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올해 MMCA필름앤비디오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과 공동주최한 《무빙 이미지의 예술: 폴란드 애니메이션과 필름 아방가르드》를 내년 1월 11일까지 개최한다. 이 특별한 상영 프로그램은 폴란드 애니메이션의 역사적 걸작부터 현대 비디오아트까지 총 58여 점의 작품을 아우르며 폴란드 영상 예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번 프로그램은 한-폴란드 수교 35주년을 기념하며, 폴란드의 초기 실험 영화와 동시대 비디오아트를 선보이는 한편, 내년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국의 영상 작품이 상영될 예정으로 양국 간 예술 교류의 새로운 장을 연다. 상영과 함께 큐레이터 및 평론가의 강연이 제공되며, 한국어 통역과 무료 관람으로 많은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전시는 폴란드 애니메이션과 실험 영화의 고전부터 동시대 비디오아트까지 장르와 시대를 아우르며 관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초창기 폴란드 애니메이션과 아방가르드: 혁신과 탐구
폴란드 아방가르드 영화의 기념비적 작품 프란치슈카&스테판 테메르손의 <유럽>(1932)은 폴란드 실험 영화의 출발점을 알린다. 이 영화는 시각적 이미지와 문학적 요소를 결합한 독창적 시도로 평가받는다. 이어서 폴란드 애니메이션 학파의 창시자로 손꼽히는 발레리안 보로브지크와 야니 레니차의 <옛날 옛적에>(1957)가 소개된다. 레니차는 이후 단독 작품 <미로>(1962)를 통해 비인간적인 도시화와 개인의 자유에 대한 시적 성찰을 남겼다. 컷 아웃 기법을 사용해 현실과 환상을 얽은 이 작품은 몽상적이면서도 두려움을 자아내는 독창적 영상 언어를 선보인다.
카지미에시 우르반스키의 <놀이>(1962)는 애니메이션의 물질적 특성과 본질에 대한 탐구를 담은 작품이다. 단순한 형상들의 춤은 전쟁과 폭력, 쇠퇴하는 육체를 은유하며 애니메이션이라는 매체의 한계를 극복한 실험적 기법을 보여준다.
1970~80년대: 사회 비판과 형식 실험
1970년대의 다니엘 슈체후라는 <여행>(1970)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를 탐구한다. 기차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몽환적 이미지들은 내러티브를 탈피하면서도 감각적 환상을 자아낸다. 이와 함께 즈비그니에프 리프친스키의 <탱고>(1980)는 폴란드 애니메이션의 정점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단순한 인간 형상들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좁은 공간을 채워나가는 모습을 통해 사회주의 시대 폴란드의 일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리프친스키는 이 작품으로 제55회 아카데미 최우수단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여성 작가들의 작품도 돋보인다. 나탈리아 LL의 <시간의 영구 등록>(1970)과 에바 파르툼의 <변화하라. 나의 문제는 여성의 문제>(1979)는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여성의 신체성과 존재를 탐구하며 영상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동시대 폴란드 비디오아트: 현실과의 새로운 대화
동시대 섹션에서는 사회적, 철학적 주제를 다루는 폴란드 비디오아트의 최신 흐름이 소개된다. 아그니에슈카 폴스카의 <새로운 태양>(2022)은 애니메이션과 실사 기법을 결합해 현대 사회의 불안을 탐구하며 비인간 존재와 인간 사이의 관계를 시각화한다. 요안나 라즈코프스카는 <왜가리>(2021)를 통해 비인간 존재의 시선을 따라가며 생태적 질문을 던진다. 알렉스 바진스키-옌킨스의 <이런 기분>(2024)은 퀴어적 시선을 통해 일상의 친밀감, 공연, 저항을 기록한 작품으로, 사회적 규범에 맞선 자유와 연대의 모습을 포착한다.
강연과 함께 하는 시각적 여정
이번 상영 프로그램은 단순히 영화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관객에게 심화된 이해를 제공한다. 큐레이터 캐롤 사프라니츠와 우카시 론두다, 그리고 평론가 아드리아나 프로데우스가 참여해 상영작 해설 및 강연을 진행하며, 폴란드 영상 예술의 역사와 의미를 짚어준다. 총 13회 상영 및 강연은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사전 예약 및 현장 신청이 가능하며, 관람료는 무료로 제공된다. 12월 2일 오후 6시부터 예약이 시작되니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다.
아방가르드의 과거와 현재, 그 경계를 넘다
《무빙 이미지의 예술: 폴란드 애니메이션과 필름 아방가르드》는 단순한 영상 상영을 넘어 폴란드 영상 예술의 흐름과 실험 정신을 한눈에 조망하는 특별한 기회다. 초기 아방가르드와 현대 비디오아트가 어우러지며, 그 안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시각 예술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아방가르드의 혁신과 동시대 예술의 문제의식이 어떻게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되는지를 보여주며, 국내 관객들에게 색다른 감각적 체험과 깊은 통찰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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