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수미타 김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맨 땅에 헤딩하듯 부딪히며 배웠습니다.
청년들이 온다. 미술, 연극, 음악, 문학, 연구 활동 등 모든 문화예술계에서 청년 전문가들이 몰려 오고있다. 이들은 누구인가? 분야는 달라도 모두 '청년'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한편으로는 '젊음'을 하나의 '장르'로도 볼 수도 있겠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들, 그래서 약간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이 언뜻 엿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미완성은 무한한 가능성의 다른 말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고 읊은 도종환의 시처럼 이 세상의 어떤 꽃도 흔들리 않고 피는 꽃은 없었다. 이미 장년에 접어든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는 다 그랬다. 그래서 이들의 공통점은 미숙함이 아니라 찬란함이다.
데일리아트는 이런 청년들,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각기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들은 지금 흔들리지만 곧은 가지를 갖기 위해 쭉쭉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가고 있다. 이들의 분투에 박수를 보내며 연재를 시작한다. 큐레이터, 음악인, 연극인, 청년 학자, 배우, 도슨트 등 직업과 관계 없이 젊음이라는 장르로 묶어 모두 취재하고자 한다. 지면과 여력이 허락된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젊은이들을 만나고 싶다.
지금 이들의 약진은 장년 세대들의 배후에서 이미 ' ing형'이다. 이들의 치열한 삶이 있는 곳, 문화예술 현장으로 간다. 오늘은 첫번째 순서로 '큐레이터 변승연'을 만난다. 바쁜 일정을 고려하여 메일과 유선으로 취재했다.
매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붇는 삶의 현장인 전시실에서.
- 먼저 '젊은 그들이 온다' 시리즈의 첫번째 소개자로 선정된 것을 축하하며 자기소개를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현재 '맨션나인(MANSION9)'에서 메인 전시기획 업무를 맡아 진행하는 젊은 기획자, 큐레이터 변승연이라고 합니다.
어릴 적부터 문화예술에 관심 많은 어머니를 따라 미술 전시, 공연, 박물관을 다녔습니다. 중학생 때 예술분야 과목을 좋아하던 저의 성향을 파악하신 부모님의 권유로 예술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미술과 무용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부산예고, 홍익대학교 미대 출신 이모의 경험을 듣고, 저도 똑 같은 부산예고, 홍대 미대에 진학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입시 학원에서 그린 그림
고등학교 시절의 그림. 그림이 정교하고 붓 터치가 자연스럽다.
입시 준비는 다른 친구들처럼 정물 소묘, 정물 수채, 석고, 인물화 등을 그리며 조금은 기계적으로 그림만 그렸던 것 같네요. 그래서 마침내 제가 목표한 홍대 회화과에 진학했습니다. 그때는 세상을 다 얻은듯 기뻤지만 입학한 후 학년이 바뀔때마다 그림에 대해 새로운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림에 대한 저의 태도는 정답에 맞춰져 있어 어떻게 창의적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목표가 없어진 거지요. 그러던 중 7-8명의 친한 동기, 선배들과 함께 '전시기획학회'를 결성했습니다. 목적은 학생의 전시를 교외로 나가 실험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전시 컨텐츠를 보여주자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된 목욕탕을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행화탕'에서 처음으로 진행했습니다. 시멘트가 노출되고 천장이 낮은 공간었습니다. 그에 맞춰 재밌는 형식의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이 경험은 학교를 다니는 이유가 되었고, 미술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홍익대 시절의 작품
홍익대 시절의 작품
그래서 화가, 작가보다는 작가들의 작품을 구성하여 관객에게 전달하는 역할자, 큐레이터로 나가기로 했고, 예술학과를 복수전공하여 여기까지 왔습니다.
큐레이터(Curator)란 관리자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자료에 관한 모든 일을 관리,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관람자에게 공개하는 전시의 전 과정을 진행하는 역할입니다.
- 그러면 잘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서 이번 '수미타 김 ' 전시를 기획하는 과정을 설명부탁드린다. 전시되기 까지의 과정을 부탁드린다.
수미타 김 전시 모습
'수미타 김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맨땅에 헤딩하듯 부딪히며 배웠습니다. 먼저 우리가 중견 갤러리로서 의미있는 전시회를 하기 위해 고민하던중 올해는 천경자 화백 탄생 백주년도 되고해서, 어머니와 다른 독자적인 화풍을 만들어가는 수미타 김의 작품을 전시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수미타 김 선생님은 미국에 계셔서 소통하기가 용이하지 않았습니다. 돌아오시기만 기다릴 수 없었죠. 그래서 구글및 화상 회의로 소통하면서 여러가지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작가의 자료들을 송부받아 정리를 하고 주제 설정은 작가의 삶을 잘 이해 해야 해서 작가의 책 ‘천경자(수미타 김의 어머니) 코드’를 읽으면서 파악했습니다.
주체적 자아를 찾기 위한 수미타 김의 노력을 ‘내 존재의 본질, 근원’이란 주제로 정하니 수미타 김 선생이 작가로서 추구하는 바와 맞았습니다. 그런 과정,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깨닫게 되는 작가의 고민의 과정을 전시에 담기로 했습니다. 수미타 김의 예술세계를 ‘VESTIGE_존재의 리좀’ 이란 제목으로 함축하니 모든 것이 잘 풀리게 되었습니다. 전시 서문도 그렇게 구성했습니다.
천경자 선생님에 대한 자료를 모아 함께 전시하는것이 관람객들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어 2m가 넘는 테이블에 천 선생님의 컨텐츠를 구성해서 실물과 다를바 없는 양질의 자료를 전시했습니다. 전시준비 인력이 부족하여 혼자 밤잠 줄여가며 준비를 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관심있게 봐주시고 호평해 주셔서 굉장히 보람있었습니다.
홍보는 언론사별 기자의 연락처를 구해 짧게나마 작품을 소개하는 영상촬영 및 인터뷰를 진행해서 노출시켰습니다. 별도의 매뉴얼이 없는 상태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기자에게 컨텍하고 별도의 대면 홍보 인터뷰 자리를 마련한 경험이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할 귀중한 순간이었습니다.
관람자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변승연. 큐레이터는 전시와 관련된 모든것을 한다
공식 전시 시작 전날, 프리뷰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30명이 겨우 들어오는 갤러리에 당일 3시간 동안의 방문인원이 120명 가량 되었으니 현장 분위기는 짐작 하시겠지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러 대표들을 만나고, 전시와 작가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는 자리였습니다. 관람객에게 자료를 전해드리고 긍정적인 피드백들을 받은 뜻 깊은 전시회였습니다.
- 큐레이터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관객으로부터 받은 긍정적 피드백을 들을 때가 제일 보람있습니다. 저의 작가와 설명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저와의 사진 촬영을 요청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이번 전시를 하면서 작가와 관객 사이를 매개하는 큐레이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전시 준비에 힘을 쏟을수록 '아! 관객도 함께 교감하고 이해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관람객은 어찌보면 솔직한 것이지요. 큐레이터의 준비만큼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참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전시 이후에 다시 열정을 쏟아 다음 전시를 준비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겼습니다.
- 지난번 수미타 김 전시회때 '리좀'이라는 개념을 전시회에 도입하는 것을 봤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미술 뿐 아니라 타 영역에 대한 관심과 학습도 많아야 할 것 같다. 좋은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
2024년-천경자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여 전시한 수미타 김의 전시는 어머니 천경자와는 또 다른 독자적인 화풍을 모색한 작가의 전시였습니다.
리좀(Rhizome)이란 식물의 줄기가 뿌리처럼 땅 속으로 뻗어서 자라는 ‘줄기’를 말합니다.기존의 관념론적 사고를 부정하는 철학적 용어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평소 철학 관련 책을 읽어 이 리좀의 개념을 잘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존재 가치의 차원을 확장하는 수미타 김 선생님의 예술적 세계관이 마치 '리좀' 이념과 맞닿는다고 생각이 되어 리좀 개념을 가져와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학부시절 미술이론을 전공하는 예술학과를 복수전공해서 국내외 영향력있는 미술서적, 예술담론, 논문 등에 대해 보고, 듣고, 토론하는 학습의 시간을 가진 것이 큐레이터 활동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이 땅의 많은 어려움 속에 있는 젊은이들에게 젊은이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얼마전 전시때 저보다 3-4살 어린 갓 대학을 졸업한 친구가 전시장에 와서 제가 하는 업무와 일들에 대한 조언을 구하더라구요, 알고보니 큐레이터학과를 졸업한 친구였어요. 저는 여러가지 조언 보다 이 한마디를 꼭 전하고 싶어요. 제 모토 중에 하나로 항상 마음 속에 새겨두는 건데요.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고민과 두려움 여러 조건을 따지게 되면 결국 직접적인 경험을 해보지도 못하고 기회를 날리게 되는것 같아요. 저는 기회가 주어질때 항상 그 기회와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매사에 열정적으로 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할수 있는 것도 젊기에 가능한거니깐요.
-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