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얼음으로 덮인 거대한 북극의 섬 그린란드엔 어떤 특별한 것이 있을까? 30년 동안 그린란드를 사진으로 담아온 핀란드 사진가 티나 이코넨(Tiina Itkonen)의 작품들을 보면 우리는 그 답을 알 수 있다. 바로 '신비하고 숭고한 고독'이다.
이코넨의 개인전 '그린란드'가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서 개막했다. 이코넨은 1995년부터 얼음으로 뒤덮인 거대한 섬을 정기적으로 여행하며 극지의 풍경과 원주민 이누이트 생활 모습을 찍어 왔다. 한국에서 처음 여는 이번 전시에선 그린란드 원주민 이누이트의 일상, 북극곰, 자연 풍경 등을 담은 작품들과 이누이트의 전통 목조 주택을 촬영한 '홈(Home)' 연작 등 30 점의 대형 사진을 오는 12월 21일까지 선보인다.
이코넨 작품들을 보며 관람자들은 '신비한 색'에 매료된다. 그린란드의 눈과 구름과 하늘엔 언어로 묘사하기 어려울 만큼 은은한 푸른 빛이 번져 있다. 이코넨이 처음 그린란드를 방문했을 때, 그 빛에 빠져들었고 그린란드를 평생의 주제로 삼기로 마음먹었다. "그린란드의 푸른 빛은 너무나 특별했습니다. 그 색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컬러 필름을 써야 한다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흑백사진을 고집하던 저는 결국 컬러 필름을 넣고 그린란드를 담았습니다."
이코넨이 촬영한 그린란드의 이누이트와 북극곰과 광활한 자연엔 '숭고한 고독'이 서려있다. 수만 년에 걸쳐 쌓인 극지의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쓸쓸함다. 감상자들은 작가의 미학과 고유의 시선이 포착한 그 서늘하고 쓸쓸한 광경 앞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빨려들어 간다.
'홈(Home)'연작은 이누이트의 목조 주택과 주변을 풍경을 함께 담은 연작이다. 주택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고 단순한 형태의 집이다. 장식과 규모를 최소화 한 그린란드 집은 원래 광활한 자연의 한 부분인 듯 설원과 어우러져 있다. 관람자들은 그 소박한 집들을 보며 오랜 세월 혹독한 환경 속에서 자연을 거스리지 않고 살아온 이누이트의 삶에 대해 경외감을 느낀다.
털 옷을 입고, 눈 쌓인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이누이트의 뒷모습, 무너져 내리는 빙하를 포착한 장면 등을 보며 우리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과연 그린란드의 이 모습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요즘 시간이 지나며 변해가는 풍경들에 관심을 갖고 촬영하고 있다. "환경운동을 하기 위해 그린란드를 찍은 것은 아니지만, 사라져가고 있는 것들에 대해 서구사회의 일원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코넨은 1995년 투르크 예술 커뮤니케이션 학교 졸업하고 헬싱키 예술디자인대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5년 그린란드를 처음 방문한 뒤 30년 째 그린란드 작업에 매달려 왔다. 두 권의 책을 냈고, 제54회 베니스비엔날레와 제17회 시드니비엔날레 등에 참가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전시회를 이어왔고, 그린란드를 비롯한 극지 전문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린란드의 신비한 빛과 숭고한 고독...티나 이코넨 사진전 '그린란드' < 신경훈 [갤러리 가는 길] < 칼럼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