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미술관- 겸재 정선 편》행사 후기

by 데일리아트

서촌 곳곳에 숨겨진 겸재의 흔적을 찾아 나선 시월의 아름다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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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 토요일은 《길 위의 미술관》 프로젝트 첫 번째 순서로 '겸재 정선(謙齋 鄭歚) 편'이 시작되는 날이었습니다. 《길 위의 미술관》은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화가들의 발길을 따라 걸으며 그들의 삶과 깊은 예술을 느껴 보는 '움직이는 체험 미술관'입니다. 강사의 해설을 들으며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옛 화가들이 옆 골목에서 걸어 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시월의 맑은 가을 햇살 아래 경복궁역 3번 출구 앞은 한복을 입고 몰려다니는 외국인들과 등산객들로 아침 일찍부터 북적였습니다. 우리도 그곳에서 인사를 나누고 겸제 정선의 발길을 따라가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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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산수에 대해 알아보는 강의도 있었습니다.

먼저 강의실에서 '겸제 정선'의 생애와 예술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왕제색도'를 그린 화가로만 알려진 '겸제 정선'은 한국 미술사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중국 화풍에 영향을 많이 받아왔던 조선에서 그는 우리 자연의 모습을 재해석한 진경산수(眞景山水)화풍을 확립했습니다. 한이수 강사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정선의 이야기와 당시의 생활상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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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중석. 각기 다른 돌들이 세월이 흘러 모여 더 커다란 돌로 뭉쳤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답사에 나섰습니다. 강사는 지나는 길, 카페 정원에 놓인 신기하게 생긴 바위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이런 답사는 그저 지나치기 쉬운 길목에 숨겨져 있는 작은 이야기를 듣는 데 매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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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집의 쇠울타리를 휘감아 올라간 등나무가 우리의 인생 여정 같기도 합니다.

길을 걸으며 귀를 기울이면 입을 닫고 있던 바위도, 등나무도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 이야기는 길을 따라 이어집니다. 이렇게 이어지는 이야기는 무심코 지나쳤을 평범한 골목을 새롭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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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낳았으나 종묘에 합사되지 못한 7명의 후궁을 제사 드리는 칠궁에서.

골목에서 나와 청와대 옆에 있는 '칠궁(七宮)'에 들렀습니다. '칠궁'은 조선 시대에 아들이 왕이 된 일곱 후궁들의 신주를 모신 왕실 사당입니다. '칠궁' 마당 한가득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가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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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헌의 집터에 세워진 김상헌의 시비.

칠궁을 나와 앞에 있는 '김상헌(金尙憲, 1570년 6월 3일~1652년 6월 25일) 집터'에서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김상헌의 가문과 겸제와의 인연을 설명하고 또 이 자리에서 일어난 '10·26 사건'에 대해서도 설명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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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고에 있는 겸재 정선의 집터 위에 세운 '독서여가비' 앞에서.

청운동에 있는 경복고등학교는 정선의 집터로 추정됩니다. 경복고 안으로 들어가면 겸제의 <독서여가(讀書餘暇)>라는 그림이 동판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강사는 화가인 겸제와 시인인 사천 이병연(槎川 李秉淵, 1671~1751)과의 우정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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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이 가장 잘 보이는 경복고운동장 스탠드. 운동회가 한창이었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는 가을 운동회가 한창이었습니다. 운동장 의자에 앉아 보니 멀리 인왕산이 보입니다.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이 방향에서 그리지 않았을까요? 모두들 비둘기처럼 고개를 주억거리며 <인왕제색도> 사진과 인왕산을 번갈아 쳐다봅니다. 이 순간에 마음만은 '겸제'가 되어 커다란 화폭에 인왕산을 펼쳐낼 기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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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 김상용의 집터위의 '백세청풍' 각자

마지막으로 학교를 나와 근처 길가에 있는 '백세청풍' 이 새겨져 있는 바위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김상용(金尙容, 1561-1637)의 별장(別莊) 태고정(太古亭)이 있던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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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사진 찍기 바쁩니다.

이것으로 우리 답사를 마쳤습니다. 두 시간은 너무 짧았지만 겸제의 길을 따라 걸어보니 겸제와 친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을이 답사를 위해 준비해 준 듯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돌아가는 길, 마음속에 어느새 가을 햇살을 맞은 열매가 익어 갔습니다. 벌써 다음 회가 기다려집니다. 10월 19일 진행하는 《길 위의 미술관》은 '천경자 편입'니다. 천경자의 곡진한 삶의 궤적을 찾아 나섭니다. 많은 신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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