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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19. 2024

하태임의 정화된 시각언어 ‘컬러밴드’

[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 읽기]

하태임의 정화된 시각언어 ‘컬러밴드’


색의 흔적이 남겨주는 생명력


2020년 팬데믹 시기 미술시장의 광풍은 단색화(Dansaekhwa) 추상이 주도했고 이전 활황기였던 2007년 극사실주의(hyperrealism) 트랜드는 영아티스트 중심이었다. 이로 인해 미술대학 학부생 졸업 전시에 유수의 갤러리 대표들이 눈독을 들이던 시절이었고, 90년대 이후 데미안 허스트가 만든 YBA(Young British Artists) 영향으로 젊은 작가들의 미술시장 진입은 그야말로 환영받는 꽃길이었다. 그러나 2008년도 9월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에 미술시장은 함께 무너졌다.


그 당시 미술시장 활황 때 과일, 사탕, 얼음, 풍경 등의 사진같은 극사실 구상그림 트랜드에 초보 켈렉터들이 집중을 할 때 유행에 치우치지 않고 꿋꿋이 자기만의 철학으로 추상세계에서 당당히 도전과 실험을 멈추지 않은 30대의 하태임이 있었다.


파리 보자르 유학시기 1995년 1회 개인전 이후 30년째로 33회의 개인전과 300회 가까운 그룹전 개최로 최정상의 입지를 가진 하태임은 화려한 색으로 현대인의 지친 영혼에 생명력과 충만한 치유의 행복을 준다.



                           [Un Passage. Acrylic on Canvas. 100x100cm. 2024]


쉼 없는 열정의 시간이 준 성과는 국내외 유수의 미술관 소장과 기업컬렉션의 공공장소에서 반갑게 컬러밴드를 만나기도 하지만 열성 컬렉터층의 증가세는 갈수록 늘어나 작품 구하기가 힘들어진 귀한 컬러밴드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 사업분야에서의 러브콜에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의 참여로 생활속의 미술로도 친절히 여심을 설레이게 한다. 생활자기, 화장품, 와인 등으로 대중과 더욱 가깝게 있고 또한 최근 1년간 벤틀리와 협업해서 단 10대만 제작된 '컨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이 탄생했다. 에어벤트에 컬러를 넣은 것은 벤틀리 105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이토록 밝은 에너지를 주는 하태임의 컬러밴드(color bend)는 이쁜 컬러만의 겹침으로 보는 이로 즉흥적 감동을 주지만 그 이면에 수십년 인생전부를 쏟은 노력의 결과이며 그녀는 계속 변화하고 있다.


[초기 표현주의 조형미]


파리 보자르 유학시절 1995년 제 1회 개인전에서 <토하기> <벙어리>  <험담꾼 친구들> <자화상> 등 일그러진 얼굴 형태와 추상표현주의 화풍은 지금의 단아한 만곡형 선이 되기까지의 대담한 조형적 시도가 나타난다. 1998년부터는 화면에 문자나 기호가 나타나고, 2003년 이후 문자들을 지워나가며 색면, 색띠, 원들이 등장했다. 이를 통해 하태임은 언어 이전의 소통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법적 시각언어였다. 홍익대 박사과정 시절 북경 레지던시에서 시간을 보내며 나타난 이미지는 지금의 단아한 컬러밴드에선 상상하기 힘든 빨강 노랑 초록 세로 화면의 대형 캔버스이다. 거칠고 짧은 붓질은 겹겹이 강한 컬러가 두텁게 덮여지며 용솟음 친다. 내재된 뜨거움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 또 현재의 불안감이 낳은 색이자 조형언어인 것이다.


[여전히 진행중인 컬러밴드]


22년도 재개관된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열린 아버지 고(故) 하인두와의 2인전 ‘잊다, 잇다, 있다.’ 오프닝에서는 부산에서 올라온 한 애호가는 하인두 작품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고 있었다. 하인두의 1980년대 추상화 〈만다라〉 〈역동의 빛〉 〈혼불〉 등의 작품은 불교나 민속적 소재에 짙은 외곽선이 그려지고 빨강 파랑 노랑 색채감이 선명이 강한 마띠에르로 덮여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놀던 하태임 외동딸의 시야에 들어온 조형언어가 반세기 가깝게 지나가며 컬러밴드로 승화된 것이다.


최근 전시에서는 화이트 블랙 실버로 톤다운 된 컬러가 나타나고 일본 츠타야서점 전시에서도 블랙 실버톤이 집중되고 있으며 직전 몇 년간은 여행의 경험을 통해 찬란한 기억의 Yellow, Green, Pink 주제로 개인전이 이어졌다.


“핑크는 화해와 너그러움의 색이다. 깊고 쓸쓸한 겨울을 살아내게 한 핑크는 따스하다.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버리는 다시금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색이다. 대부분의 여자들이 사춘기에 이르면 유년기에 사랑해 마지않던 핑크를 유치하고 여성성을 드러내는 색이라고 외면하게 된다. 하지만 인생의 거친 풍랑을 지나고 내면을 마주하고서야 만난 자신의 비뚤어진 고집스러움에 용서를 구하는 색이다.” - 작가 노트

                          [Un Passage. Acrylic on Canvas. 130 x162cm. 2022]


하태임의 변화무쌍 컬러겹침 붓질로 탄생되는 색의 흔적, 작가의 세상구경으로 만나 몸이 기억하는 색 경험은 다시 색의 미학으로 환원되어 지친 영혼들에게 컬러에너지로 오래 전해주길 기대한다.



[칼럼니스트 소개]  큐레이터 정민희는 공공장소 전시 기획과 아트콜라보 등을 진행하며 누구나 생활 속에서 아트라이프를 즐기기를 바라는 아트컨설팅을 해오고 있다. 공간과 사람의 이미지를 읽어내는 숙련된 안목의 이미지컨설팅과 미술투자로도 연결짓는 아트컨설턴트이다.


주요 프로젝트는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현대백화점, 강남 세브란스병원, 인천 길병원, 한국투자증권 PB센터 등 공공장소이며 기업아트마케팅 현장경험을 20년간 대학과 기업에서 강의하였다.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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