왼쪽을 보는 남자, 오른쪽을 보는 여자>를 꺼냈습니다. 이 시나리오로 지원했을 때 1차는 붙고, 2차에서 늘 떨어졌던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1차에 붙었다는 것은 영화 시나리오 반응이 좋은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죠. 영화속에서 메인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연인은 왜 이렇게 말로 치고 받고 싸우나, 그러면 그들의 과거는 어땠을까 생각하며 시나리오에 살을 붙였습니다.
그들이 헤어지기 직전의 모습과 헤어진 직후의 모습, 그리고 헤어지고 서로 다른 연인이 생겼다가 다시 과거 그들 추억의 공간에서 말다툼하는, 그리고 또 한 번의 만남으로 비로소 완벽한 결별을 얘기하는 시나리오가 탄생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반전이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면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하는데... 요즘 세대의 빠른 트랜드를 반영하는 영화라고 할까요? 이동휘, 정은채, 강길우, 정다은, 고규필, 옥지영 배우를 감사하게도 캐스팅하는데 성공했고, 빠르게 제작으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가 완연한 시기에 총 19회차를 찍었습니다. 경제적인 방법으로 프로덕션을 마무리했습니다. 아마도 이렇게 할 수것은 단편 영화를 많이 만들어서 생긴 노하우겠죠.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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