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립미술관은 2025년 오지호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으로 《오지호와 인상주의 : 빛의 약동에서 색채로》 전시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2024년이 제1회 인상파 전시(1874)로부터 150주년이 되는 해임을 기념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전시에서는 오지호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회화 작품 100여 점과 아카이브 자료 50여 점을 선보인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서양화 1세대 작가들의 일본 동경예술대학 졸업 작품들과, 프랑스 인상주의 대표 작가인 클로드 모네와 빈센트 반 고흐의 예술 세계를 VR로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도 제공된다.
“회화는 光의 예술이다. 태양에서 난(生) 예술이다. 회화는 태양과 생명의 관계요, 태양과 생명과의 융합이다. 그것은 광을 통하여 본 생명이요. 광에 의하여 약동하는 생명의 자태이다. (…) 회화는 인류가 태양에게 보내는 讚歌다” - 오지호, 「순수회화론」, 1938 -
풍경, 1927, 캔버스에 유채, 65.5×53cm, 국립현대미술관
모후산인 母后山人 오지호(吳之湖, 1905~1982)는 한국의 자연과 풍토를 주제로 “광光에 의하여 약동하는 생명”을 담아 인상주의 화풍을 독자적으로 구현한 한국 서양화단의 거목이다. 서구 근대미술 사조의 유입이라는 경로의 선상에서 발현된 한국 인상주의란 무엇일까. ‘빛을 그린 화가’로 불리는 오지호는 「순수회화론」(1938)에서 ‘회화는 광光의 예술’이라고 천명함으로써 ‘광光의 약동’, ‘색色의 환희’를 탐구했다.
이 전시는 크게 시기별 활동 범위와 특성에 따라 ‘인상주의를 탐색하다’(1920~1945), ‘남도 서양화단을 이끌다(1946~1970)’, ‘한국 인상주의를 구현하다’(1971~1982)로 구성된다.
처의 상, 1936, 캔버스에 유채, 72×53cm, 국립현대미술관
1부, ‘인상주의를 탐색하다’는 1920년대 동경예술대학 유학 시절 제작한 작품과 한국 최초 서양화 미술 단체인 ‘녹향회’활동, 1930년대 개성 송도 시절에 출간한 한국 최초의 원색화집 『오지호‧김주경 2人畫集』(1938)에 수록된 <처의 상>, <임금원>과 국가등록 문화재로 지정된 <남향집> 등 인상주의 천착기에 제작한 대표적인 작품들이 전시된다. 2부, ‘남도 서양화단을 이끌다’는 해방 이후 산 풍경과 항구‧배를 그린 바다 풍경, 꽃과 식물, 열대어 등 남도 서양화단을 주도했던 시기로서 오지호의 화업을 이어나간 아들 오승우(1930~2023), 오승윤(1939~2006), 그리고 장손 오병욱(1958~)의 작품들을 만난다. 3부, ‘한국 인상주의를 구현하다’는 1970년대 이후 빛과 색채로 구축한 남도의 풍경뿐만 아니라 1974년, 1980년 두 차례의 여행을 통해 담아낸 유럽풍경들과 그가 유작으로 남긴 미완의 작품 <쎄네갈의 소년들>(1982)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문헌, 사진, 실물자료 등을 토대로 구성한 아카이브는 《오지호화백작품전》(1948), <아미타후불탱화>(1954)와 미술론‧미술비평, 국‧한문 혼용운동, 문화재 보전운동 등 다양한 활동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추광(秋光), 1960, 캔버스에 유채, 53.5×60.5cm, 국립현대미술관
베니스, 1978, 캔버스에 유채, 72.7×90.3cm, 국립현대미술관
항구, 1980, 캔버스에 유채, 65.5×90.5cm, 국립현대미술관
오지호의 회화 세계는 자연과 대상이 지닌 생명력이야말로 예술의 본질이며, 동시에 빛의 약동에서 색채로 발현된 그의 ‘감각감정’感覺感情은 미적 원리이자 예술 의지를 함의한다. 오지호의 인상주의는 ‘빛光과 색채’로써, 태양에게 보내는 생명의 찬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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