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게 사는 것일까, 가장 나답게 사는 것은 무엇일까? 자기다움을 예술로 승화시킨 두 작가의 전시가 OCI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회가 정립한 제도와 규범은 복잡한 인간사를 아우르는 데 한계가 있다. 한 개인의 인생은 자신의 신념과 의지에 의해 주도되고 있지만, 타인의 잣대에 의해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이 죄인이 되기도 한다. 나를 잃어갈 때 어딘가 기대고 싶어지는 순간, 사람의 영역이 아닌 초자연적인 무언가, 즉 신앙의 힘을 빌려 구원을 바라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퀴어 불교미술 작가 박그림, 개인의 일상적 경험에서 숭고한 의미를 찾아 회화, 설치 작업을 하는 조현익의 2인 전시로 OCI 미술관에서 11월 1일부터 12월 20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박그림은 불화의 형식과 불교 교리를 연결하여 성소수자의 정체성과 현대사회 속 퀴어 문화를 드러낸다. 내면의 정체성을 현대 불화로 표출하는데, 작품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남성이다. 두 남성이 호랑이를 안고 마주 보고 있는 그림, 다양한 모델의 남성 초상화 등을 볼 수 있다. 그의 그림에는 전통 불교미술의 주제와 기법들이 보여 참신하다.
<심호도(尋虎圖)> 연작은 불화의 심우도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심우도는 방황하는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야생 소를 길들이는 데 비유한 그림이다. 박그림은 소 대신 호랑이를 대입하였다. 호랑이는 단군신화에서 인간이 되지 못한 동물로 성소수자인 자신을 대변하는 페르소나와 같은 존재로서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 <심호도 월광, 일광>은 고려불화의 수월관음도의 구도가 엿보인다. 대각선으로 반가부좌 자세로 걸터앉아 있으며 한 발 아래 연꽃이 있다. 보살의 모습을 젊은 남성에 투영하였다. 무엇이든 포용해 줄 보살과 같은 존재가 필요하였을까.
조현익은 신성하다고 여겨지는 종교적인 것과, 세속적이며 개인적이라 하는 것 중에 진정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그는 삶은 신성하며 하나의 종교와도 같다고 보았다. 종교적 성상과 기독교 성화의 형태를 빌려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치는 순간의 기념비적 측면을 주목하여 삶의 가치를 새롭게 부여한다. 화면 중앙에 성상을 위치시키고 성상 뒤로 동그란 형태의 광배를 표현하는 기독교의 이콘 형식을 차용하여 작업하였다. <네오 이콘: 가족사진-어느 할로윈 데이>에서 가족들을 화면 중앙에 그렸고 그 뒤로 황금빛 광배를 표현하였다.
<믿음의 도리-탄생>(2015), <믿음의 도리-봉황>(2016)은 어린 아기 그림을 대형화시켜 우상화처럼 느끼게 하며 그 옆으로 봉황이 지키고 있다. 그 앞에 여러 유기 밥그릇이 놓여 있는 상이 돌아가고 있는데 천장에 매달린 숟가락이 밥그릇들과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 <믿음의 도리 : 엄마와 나-기도>(2016)는 불교 사찰의 풍경 소리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삼시세끼 잘 챙겨 먹고 건강하게 자라달라고 비는 듯하다. 그에겐 가족이 그의 세상이고 종교이다. 일상적인 가족 사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모습을 그렸고, 실제 아이들이 산에서 가지고 놀던 나뭇가지, 아이의 물약병 등을 가져다 작품을 만들었다. 일상에서 보이는 오브제를 신성시하는 관계의 역설을 보여준다.
두 작가는 예술로서 자신이 믿고 싶고 지키고 싶은 신념을 종교적 모티브를 차용하여 표현하며 ‘나의 인생’을 섬긴다는 점에서 통하는 점이 있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다양하고, 옳다고 여겨졌던 가치관이 바뀌기도 한다. 인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고유하고 성스러운 존재이다. 나를 돌아보고 다른 남을 인정하는 것, 이번 전신의 내면 세계에서 깊은 대화를 나누고 일상적 존재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잘 살고 있는 나를 죄인으로 만들기도 하며》, OCI미술관 전시 리뷰 < 리뷰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