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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Nov 19. 2024

한국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가 본『빈센트 반 고흐 』

빈센트 반 고흐: 신의 눈빛을 훔친 남자』

여전한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현재까지도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빈센트 반 고흐. 그의 발자취를 따라 미술관이나 기념 공간이 들어서고 많은 이들이 유적지들을 찾는다. 반 고흐의 광기 어린 삶과 예술혼을 대상으로 제작한 영화 연극 뮤지컬 등에 이어 근래에는 그의 대표작들이 디지털 시뮬레이션으로 가공되어 대중들을 끌어들인다. 이런 점에서 그는 가히 서양 근현대미술 나아가 세계 미술사 전체를 통틀어서 으뜸이라 할 만하다 국내에서도 반 고흐의 기획전은 수십만 명이 찾으며 상업적인 성공도 거두었는데 이는 그가 여전히 ‘불멸의 화가' 임을 보여준다.

『빈센트 반 고흐 신의 :  눈빛을 훔친 남자 는』이러한 반 고흐의 작품 100점과 함께 그의 인생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또 다른  반 고흐전을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작품은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로 크게 분류되며 시간순으로 작품을 배치해 반 고흐 작품 세계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끔 했다.

<한국 미술사학자가 바라본  반 고흐의  작품 세계>

한편 빈센트 『반 고흐 신의 :  눈빛을 훔친 남자 는』반 고흐의 작품을 한국 미술사학자의 관점에서 해석해 새로운 면모를 제시한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반 고흐는 일본의 우키요에를 좋아해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화법을 만들기도 했다. 또한 그는 동아시아의 수묵화법에도 관심을 가졌던 듯하다. 네덜란드나 프랑스 시절 인물이나 풍경 드로잉을 보면 먹을 쓴 사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네덜란드와 조선의 문화적 교섭은 거의 없었기에 그가 조선의 그림을 작품에 접목했을 확률은 매우 적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그림을 살펴보니 사뭇 여러 방면에서 조선시대 그림과 비슷한 부분들이 발견된다. 한가지 예로 반 고흐의 자화상과 초상화는 조선 후기 사대부 문인 관료들의 초상 화를 떠오르게 한다.  조선시대 초상화의 묘사 방식을 보면 약간 우향한 포즈에 두 눈과 입술은 정면을 향하고 있다.  이는 거울을 보고 그린 반 고흐의 자화상과 몹시 닮아 흥미롭다.  그의 자화상은 왼쪽이나 오른쪽을 보는 얼굴로 코와 귀는 측면상인데 반해 눈과 입술은 정면상에 가깝다. 

또한 반 고흐가 들라크루아의 회화를 통해 익힌 보색 대비의 강렬함과 색채미는 우리 한국 미술사에서도 발견된다. 특히 초록과 빨강의 보색 대비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부터 나타나는 색채 배합이다. 고려 불화와 조선 불화로 이어졌으며 조선시대 궁중 색채나 채색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색이라할 수 있다. 이처럼  반  고흐의  작품에서  한국  미술의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를  독자들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 105 쪽) 

반  고흐는  초기  네덜란드  시절부터  인물화에  관심을  뒀다   대지에서  일하는  농부나  광산촌  사람들의  처절한  아픔과  고통에  공감한  것이다.   나아가  이들  삶을  종교적  구원의  대상으로  인식 하며  애정을  쏟았다.  여기에는  그가  당대  최고  화가로  꼽은  밀레의  영향도  컸다.   반 고흐는  “내가  화려한  신발을  신고  부유한  삶을  사는  신사였다면  이런  무관심이  정말  괴로웠겠지.   하지만  난  나막신을  신고  다니니까  잘  헤쳐  나갈  수  있다"  라는 밀레의  작업  태도에  크게  호응 했다.  또 <이삭줍기>  나   <만종 > 같이  농민  삶을  교감하며  “예술에  마음과  영혼을  다  바쳐야  한다"라는   농민화가 밀레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해바라기, 133 쪽)

반  고흐는  평생  밀레의  작품  농민상을  따라  그렸다.   초기 파스텔화  <이삭  줍는  농부  여 인>(1885년7~8, 월크뢸러-뮐러미술관은)  <땅 파는 농부> <감자 캐는 촌부>등 부터 후기 프로방스  시절의  유화  <씨  뿌리는  사람>(1888년 11월, 반  고흐  미술관) 이나 <낟가리를  묶고  있는  여인> 작품들은  밀레를  따르며  그림  공부를  시도했던  결과이다. 이후로도  꾸준히  드로잉이나  유화로  방작(倣作)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반 고흐는  자신의  농민상들을  대거 만들어냈다. 

반 고흐는 무엇보다 해바라기 그림으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아왔다. 자신의 브랜드로 여길 만큼 즐겨 그렸다.  프랑스 파리 아를로  옮기면서 자신의 열망을 해바라기 그림에 담았다. 유화 물감이 지닌 질척대는 느낌과 말라서 비틀어진 꽃잎의 붓터치가 어울려 반 고흐의 심상을 드러내기 좋았던 것 같다. 그런 만큼 많은 명작이 탄생했다. 해바라기는 양지에서 자라고 번식력이 강한 식물이다. ‘태양의 꽃''황금의 꽃’으로도 일컬어진다.

해바라기 그림은 파리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파리 시절에는 <꺾어 놓은 두 송이 해바라기>(1887년 여름, 메트로폴리탄미술관)처럼 꽃잎이 지거나 마른상태로 씨방이 다 익은상태의 해바라기 두세 송이를 바닥에 놓고 그렸다. 보색 대비 효과를 살린 푸른 바닥색과 어우러지게 해바라기를 그렸다.  날카롭게 삐친 꽃잎들의 표현에서 막 꺾은 꽃대의 숨결이 반 고흐를 강렬하게 유혹한 듯하다.

■ 차례

책머리에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 그리고 ,  동아시아 예술론

-네덜란드  시절

개신교 집안에서  성장하다

결국   화가의  길에 들어서다

고국의 대지와  농민을  만나다

황금기의 민족  전통을  익히다

-프랑스  시절

인상주의를 만나  화면이  밝아지다

일본 목판화  우키요에를  통해 동양을  만나다 아를 자연  풍광에서  개성미를 다지다

생레미에서 오베르로   절정에  이르다

-동양  예술론과 닮은  반  고흐 창작론

그냥 붓이  가는  대로 내버려두지

내 의지대로  되지  않아 다행이야

반 고흐에  대한  당대 평가도  좋아

신이 내린  인간과  대지를 품다

작품 세계   인간과 자연의  예술적  융합

10년 화가  인생   그림에 몽땅  쓰다

-인물화

자화상,  정장  차림의 강렬한  눈빛 초상화, 외모를  빼닮지 않아

풍속화,   일하는 사람들

<도서정보>

 이태호 지음, 쪽수 268쪽, 가격 25,000원, 발행일 2024년 11월 15일

 판형 180×225mm


한국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가 본『빈센트 반 고흐 』 < book < 문화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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