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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Nov 14. 2024

표류하는 기억 속 사라진 이들의 목소리를 찾아서

서울시립미술관, 김성환 개인전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 개최
김성환 작가의 다중 연구 연작 '표해록', 역사의 미등록 이민자 이야기를 예술로 엮다

태평양을 가로지르던 수많은 삶, 그들은 기록되지 못한 채 시간 속에 흩어졌다. 하지만 그 기억의 파편들은 여전히 존재하며, 우리에게 잊혀진 길을 따라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지금, 이 잊혀진 서사는 우리를 어디로 인도할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2025년 3월 30일까지 김성환 작가의 개인전 《Ua a‘o ‘ia ‘o ia e ia 우아 아오 이아 오 이아 에 이아》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이 매년 선보이는 동시대 한국미술 대표작가 연례전의 일환이다. 2021년 이불, 2022년 정서영, 2023년 구본창에 이어 올해는 김성환 작가를 조명한다. 작가는 건축, 영화, 음악, 문학 등 다양한 요소를 작품에 활용해 왔다. 그의 작품은 사회적 구조와 그 안에 담긴 기억, 역사, 심리적 흔적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김성환 개인전 포스터


전시는 작가가 2017년부터 작업해 온 다중 연구 연작 <표해록>을 중심으로, 디자인, 평면, 영상, 움직임, 출판 등 다채로운 신작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근대와 식민이라는 역사적 시간과 공간을 다룬다. 구체적인 사건과 인물의 서사가 포함되며, 이를 추상화된 구조와 체계로 제안한다. <표해록(A Record of Drifting Across the Sea)>(2017~)은 20세기 초 구 조선에서 ‘하와이’를 거쳐 미국으로 이주한 미등록 한인 이민자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이 작품은 태평양을 횡단한 초기 이민자들의 서사를 다방향으로 엮어내며, 이처럼 역사의 기록에서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제도와 지식의 관계를 탐구한다. ‘표류지’로서의 하와이라는 상징적 공간이 펼치는 수많은 갈래의 길을 따라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김성환, 'By Mary Jo Freshley 프레실리에 의(依)해', 2023, 스틸컷. UHD 비디오, 16:9,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14분 4초. 작가 제공.


이번 전시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전시 문법을 구사한다. 전시가 진행되면서 작품과 정보는 갱신되고, 제작 과정의 부분은 노출된다. 관객은 완성된 작품을 보는 감상자에 머물지 않고, 작가의 사유가 사유가 작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 “경험”과 “목격”을 강조하는 이러한 전시 방식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앎을 형성하는 인간의 경험에 대한 비유이자, 역사적 사건에 접근하는 복합적인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표해록>은 2021년 광주비엔날레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하와이 트리엔날레(2022년), 네덜란드 반아베미술관 개인전(2023년), 독일 ZKM 개인전(2024년)을 통해 확장과 변주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변주하는 작업의 양상을 적극 반영하여, 전시 공간 일부를 작가의 편집실이자 스튜디오로 상정한다. 이 공간에서는 영상, 글, 대화, 소리, 움직임이 교차하며 하나의 작품을 구성해 갈 예정이다. 그리고 관객들은 작가의 작업 과정(의미화의 과정)을 목격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표해록>의 두 번째 비디오 작품인 <By Mary Jo Freshley 프레실리에 의(依)해>(2023)가 국내에서 처음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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