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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Sep 27. 2024

산토리니에서 만난 자연과 문화의 조화

[한복 디자이너의 그리스 일주 ③]

그리스의 직선적이며 부드러운 건축 양식, 한복의 미와 통해

피라마을 도보 여행: 산토리니에서 만난 전통과 자연의 경계

2024년 9월 15일, 산토리니에서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첫 방문지는 아름다운 피라마을(Fira). 이곳은 산토리니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그림 같은 풍경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산토리니 특유의 하얀 벽과 직선의 벽과 둥근 지붕이 조화를 이루며 형성된 이 마을은 마치 한복의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미를 떠올리게 했다. 특히, 하얀 벽은 전통 한복에서 자주 사용되는 흰색 저고리와 유사했고, 지붕이나 대문의 파란색은 한복의 청색 계열을 연상시켰다.

피라마을을 걸으면서, 한복과 이 마을의 건축 양식 사이의 색감과 형태미에 대한 공통점을 느꼈다. 그리스의 건축물은 직선적이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이 특징적이며, 이는 한복에서 볼 수 있는 곡선미와 직선미의 조화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마을의 길을 걸으며, 나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이 아름다움을 한복의 디자인에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피로스테파니마을: 산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얻은 색감의 영감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산토리니의 북쪽에 위치한 피로스테파니마을(Pirastefani)이다. 이곳은 고지대에 있어 산토리니의 푸른 바다와 하얀 건물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소다. 이곳에서 마주한 풍경은 마치 한복의 넓은 치마가 바람에 흩날리며 펼쳐지는 모습과 같았다.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선명한 파란색, 그리고 그 위에 자리 잡은 하얀 건물들의 조화는 한복의 색채와 형태미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을지를 떠올리게 했다.


피로스테파니에서의 경험은 한복의 색감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제안해 주었다. 그리스의 파란색은 깊고 선명하지만, 한국 전통의 담청색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나는 이 두 색상을 결합하여 새로운 한복 색상을 만들어낼 수 있겠다는 영감을 받았다.

산토리니의 음식: 그리스 전통에서 찾은 풍부한 색감과 맛

그리스에서의 음식은 단순한 끼니를 넘어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다. 산토리니에서 처음 맛본 것은 그리스 전통 요리 수블라키(Souvlaki)였다. 수블라키는 그리스 전역에서 즐겨 먹는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으로, 꼬치에 구운 고기와 함께 빵, 감자튀김, 그리고 샐러드와 함께 제공된다. 고기의 풍부한 맛과 신선한 재료들의 조화는 한복에서 색채와 천의 조합을 떠올리게 했다.


수블라키에서 느껴진 갈색 고기의 짙은 색상은 한복의 전통적인 목색이나 갈색 계열의 장식을 떠올리게 하였고, 바삭하게 구워진 고기는 전통과 현대가 결합된 한복에서 시도할 수 있는 질감 표현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또한, 그리스의 신선한 토마토와 양파, 그리고 신선한 페타 치즈가 조화를 이루며 주는 색감의 풍부함은 한복에서 색을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특히, 페타 치즈의 흰색과 올리브 오일의 녹색이 어우러진 색감은 한복에서 사용하는 백색 저고리와 그 위에 덧입히는 푸른 띠의 조합을 떠올리게 했다. 음식에서 발견한 이러한 색감의 조화는 한복의 디자인에서 색을 결합하고 조화롭게 배치하는 데 있어 중요한 영감을 주었다.

산토리니 와인: 장인 정신과 자연의 조화를 담은 풍미

산토리니는 독특한 기후와 지형 덕분에 와인 생산지로도 유명하다. 이곳에서 특히 유명한 와인은 아시르티코(Assyrtiko)로, 건조한 기후와 화산재 토양에서 자란 포도로 만들어진다. 산토리니 와인의 특징은 강렬한 산미와 깔끔한 맛인데, 이곳의 와인 양조법은 마치 한복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정교한 장인정신과도 유사한 느낌을 주었다.


와인 박물관에 들어서자,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와인 양조 과정이 전시되어 있었다. 수백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이 전통 방식은 한복이 전해지는 과정과 비슷했다. 와인이 발효되는 와인통은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도 그 형태와 기능이 변하지 않았고, 그 안에 담긴 자연의 힘과 시간이 한복의 천년 역사를 담은 섬세한 옷감처럼 느껴졌다.


와인을 양조하는 과정에서 포도가 자연스럽게 숙성되는 과정을 보며, 한복의 천과 색상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곡선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시르티코 와인의 밝은 황금색은 한복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황색과 금색 장식에 대한 영감을 주었다. 와인 제조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세월을 담아내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한복 제작 과정과 닮아 있었다.

산토리니 와인의 깊고 신선한 맛은 한복의 매끄러운 곡선과 자연스러운 움직임과도 연관될 수 있었다. 이 와인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 풍미가 더욱 깊어지고, 마치 한복이 세월을 따라 변화하면서도 그 본질을 유지하는 것처럼, 와인 역시 전통 속에서 현대적 변화를 수용하고 있었다.

와인과 음식은 그리스의 전통과 현대적 감각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였다. 이곳에서 맛본 요리와 와인은 한복 디자인에 있어 색감의 조화와 재료의 깊이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어 주었다.

선셋 크루즈: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장관에서 얻은 영감

저녁 무렵, 산토리니의 대표적인 선셋 크루즈에 올랐다. 바다 위에서 맞이한 일몰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하늘이 붉게 물들고, 바다와 하늘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그 순간, 나는 한복에서 사용하는 홍색과 청색의 조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하늘의 붉은 빛과 바다의 깊은 청색은 마치 한복의 저고리와 치마의 색조합처럼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오늘 나는 알았다. 그 유명한 지중해 코발트 빛깔은 그저 우리 눈에 보이는 외적인 색상에 불과하고, 자세히 그리고 가까이서 살펴보면 그 안에는 인간의 변화무쌍한 삶의 순간들이 있듯이 다양한 색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잔잔한 바다의 색상, 파도가 일렁이는 색상, 물거품과 섞인 색상, 맑은 하늘이 비친 색상, 섬 그림자가 드리운 색상. 무수히 다양한 코발트 색상들을 비로소 눈으로,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코발트 색상은 점점 진해지면서 먹색인가 싶더니 석양의 붉은 빛을 받아 들이면서 영롱한 빛을 만들어 낸다. 마치 자연의 섭리를, 모듯 것을 받아들이는 듯한 웅장한 바다의 모습이 나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크루즈에서 맞이한 저녁 바람과 함께, 자연에서 얻는 색채의 깊이는 한복 디자인에 있어 색상의 선택과 조합에 중요한 요소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특히, 하늘이 붉게 물드는 모습은 한복의 홍색 저고리나 적색 치마를 떠올리게 했다. 바다의 짙은 청색과 하늘의 붉은 빛이 어우러지는 그 순간, 한복의 전통적인 색감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색의 조화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자연에서 얻는 색감은 언제나 디자인에 중요한 영감을 주며, 오늘의 선셋 크루즈는 그런 영감을 풍성하게 제공해 주었다.

산토리니에서의 영감

오늘 산토리니에서의 여정은 나에게 한복의 색감과 형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수블라키에서 느낀 재료들의 신선한 색감과 산토리니 와인에서 느낀 장인정신은 한복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그리스의 음식과 와인은 한복 디자인에서도 재료와 색의 깊이, 그리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여정을 마치며, 한복의 색감과 형태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스의 건축물에서 보이는 직선과 곡선의 조화, 자연과 인간의 조화는 한복 디자인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들이었다. 피라마을과 피로스테파니 마을에서 얻은 색감과 형태는 한복의 전통적인 요소에 현대적 변화를 더하는 데 있어 큰 영감을 주었다.

와인 박물관에서 느낀 장인정신과 선셋 크루즈에서 본 자연의 색채는 한복의 디자인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해 주었고, 이 여행을 통해 나는 한복의 미래를 구상하는 중요한 힌트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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