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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Dec 09. 2024

강석문 개인전《사의: 생각의 깊이》

아터테인 ARTERTAIN
2024. 12. 6(금) - 12. 26(목)

강석문 작가의 《사의: 생각의 깊이이》 전시가 연희동 아터테인에서 12월 26일까지 진행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연희동은 골목 곳곳에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들어서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연희동 아터테인 갤러리는 단독주택을 전시 공간으로 꾸며 집 같은 분위기에서 관람이 가능한 곳이다. 골목을 걸으며 갤러리를 찾아보는 재미도 함께할 수 있는 연희동에서 이번 전시와 함께 갤러리 투어를 떠나보자.

강석문 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한국화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였으며, 한지를 이용하여 다양한 형식과 스타일로 자유 분방하게 작품을 풀어내고 있는 이야기가 풍성한 작가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강석문 작가는 자신이 직접 만든 한지에 먹과 과슈를 이용하여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낸다. 이번 전시는 새가 주요 테마이다. 새는 옛 그림 문인화나 민화에 많이 등장한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화조도는 꽃과 새가 어울려 조화를 이룬다. 계절과 관련하여 시정을 표출하거나 부귀, 공명, 장수와 같은 길상적 의미로도 많이 그려졌다.

문인화나 민화적인 요소와 제재를 이용하면서도 작가만의 개성이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된 작품들을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모든 전시 작품에는 새가 등장한다. 파랑새, 분홍 새, 빨강부리의 새, 부지런한 새, 브람스가 필요한 새, 구름 속 새, 산책하는 새, 두 마리의 새, 졸고 있는 새, 366일의 새 등, 새는 참으로 풍성하고 다양하다. 이렇게 다양한 새를 표현할 수 있다니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흥미로운 몇 작품을 소개한다. <한담> 은 1년 365일(윤달 2월29일을 포함) 366장의 새를 그려낸 작품이다. 매일 작업하고 남은 물감으로 그날 그날 떠오른 잔상을 드로잉 했다. 관람자는 자기가 태어난 날의 새를 만날 수 있다. 즉흥적으로 그려진 작품들은 각양각색이다. 혹여 양력생일 그림이 맘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음력 생일 작품을 찾아보는 센스를 발휘하면 된다. 작품은 생동감과 다채로움이 있다. 작가는 계획되지 않은 계획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것을 즐긴다. 계획 없는 것에서 출발하여 붓의 시작과 함께 의식의 흐름에 따라 그려내는 것이다. 작가는 붓을 든 순간 떠오르는 생각의 흐름대로 따라간다. 그 의식 속에는 여러 가지 작가의 경험이 녹아들어 새로운 세계가 구성되며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담(366일의 새)', 매일 작업하고 남은 물감으로 그린 366장의 새 그림


'한담(366일의 새)' 부분


<송계한담>은 소나무 아래에서 담소를 나누는 옛 선비들의 모습을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친구 새 세 마리가 소나무 아래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하늘의 별을 이야기하며 호기심 어린 눈동자가 시선을 끄는 작품이다. 자신의 관심사를 이야기하며 다른 사람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모습을 위트 있게 풀어내고 있다. <숙조도>는  졸고 있는 새를 그린 작품이다. V자형 커다란 붉은 부리를 가진 파랑새가 머리를 떨군 채 졸고 있다. 새는 화면 전체를 차지할 만큼 몸집이 크다. 졸고 있는 새와 대조적으로 초록의 새싹들은 힘차게 위로 뻗어 올라가 활기를 준다. 봄에 느끼는 나른함과 생동하는 봄의 에너지가 충돌하며 생성과 순환의 힘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 창강 조속이 그린 <숙조도> 를 떠올리게 한다. 구부러진 매화나무 가지 위에 새 한 마리가 고개를 푹 숙인 채 잠을 자고 있는 그림이다. 웅크리고 앉아 잠자고 있는 새는 고요함 속에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서정이 물씬풍긴다.  이 옛 작품을 떠올리며 현대적 화조도를 감상하는 재미를 제공한다.

송계한담, 2024, 수제 한지에 먹과 채색, 27*68cm


숙조도, 2024, 종이에 먹과 채색, 45.5*37.5cm

 

봄날 1, 2024, 종이에  채색,68 *99cm


전시된 작품들은 작가의 수공이 많이 들어가 있다. 한지의 원료인 닥나무를 직접 키우고 종이를 만들어 작업한다. 직접 만든 한지를 이용해 틀을 만들어 작업자의 의도에 맞는 형태와 의도로 표현해 내는 종이 부조 기법도 즐겨 사용한다. 사각의 캔버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거친 한지에서 느껴지는 생동감은 즉흥적 의식의 흐름에 따라 구성하는 작업과 어우러져 작품은 강한 생명력을 갖는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트가 넘친다. 작품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 글귀 등을 읽다 보면 날것에서 느껴지는 감동이 전해진다.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각양각색의 새들은 작가의 삶이 담겨있다.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관람자 자신의 삶과 중첩되며 더 흥미롭게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연희동 갤러리 골목에 자리한 아터테인에서 12월 26일까지 진행되는 전시 속 새 들의 속삭임에 귀기울여 본다. 봄은 멀지 않았다.

탑, 수제한지에 먹과 채색, 173*129cm, 2024 작품 앞에서 있는 강석문 작가


강석문 개인전《사의: 생각의 깊이》새들이 보내는 위로, 봄은 멀지 않으리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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