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고영애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60곳을 프레임에 담아 소개한다. 뉴욕현대미술관부터 게티센터, 바이에러미술관, 인젤홈브로이히미술관 등 현대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12개국 27개 도시에서 찾은 미술관들을 생생한 사진과 맛깔스런 건축 이야기로 안내한다.
에펠탑이 바라보이는 팔레 드 도쿄의 야경 (사진 제공: Palais de Tokyo)
2002년에 개관한 팔레 드 도쿄는 1937년 파리 만국박람회 개최 당시 일본관으로 지어진 데에 서 현재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팔레 드 도쿄 바로 옆에 붙은 파리 시립현대미술관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서 지어진 건물이다. 파리 시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중 라울 뒤피(Raoul Dufy)의 벽 화 <전기의 요정(La Fee Electricite)>과 헨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벽화 <춤(La Danse)>과 같은 대형 벽화는 만국박람회 때 파빌리온에 그려졌던 작품으로 그 후 옮겨 놓은 것이다.
파리 시립현대미술관과 팔레 드 도쿄 (사진 고영애)
팔레 드 도쿄는 낮 12시에 문을 열고, 밤 12시에 문을 닫는다. 일과 후 늦은 밤까지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한 미술관 운영은 예술의 도시, 파리다운 발상이다. 점심시간에 잠깐 들러 미술품을 감상하거나 저녁식사 후 산책하듯 찾는 팔레 드 도쿄는 파리 시민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명소다. 파리지앵에게 미술관 산책은 일상이며 휴식이다.
팔레 드 도쿄 정면과 측면 (사진 고영애)
팔레 드 도쿄는 아방가르드 미술관으로 손꼽히는 몇 안 되는 세계 현대미술관 중 하나다. 세계 곳곳에 일어나는 미술계의 현장감을 빠르고 신속하게 파악하며 예술가와의 소통을 즐기는 파리지앵에게 팔레 드 도쿄보다 더 적합한 장소는 없으리라. 마침 내가 방문한 해에 이 미술관은 라카통과 바살에 의해 2만 2000제곱미터 크기의 규모로 확장되었다. 이 중 1만 6000제곱미터는 전시, 영화관, 강연실, 레스토랑, 서점으로 방문객을 위한 공간이다. 그들은 기존의 공간을 유지하면서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설치 작업에 걸맞는 공간의 가변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마침 ‘강렬한 근접성(Intense proximity)’이라는 주제로 열린 파리 트리엔날레 전시 작품들은 그 공간과 잘 어우러졌다.
팔레 드 도쿄의 전시 공간 (사진 고영애)
마감이 덜 된 듯 내부 인테리어의 미흡함과 아무렇게나 너부러져 있는 소파에서의 여유와 쉼을 누리는 관람자야말로 현대미술을 친근하게 이해하는 감상자가 아닐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새로운 양상과 따끈따끈한 시각예술을 볼 수 있는 현대미술의 온상지에 오니 비로소 예술을 꽃피운 파리를 실감할 수 있었다.
파리 트리엔날레에 초대된 신인 조각가의 작품 (사진 고영애)
이곳은 제3세계 예술가들의 작품 현장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 기존의 서구권 미술시장에 일격을 가하며 최전방위 미술을 소개하는 핫한 곳이다. 팔레 드 도쿄는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실이 되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주고 있었다. 소수의 미술기획자나 컬렉터들의 취향에 따라 움직이는 현대미술판에 도전장을 내던지며, 현대미술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제3세계 예술가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팔레 드 도쿄의 가장 큰 자랑은 전시는 기획하되 소장품은 없는 창조적인 현대미술관이란 점이다. 맨 위층의 ARC에서는 6주 내내 현대창작물에 대한 임시 전시회를 열고 있다.
파리 트리엔날레에 초대된 신인 작가의 작품 (사진 고영애)
팔레 드 도쿄 바로 옆에 위치한 노천카페에서의 여유로웠던 점심은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 센 강과 에펠탑이 훤히 바라보이는 야외 광장에 마련된 노천카페에서의 쉼은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를 만끽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한낮에 내리쬐는 땡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빨간 플라스틱의 불편한 의자에 앉아 비프 카르파초와 곁들인 카베르네 쇼비뇽의 풍미는 파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였고 멋이었다.
고 영 애
오랫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미술관을 촬영하고 글을 써온 고영애 작가는 서울여대 국문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사진디자인과를 졸업했다. 한국미술관, 토탈미술관 등에서 초대 전시회를 열었고 호주 아트페어, 홍콩 아트페어, 한국화랑 아트페어 등에 초대받아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미술관에서 발행하는 월간지에 글과 사진을 실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후 잡지에 건축 여행기를 썼다.
이 연재물은 그의 책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헤이북스) 중에서 <데일리아트> 창간을 기념하여 특별히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미술 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을 골라서 내용을 요약하여 소개한다. 그가 15년 넘도록 전 세계 각지에 있는 현대미술관들을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기록한 ‘현대미술관 건축 여행기’다.
고영애 글/사진,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 헤이북스
[고영애의 건축기행] 프랑스 팔레 드 도쿄 Palais de Tokyo < 문화일반 < 문화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