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성파 선예 禪藝 특별전 - COSMOS》개최
3m 옻칠 조각부터 수중 설치 회화, 금니사경과 최신작까지 120여 점 선보여
'태초', 2024, 삼베에 옻칠, 가변 설치. 예술의 전당 제공
어둡고 깊은 무언가가 울려 퍼지는 공간. 검은 기둥들이 고요하게 서 있는 이 공간은 단순한 물질의 배열이 아닌, 자연과 시간, 그리고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정신적 흐름을 담고 있다. 옻칠이 덧입혀진 표면은 빛을 삼키며 마치 그 안에 무한한 가능성과 세계를 감추는 듯 보인다. 각각의 기둥은 굳건하게 서 있지만, 그 형상은 오랜 시간을 견뎌온 재료의 물성과 인간의 손길이 맞부딪쳐 탄생한 결과물일 것이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전관에서는 11월 17일(일)까지 성파 스님의 오랜 수행과 예술을 아우른 작품 세계를 총망라하는 《성파 선예 禪藝 특별전 - COSMOS》을
성파 스님
성파 스님은 대한민국 조계종 큰 스님으로 1960년에 불교에 입문, 1981년 통도사 주지를 역임하고 2022년 제15대 조계종 종정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예술가로서 불교미술, 서예, 한국화, 도자, 염색,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화업을 전개해 왔다. 이번 단독 개인전에서는 1980년대에 선보였던 금니사경과 최신작은 물론 옻칠 회화와 설치 작품을 중심으로 평생 화업을 총망라하는 120여 점을 선보인다.
'불설대보부모은중경 佛說大報父母恩重經'. 1985, 먹지에 금니, 137×45.5cm×10폭 중 1폭. 예술의 전당 제공
'환착신의대객래 還着新衣待客來', 2005, 선지에 수묵채색, 67×68cm. 예술의 전당 제공
성파 스님은 작품의 재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전통 한지 제작, 안료와 염료의 재배 및 가공을 직접 수행했다. 그의 작업실에는 옻, 칠안료, 닥나무 등 자연에서 얻은 재료와 도구들이 가득하다. 닥나무로 한지를 만들고 쪽을 키워 고려시대 감지를 재현하기도 했다. 특히, 성파는 ‘옻’의 내구성, 방수성 등 뛰어난 성질을 주목해 이를 작품의 주재료로 사용하여 전통 재료와 결합한 독창적인 옻 예술을 창조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작가 성파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한국적 재료 탐구를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인다.
'D0106', 한지에 옻칠, 97×59.5cm. 예술의 전당 제공
'C0572', 도자에 옻칠, 54×54×84cm. 예술의 전당 제공
전시는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태초 太初 ▲유동 流動 ▲꿈 夢 ▲조물 造物 ▲궤적 軌跡 ▲물속의 달 순서이다. 전시장 내부에는 3m 높이의 옻칠 조각, 수중 설치 회화 등 시선을 사로잡는 대형작이 소개되며, 성파 스님의 작업 과정과 통도사 장경각 내 수중 암각화 작품을 담은 영상이 함께 상영되어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