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들이 온다 ④]
배우가 연기하듯 도슨트는 작품으로 청중에게 연기하는 사람
청년들이 온다 . 미술, 연극, 음악, 문학, 연구 활동 등 모든 문화예술계에서 청년 전문가들이 몰려 오고있다 . 이들은 누구인가? 분야는 달라도 모두 '청년'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 한편으로는 '젊음'을 하나의 '장르'로도 볼 수도 있겠다 .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들 , 그래서 약간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이 언뜻 엿보이기도 한다 . 그러나 이런 미완성은 무한한 가능성의 다른 말이다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고 읊은 도종환의 시처럼 이 세상의 어떤 꽃도 흔들리 않고 피는 꽃은 없었다 . 이미 장년에 접어든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는 다 그랬다 . 그래서 이들의 공통점은 미숙함이 아니라 찬란함이다 .
데일리아트는 이런 청년들 ,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각기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들은 지금 흔들리지만 곧은 가지를 갖기 위해 쭉쭉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가고 있다. 이들의 분투에 박수를 보내며 연재를 시작한다. 큐레이터, 음악인, 연극인, 청년 학자, 배우, 도슨트 등 직업과 관계 없이 젊음이라는 장르로 묶어 모두 취재하고자 한다. 지면과 여력이 허락된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젊은이들을 만나고 싶다 . 지금 이들의 약진은 장년 세대들의 배후에서 이미 ' ing 형 '이다 . 이들의 치열한 삶이 있는 곳 , 문화예술 현장으로 간다 .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도슨트 김은비를 소개한다 .
'키스 해링전'이 끝나고 키스 해링 마지막 벽화를 보러 피사에 가서.
-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안녕하세요. 도슨트 김은비입니다. 도슨트란 직업은 미술관에서 사람들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직업이에요. 종종 큐레이터와 도슨트를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서로 전혀 다른 일을 해요.
그래서 저는 이 차이점을 영화에 비유하곤 합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 때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모든 것들을 통솔하는 사람을 감독이라고 하죠 그 감독이 전시장 안에서는 큐레이터예요. 그리고 영화는 '대본'이 있습니다. 영화의 대본이 전시장에 걸려있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배우가 어떻게 연기를 하느냐에 따라 영화가 달라지듯이 도슨트가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감상자에게 작품에 대한 인식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저는 배우가 연기를 하듯 미술에 대해 이야기한 지 17년이 되어 가요. 처음에는 전시장 지킴이로 일하면서 누가 질문을 하면 설명해 줘야지 생각하며 누군가 설명을 요청하길 기다리던 알바생이었는데, 지금은 전문 도슨트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일하고 있어요.
'카스틸리오니전'을 준비하면서 그 가족을 만나러 밀라노에 갔을 때.
- 요즘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직업이 도슨트가 아닌가? 도슨트라는 직업에 대해 소개한다면?
일을 구하는 건 어떤 직업이나 같은 거 같아요. 구인 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도슨트 자리는 너무 한정되어 있어요.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에서 도슨트를 필요로 하는 전시를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신다면 정말 몇 개 안된다는 것이 느껴지실 거예요. 그래서 도슨트라는 직업이 핫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불안정한 직업이기도 합니다. 자격증을 가져도 큰 의미는 없어서 뭐라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가 제일 필요할거 같아요.
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서울시립미술관이나 현대미술관 같은 경우에는 도슨트 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미술사에 대한 기본 지식과 스크립트를 작성하는 법등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으니 체험도 해보시고 실제로 나와 이 직업이 잘 맞는지 먼저 체험해 보는 것도 추천해요.
- 도슨트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미술사학을 전공한 걸로 아는데 언제부터 도슨트가 되겠다고 생각했나?
대학원 시절.
저는 학부, 대학원을 모두 미술사학을 했어요. 하지만 미술사학과에 진학한 것이 도슨트가 되고 싶어서는 아니었어요. 수능이 끝나고 과를 선택할 때 막연히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미술사로 흘러 들어온 것이 도슨트로 이어진 거 같아요.
미술사를 전공하면서도 생각보다 공부가 재미있지 않더라고요. 사실 탈출을 꿈꾸면서 이모가 살고 있는 미국으로 잠시 어학연수라는 핑계로 도망가기도 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때 교육에 대한 꿈이 생겼어요.
아동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는 것이 힘들지만 가장 보람된 시간이다.
뉴욕박물관을 갔습니다. 그때가 벌써 거의 20년 전이니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한 광경을 뉴욕 미술관에서 보았어요.. 사람들이 여러 방식으로 미술을 즐기고 있더라고요. 동그랗게 모여 앉아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쓰고, 질문도 하는 아이들, 미술 도구를 잔뜩 가져다 놓고 명화를 모사하기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 미술을 이렇게 즐길 수도 있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또 자국의 미술을 여러 가지로 즐기고 사랑하는 모습이 부러웠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 미술을 사랑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죠. 그때 제 결론은 우리나라 미술을 재미있게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랑에 빠질 기회가 없었다는 거였어요. 나는 교육학을 배워 어린이 박물관에 가서 앞으로 미래가 될 어린이들에게 차근차근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이 미술사학을 해야 선택지가 많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미술사 석사를 해서 미술 전달 방법으로 선택한 일이 도슨트였어요. 제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미술사 학사, 석사를 하고 도슨트를 한다는 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전에는 전혀 선망의 직업도 아니고, 대부분 잠시 스쳐가는 아르바이트 같은 일, 봉사 활동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학업에 집중하지 않고 도슨트 일에 열중하는 모습에 교수님이 많이 걱정하셨어요. 남들처럼 안정적인 일을 해야지 하는 욕심에 대부분이 그렇듯 논문을 쓰고 나서 잠시 학예사로 시립박물관에서 일했어요. 그때 확실히 느낀 거 같아요. 내가 남들처럼 안정적으로 살진 못해도 도슨트 해야겠다. 박물관 업무를 할 때도 제일 좋았던 것이 전시 기획 중에 작가를 만나고 그를 소개할 준비를 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그때 결심했죠. 이쪽 일에 집중해 보자고. 그래서 전에 일했던 전시 기획사에 전화를 드렸어요. 저 다시 일 시켜 주시면 모든 거 그만두고 가겠다고요. 그때부터는 쭉 이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대형 강의를 할 때도 있다. 이건희 컬렉션에서.
- 사람들 앞에서 해설을 하려면 정말 많은 지식과 정보량이 필요할 걸로 생각이 든다. 해설하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준비 과정은 어떻게 하나?
전시를 준비할 때 찾을 수 있는 자료는 다 찾아 봅니다. 관련 텍스트 자료, 영상 자료 모든 수집할 수 있는 대로 수집해요. 작가를 만날 수 있다면 만나서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디자이너 전시를 할 때는 이탈리아에 직접 찾아가 그의 가족들을 만나고 작업실을 둘러보기도 했어요. 그러고도 부족하다면 이번엔 사람을 찾습니다. 지인들을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영화 관련 전시를 하면 어떻게든 그쪽 관련 사람들을 찾습니다. 어떻게든 내게 이 전시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 사람들을 만나고 다녀요.
하지만 전시가 시작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에요. 이제 앞으로 내가 몇 달 동안 만날 작품들과의 동거가 시작되는 거죠. 저는 전시 중에는 고3같은 마음이라고 이야기해요. 고3이 그렇잖아요. 공부는 안 해도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거죠. 늘 고민하고 계속 머릿속으로 생각을 합니다. 다른 각도로 보려고 하기도 하고. 그런데 저는 이것이 힘들지 않아요. 제가 도슨트를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는 준비 과정과 모든 순간 동안 빠져드는 몰입감이 너무 좋기 때문입니다. 매 전시마다 작가들, 작품들과 저 혼자 짝사랑하고 연애하는 기분이에요. 그러다 보면 '아, 이제 알겠다!' 하는 순간이 있거든요. 매 전시마다 '아, 이제 잡았다! 알았다!' 하는 순간을 위해 살아요.
도슨트를 하면서 관람객에게 받은 편지
- 자신이 도슨트로서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을 하는 직업이라서 긴장도 많이 될 텐데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이 따로 있나?
도슨트 할 때는 아직도 긴장이 되는 거 같아요. 하지만 긴장을 극복하는 방법은 더 많은 준비밖에 없는 거 같아요. 내가 하는 말에 대한 타당한 근거를 가지는 당당함이 극복하는 방법이에요. 또 저는 어느 정도 긴장감이 있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익숙해지는 순간 편해지고 실수하게 되는거 같아요. 일부러라도 긴장하는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2부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