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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Sep 27. 2024

큐레이터 변승연 2

[젊은 그들이 온다 ① ]




큐레이터 변승연






청년들이 온다. 미술,연극,음악,문학,연구활동 등 모든 문화예술계에서 청년 전문가들이 몰려 오고있다. 이들은 누구인가? 분야는 달라도 모두 '청년'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한 편으로는 '젊음'을 하나의 '장르'로도 볼 수도 있겠다. 아직 완성 되지 않은 사람들, 그래서 약간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이 언뜻 엿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미완성은  무한한 가능성의 다른 말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있으랴'고 읊은  도종환의 시처럼 이 세상의  어떤  꽃도 흔들리 않고 피는 꽃은 없었다. 이미 장년에 접어든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는 다 그랬다. 그래서 이들의 공통점은  미숙함이 아니라 찬란함이다.

데일리아트는 이런 청년들, 특히 문화 예술계에서 각기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들은 지금 흔들리지만 곧은 가지를 갖기 위해 쭉쭉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가고 있다. 이들의 분투에 박수를 보내며 연재를 시작한다. 큐레이터, 음악인, 연극인, 청년 학자, 배우, 도슨트 등 직업과 관계 없이 젊음이라는 장르로 묶어 모두 취재하고자 한다. 지면과 여력이 허락되면 대한민국의 모든 젊은이들을 만나고 싶다.

지금 이들의 약진은 장년 세대들의 배후에서 이미 ' ing형'이다. 이들의 치열한 삶이 있는 곳, 문화예술 현장으로 간다. 오늘은 첫번째 순서로 '큐레이터 변승연'을 만난다. 바쁜 일정을 고려하여 메일과 유선으로 취재했다. 오늘은 변승연의 인터뷰 두번째 시간이다.

 

-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다양한 정보와 학습을 통해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하는 직업이다. 변승연 큐레이터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저는 본래 학부까지의 전공이 서양화(회화)였고, 고등학생 시절까지 포함하여 최소 9-10년은 그림을 그렸습니다. 타 분야는 아니지만 더 많은 학습경험을 쌓기 위해 학부시절 미술이론을 전공하는 ‘예술학’과를 복수전공하며 국내외 영향력있는 미술서적, 예술담론, 논문 등에 대해 보고, 듣고, 토론하고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많은 걸 경험하기 위한 개인적 의지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은  다양한 문화컨텐츠가 풍부한  곳입니다. 뮤지컬, 연극, 문화전시 등 다양한 장르의 문화생활과 이를 통해 얻는 팜플렛, 리플렛, 티켓, 도록 등 많은 문서자료를 정리하고 보관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정보포화 사회에서 필요한 콘텐츠를 수집하는 능력을 가지는 것이 큐레이터의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수집된 정보들은 각 전시에서  작가의 스토리와 작품관에 걸맞는 키워드로 추출되어 전시로 연계시킵니다.










- 지금까지 한 전시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전시는 어떤 것인지?

가장 인상적인 전시는 이번 여름 앞서 말씀드렸던 수미타 김 선생님의 전시였고요. 올해 2월의 유충목, 이선미 작가의 <투영된 시간, the Projected Time>도 참 좋았습니다. 수미타 김 선생님 전시는  한국에 처음 소개하는 전시이기에 더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선생님이 미국에 계셔서 이메일과 챗으로 보내준 자료로 전시의 방향을 구성했고 선생님이 출간하신 <천경자 코드>를 읽으며 작품에 녹여진 의미들을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기자에게도 연락을 돌려 홍보에 발 벗고 나선 경험도 처음 시도해보는 뿌듯한 경험이었습니다.









투영된 시간, the Projected Time 전시장








투영된 시간, the Projected Time 전시장








투영된 시간, the Projected Time 전시장면






유충목, 이선미 작가의 <투영된 시간, the Projected Time>은 유리라는 공통 소재를 사용해서 빛이 유리에 투사되어 형성되는 그림자에 우리의 문화를 담는 전시였습니다.

유충목 작가의 유리알 부조 회화와 이선미 작가의 안경알 도자 조형 작품이 서로 발현하는 시너지는 강력했어요. 전시성과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특히 이선미 작가 작품은 완판을 이루어 작가, 갤러리 모두에게 미술시장의 불경기 속에서 희망의 빛을 전했던 전시였습니다.

- 가장 존경할 우리나라나 외국 큐레이터는 누구인지?

존경할 큐레이터는 따로 없습니다. 큐레이터는 언제나 뒤에서 작가와 작품을 부각하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전시에서 크게 노출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나의 현 예술계를 바라보는 시선에 큰 도움을 준 인물은 미국의 미술사학자 ‘데이비드 조슬릿 David Joselit’ 입니다. 대학시절 그의 저서 [AFTER ART 예술 이후] 의 원서를 읽고 발제를 했습니다. 저서의 내용은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현재의 아트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21세기의 현대미술은 이미지의 무한한 확장과 폭발성으로 가득 찬 변형 상태라고 정의했습니다. 어린 미술학도의 시야를 확장시켜준 저서입니다. 현재 전시를 기획하면서도  어떤 요소에 집중을 해서 전달되어야 할지 (대중의 향유/컬렉터 유입/작품의 통화적 가치/전시의 철학과 내용) 그 목적을 더욱 뚜렷하게 도와주었습니다.

- 현재 전시하고 있는 전시 소개와 앞으로의 계획은? 향후 어떤 전시를 하고 싶은지?









PARADOX by MONK_역설하는 수도자








'역설하는 수도자'의 전시 작품






우선 제가 속한 갤러리 맨션나인에서 연초에 이미 연간 계획이 설정되어 전시를 진행합니다.  작가와 작품을 흥미롭고 유익한 전시로  꾸려나가는 것이 단기적인 계획입니다. 현재  전시중인 작품은 이태량, 장정후 작가의 2인전 입니다., 다음 전시는 9월 13일, 김산, 이용은 작가의 2인전 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하반기에는 별도의 외부 프로젝트도 있어 바쁘게 2024년을 마무리 할 것 같습니다.

언제나 전시를 기획할 때의 마음은 기획자가  작가와 작품을 잘 알아야 방향과  이야기가 잘못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작가가 담고자 하는 담론과 매체연구의 맥락을 머리속에 그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관객이 소수라 하더라도, 초심을 버리지 않고 유지하며 작가의 진심을 관람객에게 전하는 전시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전시회의 매너랄까? 이런 갤러리들은 안된다거나 어떻게 갤러리에서 작품을 감상해야하는지 팁 같은 거는 없나?

작품을 감상하는 팁은 저는 우선  아무런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작품을 온전히 내 주관대로 바라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작품의 조형요소라 하지요, 점-선-면 부터 시작해 작품의 특이점(ex. 붓질의 질감, 강렬한 색채, 대표되는 도상이미지 등) 을 파악해 바라보며, 나는 이러한 점이 느껴지는데 작가는 어떤 의도로 이렇게 작업을 하였을까? 라고 환기하는 과정이 선행되면 좋습니다. 

그 이후 작품의 제목과 재료 등 캡션정보를 살펴보고, 작가 혹은 작품에 대한 설명(전문인의 도슨트 혹은 글귀)을 듣게 된다면 처음의 완전한 주관적 과정에서 약간 변화된, 혹은 더욱 깊어진 감상을 하실수 있을거예요.

마냥 전문가가 해설하는 내용이 정답으로 생각하며 따르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미술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누리며 향유하기 위한 것이니깐요.









작품 앞에서






- 큐레이터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날텐데 혹시 젊기 때문에 얻는 유익과 손해는 무엇인가?

저는 아직 20대로, 큐레이터로 직접 많은 실무를 수행하며 얻는 경험들은 일반적으로 제 나이 또래에서 겪기 어려우며 항상 매 경험의 순간들을 귀중하게 생각합니다.

 젊기에 어려웠던 점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상대해 본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처음에는 누군가에게 대화를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대하는 것이 마냥 자연스럽지 못하고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전시를 개최하고 많은 사람들을 대하다보니  어려움도 줄게되고 오히려 제 얘기를 흥미롭고 관심있게 들어주시는 분들을 마주하게 되면 더욱 힘이 나며 신나게 설명드릴 수 있었습니다.

손해라면 아직까지 크게 와닿는건 없습니다. 작가들을 상대하는 게 아무래도 젊다는 점이 마냥 높은 신뢰도를 주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운이 좋아 아직까지 좋은 작가들과  일을 하게 된 점도 있다 생각하고, 저도 작가들께 실망스럽지 않은 좋은 컨텐츠를 완성시키기 위해 제 스킬과 숙련도를 높여나가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젊은 열정과 패기가 넘칠 때, 물론 힘들고 어려움이 있지만 최대한 시도하고 도전하고 경험하고자 합니다. 특히 예술분야는 더욱 정답이 없기에, 그리고 기성세대와 비교하여 현 청년세대는 더욱 변화무쌍한 시대를 겪고 있기에,  앞으로의 미래를 이끌어갈 방향을 설정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과정들이  쉽지만은 않지만, 견디는 것도 능력이라 젊을때 본인의 임계치를 높이는 삶을 지향하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부족한 저를 이렇게 인터뷰해 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아직 젊고 미숙하지만 저의 성장을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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