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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Dec 09. 2024

빛과 고뇌의 화가, 반 고흐

크뢸러 뮐러 미술관이 소장한 고흐의 대표작 76점 한국 상륙

19세기 후기 인상파의 거장이자 전설적인 화가로 손꼽히는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대규모 회고전 《불멸의 화가 반 고흐, THE GREAT PASSION》이 내년 3월 16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네덜란드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이 소장한 반 고흐 작품 76점을 엄선해 선보이며, 그의 화가 인생 전체를 아우르는 블록버스터급 기획으로 국내외 미술 애호가들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반 고흐, '자화상', 1887년 4월 - 6월, 카드보드에 유화, 32.8 x 24cm


크뢸러 뮐러 미술관은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 고흐 작품을 소장한 기관으로, 이번 전시에는 회화 39점과 드로잉 작업이 포함된다. 전시는 반 고흐 작품의 탄생과 변천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다섯 개의 연대기적 테마로 구성되었다. △네덜란드 시기(1881-1885), △파리 시기(1886-1888), △아를 시기(1888-1889), △생레미 시기(1889-1890),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1890)가 그것이다.


네덜란드 시기: 감자 먹는 사람들과 인간에 대한 애정


1880년 화가로서의 길을 결심한 반 고흐는 1881년 헤이그에서 기본 수업을 마치고 첫 유화 작품 <밀짚모자가 있는 정물화>(1881)를 완성했다. 이후 뉘넨으로 이주한 그는 자연과 농민들의 삶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이 시기 대표작인 <감자 먹는 사람들>(1883)은 어두운 색채와 강렬한 표현으로 농민들의 삶과 노동을 깊은 애정을 담아 그려낸 작품으로, 인간의 고된 삶을 향한 반 고흐의 따뜻한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반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1885


파리 시기: 빛과 색을 발견하다


1886년 파리로 이주한 반 고흐는 동생 테오와 함께 살며 인상파와 신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했다. 이 시기 그는 다양한 기법을 연구하며 자신의 화풍을 정립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전시작 중 하나인 <자화상>(1887)은 그의 다른 자화상과는 구별되는 작품으로, 강렬한 파란 눈빛과 다부진 턱이 돋보이며, 섬세한 붓질로 깊이감과 생동감을 더했다.

또한 일본 판화에서 영감을 받은 평면적 기법이 담긴 <석고상이 있는 정물화>(1887)와 색채 실험이 돋보이는 <파란 꽃병에 담긴 꽃들>(1887)도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주목받고 있다.

반 고흐, '석고상이 있는 정물화', 1887년 말, 캔버스에 유화, 55 x 46cm


아를 시기: 창조적 정점의 시간


1888년 남프랑스의 아를로 이주한 반 고흐는 강렬한 태양 아래 색채와 빛을 탐구하며 창작의 정점을 찍었다. 이 시기 그는 인물화와 풍경화를 대거 제작하며 가장 풍요로운 창작 시기를 보냈다. 대표작 <생트마리 드 라 메르의 전경>(1888), <씨 뿌리는 사람>(1888), <조셉 미셸 지누의 초상>(1888)은 아를 시기의 화풍 변화를 생생히 보여준다.

고갱과의 공동 생활에서 비롯된 비극적인 사건은 반 고흐의 정신 세계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그의 작품에는 한층 강렬한 감정이 스며들었다.

반 고흐, '씨 뿌리는 사람', 1888년 6월 17일 - 28일 경, 캔버스에 유화, 64.2 x 80.3cm


생레미 시기: 정신적 고뇌와 예술적 완성


1889년 생레미 정신병원에서의 삶은 반 고흐에게 깊은 고통의 시간이었으나, 동시에 독창적인 색채 회화를 완성한 시기이기도 했다. <착한 사마리아인>(1890)은 프랑스 낭만주의 거장 외젠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모사한 작품으로, 배색 실험과 구원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다. 또한 <슬픔에 잠긴 노인(영원의 문에서)>(1890)은 보라색과 노란 녹색의 보색 대비를 활용해 내면의 고통을 표현한 수작이다.

반 고흐, '착한 사마리아인', 1890, 네덜란드 크뢸러뮐러 미술관, 착한 사마리아인 (들라크루아 원작)


반 고흐, '슬픔에 잠긴 노인 (영원의 문에서)', 1890년 5월, 캔버스에 유화, 81.8 x 65.5cm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 마지막 여정의 흔적


반 고흐는 1890년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마지막 70일 동안 80여 점의 유화를 남기며 삶의 끝자락에서 예술혼을 불태웠다. 이 시기 대표작 <구름 낀 하늘 아래 밀 더미>(1890), <가셰 박사의 초상>(1890)은 차분한 색채 속에서도 강렬한 감정을 드러낸다.

반 고흐, '구름 낀 하늘 아래 밀더미', 1890년 7월, 캔버스에 유화, 63.3 x 53cm


반 고흐, 그의 삶과 예술은 하나였다


짧은 생애 동안 900여 점의 회화를 남긴 반 고흐는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했으나, 사후 서양 미술사의 위대한 거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전시는 반 고흐의 주요 작품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그의 예술적 여정을 따라가며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은 반 고흐의 예술 세계를 다시금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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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고뇌의 화가, 반 고흐의 마지막 유산이 서울을 밝히다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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