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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19. 2024

정의지 작가를 찾아서

[청년 작가 열전 ①]

무소의 뿔처럼 자신의 예술세계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청년작가


정의지 작가 안성 작업장에서

청년작가열전 ①- 정의지 작가를 찾아서!


데일리아트는 우리나라 예술계를 이끌어 갈 청년작가들을 소개하는 <청년작가 열전>을 시작한다. 꿈과 패기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쳐나가는 진정한 예술인. 그들의 땀 방울에 우리나라 문화와 예술의 미래가 달려 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청년 예술가 정의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홀로 행하고 게으르지 말며 비난과 칭찬에도 흔들리지 말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이 소설제목으로 차용한 불교 경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한 대목이다. 소설의 제목으로 나온 뒤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경구가 되었다.  가장 오래된 불교 경전인 '숫타니 파타'에서 발췌한 것이다. 공지영은 홀로서지 못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빗대서 이 경구를 쓰고자 했지만 처음에 출판사에서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소설이 출간되고 사람들은 이 문구에 매료되었다. 소설은 읽지 않았어도 제목은 누구나 아는 말이 되었다. 왜 그런가?  현대인들은  복잡한 인간 관계와 쉴틈 없는 업무, 끈을 놓을 수 없는 경쟁 관계 속에서  홀로 숨죽이며 살아간다. 홀로 견뎌야 하는 일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너무 위축되어 간다. 그러나 어쩌랴!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는 것이 인생인 것을..사자처럼, 바람처럼, 연꽃처럼 의연하게 혼자 걸어가라는 얘기다. 너무 과하게 자신의 연민에 사로잡히지도 말고, 너무 자신을 과대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저 가다 보면 뭔가 보이지 않겠는가..


 여기에서 나오는 ‘코뿔소’와 ‘혼자’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예술가가 있다. 정의지이다. 데일리아트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향해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달려가는 정의지를 만났다. <인터뷰는 질문지를 드리고 답변과 보충 취재를 통해서 이뤄졌다.>

청년작가 정의지

문; 작가의 작품을 화랑미술제에서 접하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 전시회 중에서도 화제가 많이 된 것으로 안다. 지난 4월 3일부터 7일까지 코엑스에서 개최된 화랑미술제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다.  코뿔소를 전시했는데, 다른것보다 야생동물을 작품화하는 이유에 대해서 소개해 주기 바란다.


답: 안녕하세요. 버려진 것들에 관심이 많은 조각가 정의지입니다. 저는 버려진 것들과 소외된 것들에 관심이 많았어요. 쓸모를 다하고 방치된 무언가를 바라보면 그것의 역사가 궁금해지고 또는 그 과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처음 동물을 만들기 시작하였을 때는 대학교 다니던 학생 때 시작하게 되었어요. 저는 조각을 전공하는 작가 지망생이었는데, 지방대 작가 지망생은 모두가 불안한 사람이었나 봐요. 주위 사람들은 제가 밥은 먹고 살 수 있는지. 돈은 벌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궁금해했어요. 불안했어요. 그 시기에 발견한 것이 버려진 양은 냄비였어요. 이 버려진 양은냄비를 저를 통해서 새로운 존재의 의미를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그때 학교 작업실의 라디오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구절이 운명처럼 들려왔어요. 그래서 무소(코뿔소)를 만들기 시작하고 그다음부터는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관심, 사상, 반성, 생각 등이 동물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융합하여 동세와 형태와 표정 등이 융합하여 작품으로 표현되었습니다.

작품명: 당신의 안식을 위하여, 버려진 양은, 폐철로 만든 작품이다.

문; 정의지작가의 작품속에는 버려진 양은이라든지 쓸모없는 철 조각들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특별히 이런 버려진 물품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이유는? 혹시 우리의 환경을 생각해서 하시는 것은 아닌지?  


답: 세상에 모든 것들은 존재의 의미가 있고 그 역할을 모두 충실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탄생의 의미가 없어지고 기능을 다하거나 약해지면 버려지게 됩니다.


사람들도 그런 것 같아요. 모두가 이 세상에 살았던 사람들의 숫자만큼 영화 같은 인생을 모두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버려진 것들과 존재의 의미를 다한 것들로 우리의 삶의 소중함과 나와 다른 이들의 영화 같은 삶의 존중과 소중함을 작품을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는 환경운동가는 아니지만 많은 분이 작품을 보고 환경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는 것도 저의 작품이 가진 하나의 힘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재료인 버려진 양은 냄비를 구하는 것이나, 사실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들어가지만 제가 선택한 작업의 단계이고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사실 그렇게 고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보다 훨씬 열심히 살아가는 작가분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습니다.


문; 작가의 문화적 배경을 보면 부모님이 도예가이셔서 어릴 적 예술적인 환경에서 자란 것으로 안다. 어릴 적 집안의 분위기나  전업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한 배경은?


답: 도예가이신 부모님과 동생 모두 예술가 집안에서 자랐어요. 그래서 모든 것들이 자연스러웠어요. 어려서부터 작업하는 부모님의 모습 그리고 집이 곧 작업실이었어요. 그곳에는 다양한 장르의 작가 선생님들이 찾아 왔어요.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저에게 녹아 들어왔던 것 같아요. 처음은 그림을 그리다가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흙으로 입체작품을 만드는 조소과에 매료되어 조각을 시작하게 되었고 대학교에서 작가만이 내 길이라 생각하고 지금까지 하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변함없이 죽을 때까지 작업하고 작품을 만들고 있을 것 같아요.


문;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은 어떤 작품이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답: 저는 버려진 것들과 소외된 것들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찾고 싶어요. 장소든 물건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그래서 새로운 것을 찾는 프로젝트 작업을 많이 하고 싶어요. 작가에게 경험은 작업 세계를 넓이는 하나의 키(Key)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경험과 탐험하고 저의 작업 세계를 넓히고 다양한 작업을 하고 싶어요.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문; 드라마에서 작가의 작품이 자주 소개되고 있다. 어떤 작품에서 소개되었고 그와 관련된 에피소드도 부탁드린다.


답: SBS ‘펜트하우스 1’이 2020년 10월부터 방영되었는데 촬영은 19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19년은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그때 미술계도 모든 전시 행사가 취소되고 없어지면서 저도 작품이 모두 작업실에서 대기해야 하는 시기였어요. 그때 미술감독님과 소품 감독님에게 연락이 와서 인터넷에서 작품을 보고 감독님 두 분이 일산에서 평택 작업실까지 찾아오셔서 실물을 보시고 거의 모든 작품을 다 선택하셨어요. 저도 코로나19 때문에 전시가 없는 시기가 잘 맞아서 20점 넘게 작품이 들어갔는데, 드라마가 시청률이 잘 나오고 김순옥 작가님께서 작품이 더 필요하다 하셔서 시즌2, 시즌 3이 촬영될 때마다 작품이 추가로 들어갔어요.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

많은 분이 작품 대여비는 잘 받았냐고 물어보시는데 그 코로나시기에 가뭄에 단비 같은 저에게는 많은 작품대여비를 받았습니다. 드라마가 끝나고 작품도 많이 구매해 주셨어요. 다른 드라마에 들어갈 수도 있다며 회사에서 구매해 주셨어요.


그리고 이런 경험은 힘든 시기에 저의 주변 분들에게도 즐겁고 힘을 준 드라마였어요. 미술감독님, 소품 감독님, 배우님들, 작가님, 스태프분들 모두 감사하며 그 시간을 소중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의 수평선

문; 현재 젊은 작가들과 함께 프로젝트그룹 ‘이 구역의 예술가는 나야’ <이.구.예.나> 활동하고 있는 걸로 안다. 팀 소개와 그 속에서 맡고 있는 일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린다.


답: 프로젝트팀 ‘이.구.예.나‘는 2020년에 만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젊은 작가들이 꿈을 펼칠 기회조차 없이 포기하는 것이 안타까워 팀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팀에서는 폐공장, 폐교, 재개발 지역 이런 소외된 장소를 찾아서 작가들이 그 공간에서 작업과 생활하며 새로운 경험을 통해 예술가의 창작 영역을 넓히고 그곳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역할을 합니다. 동시대의 사회, 공간, 인간, 자연 등을 주제로 예술적 시선과 다양한 실험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문화 예술 프로젝트그룹입니다. 조각, 회화, 설치, 미디어 등을 다루는 40여 명의 2030 젊은 예술가들로 이뤄져 있습니다. 작가들이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기 위해 함께 성장하고 활동 중입니다.


문; 새로 창간한 데일리아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청년 작가로서 한 말씀 부탁드린다.


답: 작가들은 모두가 자기 생각과 꿈을 표현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작가들은 본인의 세계관을 펼치기 위해서 과감한 선택과 생각, 금전적 투자와 많은 시간을 들여서 작품들은 만들어 나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가치를 존중받고 누구나 작품을 감상하고 즐길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데일리아트가 작가와 관객을 연결해 주는 메신저의 역할로 멋진 아트 플랫폼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야외 작업중인 정의지 작가

질문: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청년작가 열전>은 인터뷰한 사람이 다른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이다. 이 코너에 소개할만한 다른 작가가 있는지. 왜 이 사람을 소개하는지?



: 좋은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는 설치&조각가 이찬주 작가님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찬주 작가님은 경험을 통한 풍부한 작업 세계관에 섬세한 작업과정이나 다양한 매체를 다루는 방식이 옆에서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가님입니다. 이 코너를 통해서 이찬주 작가님의 작품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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