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미술관- 박수근 편》답사 후기

by 데일리아트

북적북적 풍물시장에서 진솔한 삶이 묻어난 그림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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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앉아있는 여인', 1956, 캔버스에 유채, 27*21.4cm,개인소장

가을로 물든 토요일 아침, 북적북적한 풍물 시장을 끼고 동묘 담장 옆으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길 위의 미술관》 네 번째 박수근과의 만남이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가 박수근 작가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서울 도심 오래된 골목을 걷고 걸어 골목대장이 된 데일리아트 한이수 대표가 오늘은 해설자로 참여했다.

시장은 활기에 넘친다. 이른 아침인데도 벌써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래된 물건들이 골목마다 가득하다. 이 지역은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이다. 전차가 서대문에서 출발하여 동대문을 지나가고, 광나루까지 운행하는 경성 궤도의 시작점. 한때는 동대문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던 곳으로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였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청계천도 흐른다. 6·25 전쟁 이후 집 잃은 사람들이 청계천 변에 오밀조밀 층층이 판자로 집을 짓고 모여 살았다. 빨래터이자 온갖 생활 오수를 처리하던 청계천. 집 위에 집을 짓고 집 옆에 집을 이어 틈이 없었다. 어떤 집은 사다리를 이용하여 집을 드나들기도 했다.

박수근 작가는 PX에서 초상화를 그려 번 돈으로 창신동에 집을 장만하였다. 이곳에서 1952년부터 10여 년 간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 그는 매일 오가며 만나는 시장 사람들과 마주치는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투박한 질감 위에 팍팍했던 시대의 곤궁한 삶의 흔적들이 담겨 있다. 수줍고, 가난하고, 소박하고, 고단한 사람들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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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판자집', 1953, 캔버스에 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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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자집이 있던 청계천을 건너서

창신동 집터 답사 중 박수근 작가의 초상화 작품으로 남아 있기도 한 장남 박성남 선생과 영상통화가 연결되었다. 이런 흥미진진한 답사라니. 답사 참가자들과 함께 창신동의 기억을 집 앞에서 공유했다. 창신동 집은 원래 정방형 한옥집이었으며 가게 터도 두 개를 갖고 있었다. 후에 집터의 마당과 마루였던 곳은 도로가 확장되며 1m 정도 잘려 나갔다. 집은 작은 방 두개, 복도식으로 되어있고 화장실과 장독대도 있었다. 마당에는 대추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도로가 확장되며 그 나무를 작가 가족이 다니던 동신교회에 옮겨 심었다고 했다. 동신교회에 아직 그 나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며 일행은 그가 다녔을 비좁은 골목길을 지나 교회 마당에 들어섰다. 대추나무 한 그루가 있긴 있다. 그러나 그 나무는 그때 심은 나무가 아니다. 그래도 대추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는 것이 오래 전 이야기와 연결되며 의미 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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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소년(장남 박성남)', 1952, 하드보드에 유채, 28*20.5cm,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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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작가의 장남 박성남 선생과 창신동 집터 답사 중 영상통화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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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가 있는 동신교회

박수근 작가는 아들에게 그림을 가르쳐 주지 않고 스스로 그리도록 했다 한다. 박성남 선생이 고등학교 미술반에 들어갔을 때 새로 배운 혼색 기법을 아버지에게 자랑 삼아 보여드렸더니 “봄을 그리면 봄 느낌이 나야 된다” 고 말씀하신 게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고 말씀하셨다. 대상을 진솔하게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흥미로웠다. 좁은 골목길, 풍물·문구시장을 함께하며 박수근 작가가 매일 마주치며 담아낸 풍경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곤거리는 듯 더 가까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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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광석이 살았던 창신동 골목길

처음 걸어본 창신동 골목길은 오래된 가옥과 오래된 이야기가 시간 속에 묻혀 있다. 답사에 참여한 이경화 선생은 “흔적 사라지는 길을 주섬주섬 찾아 걸으며 소녀가 되어서 재잘재잘. 서울 한복판에서 잠시 과거로 돌아간 듯했다”는 소감을 말했다.

다음 주는 정동길을 걸으며 여성의 삶을 당당하게 살아내고자 한 《길 위의 미술관 - 나혜석 편》 이 진행될 예정이다.


《길 위의 미술관- 박수근 편》답사 후기 - 박수근이 그린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찾아서 < 답사 < 아트체험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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