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에서 위작은 끊이지 않는 이슈이다. 1990년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선언했음에도 3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천경자의 위작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천경자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아 가장 핫한 주제인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에 대해 다시금 살펴보고자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소장품으로 천경자(1924~2015)의 <미인도>(1977)를 가지고 있었고 1990년 4월 열린 《움직이는 미술관》전시에서 이 작품을 전시했다. 또한 미술관 아트샵에서 미인도 작품을 프린트하여 판매했다.그러나 정작 천경자는 '미인도'를 보고 자신이 그린 작품이 아니라며 미술관 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과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는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이것이 위작 논란에 대한 시작점이었다. 바로 작가와 미술관 사이에 진위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아니다라고 계속 주장했지만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천경자는 '자기 작품도 못 알아본다'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결국 천경자는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1991년 4월 7일 절필을 선언하고, 4개월 간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이후에 1995년 호암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졌고 2년 후에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1998년 서울시립미술관에 자신의 작품 93점을 기증했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천경자의 미인도 작품 유입 경로에 대해 입장문을 밝혔다. 전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소장품이었다가 정부에 압류 조치되어 재무부, 문화공보부를 거쳐 미술관으로 넘어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화랑협회에 의뢰하여 세 차례의 감정을 통해 진품이라 결론을 내렸다. 또한 진품으로 주장하는 근거로 논란이 있기 1년 전인 1990년에 출간된 천경자 선집에 미인도가 수록되었고 국립현대미술관에 1980년에 소장되었다는 점을 들었다. 1999년에는 자신이 미인도를 그렸다고 주장한 고미술 위작범 권춘식이 자신이 그렸다고 주장했으나, 입장을 번복하는 태도를 보여 혼란을 가중시켰다.
천경자는 “난 결코 그 그림을 그린 적 없다”,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라고 말하며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강변했지만 미술관과 미술계, 검찰 모두 진품으로 결론지었다. 천경자는 자필로 공증확인서를 작성하여 "과천 현대미술관 소유의 '미인도'는 '천경자 작(作)'으로 되어 있으나 이 그림은 위작이고 가짜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확인서를 남기기도 했다.
2015년 천경자가 뇌출혈로 타계한 해에도 위작 논란은 계속되었다. 당시 유족 측의 의뢰를 받은 프랑스 뤼미에르 광학연구소는 다중스펙트럼, 초 고해상도 단층촬영 등 첨단 기법을 통해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이 ‘0.0002%’라는 감정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미술관 측은 감정팀이 감정에 필수적인 천경자 작품의 배경지식, 미술사 자료·재료·소장경위 분석 등을 배제하고 화면 표층 분석만으로 위작 결론을 내렸다며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X선, 원적외선 등 전문 기관의 과학감정, 안목감정 등을 종합해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검찰은 유족 측이 현대미술관 측 인사들을 사자명예훼손·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유족들은 이에 반발했고 이후, 2019년 국가를 상대에 허위 사실에 따른 명예훼손을 제기하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했다.
2016년 당시 미인도 위작 사건에서 검찰이 선정한 감정위원 중 한 명이었던 최광진 미술평론가는 천경자의 차녀 김정희가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검찰이 특정 결론을 요구했다.'고 이야기 하며담당 검사가 전화를 걸어 ‘이거 그냥 진품이라고 보면 어때요' 라 말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미인도를 둘러싼 사건은 계속되었다. 미인도는 2017년 4월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균열≫ 소장품 특별전으로 공개되었고 같은 해 천경자의 차녀인 김정희가『천경자 코드』를 출간하며 미인도가 위작인 이유에 대해 책으로 저술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암살범의 압수리스트-미인도와 김재규’ 편이 방송되기도 했다.
올해 5월 미인도 위작 사건과 관련해 천경자 화백의 유족 측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2심이 진행되었다. 미인도의 진위 공방은 3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건이 현재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이와 같은 일들이 다시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사건이 과거 일로 치부되지 않고 완전하게 규명되길 바란다. 더불어 미술작품의 유통 이력 관리의 중요성과 투명성에 대해서도 재고해볼 필요성을 느낀다.
출처 : 데일리아트 Daily Art(https://www.d-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