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와 기술의 결정체, 국립중앙박물관

by 데일리아트

국보급 걸작과 발굴품을 통해 엿보는 고려 상형청자의 기술적 성취와 창의적 변용

흙과 불로 빚어진 세상 속에는 단순한 그릇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려 장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상형청자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의 다리다. 푸른 빛의 그릇 하나,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수백 년의 정성과 창의력. 고려 상형청자는 단순한 공예품이 아닌 예술적 유산이다. 이제, 그 찬란한 비밀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진다.

2041_4973_5314.png 전시 포스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내년 3월 3일(월)까지 고려시대 도자공예의 예술성을 대표하는 ‘상형청자’를 본격 조명하는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를 개최한다. 대상의 형상을 본떠 만든 고려 상형청자는 아름다운 비색 유약과 빼어난 조형성으로 고려시대 공예의 높은 기술적 성취와 독자적 미감을 보여주고 있어 한국문화의 정수로 꼽힌다.

이번 특별전에는 고려 상형청자의 대표작과 발굴품 등 중요 자료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았다. 국보 11건, 보물 9건, 등록문화유산 1건을 포함한 상형청자의 대표 작품을 비롯해 국내 25개 기관과 개인 소장자, 중국·미국·일본 3개국 4개 기관의 소장품 총 274건이 출품된다.

고려 상형청자, 창의적 변용의 결정체 고려는 급변하는 11~12세기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주변 국가의 문화적 영향을 창의적으로 변용하여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꽃피운 고려청자의 정점이 바로 상형청자이다. 고려 상형청자의 기술적 성취와 독자성은 중국 상형자기와 비교할 때 명확히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는 상형청자가 보여주는 고려만의 특징과 미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동시기 북송대(960~1127) 중국 자기들을 함께 비교 전시한다. 특히 주목되는 비교 자료는 북송 황실 자기를 생산했던 중국 허난성, 청량사, 여요 출토품이다. 1123년 고려를 찾은 북송 사신 서긍(1091~1153)은 “산예출향”즉 사자모양 청자 향로가 뛰어나다고 감탄했다.

2041_4974_5453.png 청자 연꽃모양 향로 조각(靑磁連花形香爐片)과 청자 원양모양 향로뚜껑 조각(靑磁鴛鴦形香爐蓋片), 중국 허난성 보풍 청량사 여요, 북송 12세기, 높이 각 14.7㎝, 12.4㎝, 허


이렇듯 고려 상형청자는 중국 북송 여요 자기와 더불어 12세기 동아시아 청자의 양대 산맥을 이루었으며 뛰어난 예술성을 자랑한다. 중국 도자의 영향을 취사선택하고 창의적으로 변용하여 고려적인 미감으로 완성한 결정체가 상형청자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고려 사람들의 문화에 대한 유연하고 능동적 자세를 만날 수 있다.


과학적 조사로 밝힌 상형청자의 제작 비밀


이 전시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컴퓨터 단층촬영(CT), 3차원 형상 데이터 분석 등 과학적 조사로 밝혀낸 상형청자의 제작기법을 인터렉티브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영상에서는 총 10점의 상형청자의 내부 구조를 자유롭게 살펴보며 다양한 제작기법에 대해 알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청자 귀룡모양 주자>와 <청자 석류모양 주자>와 같이 복잡한 모양을 본떠 만든 주자 중에는 안쪽에 상·하부를 이은 경계선이 보이는 경우가 있다. 대상의 기본 형태를 만든 후, 적당한 곳을 잘라서 안에 있는 흙을 파내고 다시 이어 마무리한 것이다.

2041_4975_5622.jpg 청자 귀룡모양 주자(靑磁龜龍形注子), 고려 12세기, 높이 17.3㎝, 국립중앙박물관(덕수5636), 국보,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2041_4978_5710.jpg 청자 석류모양 주자(靑磁石榴形注子), 고려 12세기, 높이 18.4㎝, 국립중앙박물관(덕수2170),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고려 인종(재위 1122~1146)의 무덤인 장릉에서 나온 것으로 전하는 <청자 참외모양 병>과 <청자 상감 국화·모란무늬 참외모양 병>은 물레성형으로 참외모양을 만든 점이 동일하다.(도16~17) 그런데 인종 장릉 출토 <청자 참외모양 병>은 외면뿐만 아니라 내면에도 참외모양의 굴곡진 형태가 잡혀있었다. 반면 <청자 상감 국화·모란무늬 참외모양 병>은 내면이 전체적으로 곡면을 이루고 있어서 외형은 비슷하지만, 내부 단면의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이는 도구사용 등 제작 방법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음각, 양각, 투각, 상감 등 모든 장식기법을 망라하여 제작한 상형청자의 대표작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의 컴퓨터 단층촬영에서는 몸체에 꽃잎을 붙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몸체를 여러 층으로 감싸는 꽃잎은 균일한 형태를 보이는데, 이는 도범을 활용하여 정교하게 찍어낸 결과다.(도13) 이처럼 고려 사람들은 원하는 상형청자의 형태를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고안하였다. 상형청자 곳곳에서 당시 장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창의력이 느껴진다.

2041_4982_5829.png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靑磁透刻七寶文香爐), 고려 12세기, 높이 15.3㎝, 국립중앙박물관(덕수2990), 국보,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이 외에도 고려청자가 다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관객들을 위해 어린이들을 위한 모바일 교육 프로그램, 고려 상형청자 학술대회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동반된다.


창의와 기술의 결정체, 국립중앙박물관《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keyword
작가의 이전글김동현&박재홍 브로맨스 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