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화가 천경자를 기리고 그리다'를 전시 중인 고흥아트센터
천경자 화백 탄생 100주년을 맞아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최남단 고흥은 예술적 향취가 연일 피어오르고 있다. 동양화는 먹으로만 표현하는 것으로 생각한 화단에 채색화를 그리는 천경자는 분명 이단아였다.
천경자에게 시각적 충격을 준 고흥 앞바다는 천경자 채색화의 기원이 된다. 누구나 고흥의 푸르고도 처연한 바다 빛을 보면 왜 그의 그림이 검은 묵으로 한정시킬 수 없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한센병 환자들이 있는 소록도의 노을조차 천경자의 그림 <정>의 바탕색과 너무도 닮았다. 봉황산의 푸른 산과 소록도의 붉은 노을, 고흥 앞바다의 옥빛 물결은 천경자의 마음에 스며들어 뿜어나오는 채색의 바탕이 된다. 가슴의 벽을 밀고 나오는 채색은 캔버스를 이미 원색으로 물들인다. 해외여행을 김찬삼의 '세계여행기'에서나 볼 수 있던 시절, 화가는 우리나라를 넘어 원색으로밖에 표현 할 수 없는 수 많은 나라들을 화폭에 담았다. 삶도 평탄치 않았고, 그림의 이미지도 오색 빛깔 보다 더 다양한 화가 천경자.
천경자를 한마디 단어로 표현하면 어떤 말이 나올까? 천경자 화백 100주년 특별 전시는 고흥분청박물관에서 열리는 《찬란한 전설 특별전》만이 아니다. 분청박물관에서 지척인 고흥아트센터에서도 의미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아니, 재미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국미술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 작가 대상 공모를 진행해 82인의 작가를 선발하여 특별 공모전을 열었다. 공모에 선정된 청년 작가들은 천경자 화백을 기리며 각자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을 출품했다.
갤러리 맨션나인에서 준비한 이번 전시는 청년작가들을 상대로 수 개월전부터 준비해 왔다. '나에게 천경자 화백은?' 이라는 표제어에 우리나라 청년 작가들이 그림으로 표현한 응답을 전시로 연계한 것이다. 우리에게 천경자는 어떤 의미일까?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천경자를 구성하는 이미지는 너무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 소재로서는 '채색화', '뱀', '길례 언니' 등일 것이고, 인간적인 정체성에 바탕을 둔다면 '용기', '패션', '해외 여행' 등일 것이다. 부정적인 것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된 것은 '미인도 위작 사건'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담배'도 빼 놓을 수 없겠다.
전시장 벽면에 걸린 주제어
맨션나인 주관으로 기획, 구성한 특별전의 제목은 《천재 화가, 천경자를 기리고 그리다 》이다. 천경자의 예술적 성과를 기리면서 그 이미지를 그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작품들의 크기가 똑 같다. 이유를 물어보니 '한정된 공간에 많은 작품을 모으기 위해서 일정한 크기의 작품을 공모에 제시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청년들은 천경자를 어떻게 정의했을까? '시대의 장면이다', '용기다', '꽃이다', '열대우림속 꽃이다', '영감을 주는 여인이다', '삶의 의지다', ' 무한한 나비효과다', '쿠키상자다', '불꽃이다', 청년들의 기발한 착상은 끝이 없다.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한지운, 까만 밤 골목길의 가로등이다
황그림, 한과 눈물 표현의 스승이다
김규린, 무한한 나비효과다
김호빈, 문학가이다
우하남, 화려함 뒤에 숨은 고독함이다
장정후, 격동의 시기 불멸의 꽃을 피운 한국 미술의 역사다
김산, 예술로 고독과 한을 이겨낸 화가다
선호, 직면이다
[천경자탄생 100주년 특집 ⑤]《천재화가, 천경자를 기리고 그리다 》고흥아트센터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