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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그들이 온다 ⑥] 사진작가 이다영2

by 데일리아트


"제게 있어 모든 작업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큰 이야기로 이어지는 여정이며, 그 과정에서 카메라는 단지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일 뿐입니다."


오늘은 이다영 사진작가의 인터뷰 두 번째 시간이다.

2262_5750_1213.png '아지트 미술관' 개관 기념 행사에서, 김정식 재즈 기타리스트와 이다영 사진가의 전시 포스터.


- 뮤지션들을 촬영할 때 ‘로우앵글’을 많이 활용한다. 이에 특별한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로우앵글은 단순히 시각적 변화를 위한 기법이 아니라, 뮤지션과 그들의 음악을 바라보는 저의 태도를 담아내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이 앵글은 연주자의 존재감을 극대화하고, 그들의 음악적 열정과 에너지를 더 강렬하게 표현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재즈라는 장르는 연주자가 즉흥적으로 창조해내는 순간의 예술이기 때문에, 로우앵글은 그들이 음악을 통해 만들어내는 열정을 강조하기에 적합합니다. 또한, 로우앵글은 관객의 시선이 아니라, 무대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연주자에 대한 존경과 경외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는 의도와도 연결됩니다. 음악은 단순히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연주자의 몸짓과 표정, 그리고 그들의 영혼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것을 포함한 총체적인 경험입니다. 로우앵글은 이러한 모든 요소를 하나의 이미지에 담아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더불어, 이 앵글은 연주자와 무대,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공간을 함께 포착함으로써, 음악이 만들어지는 맥락과 분위기를 동시에 기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은 단순히 연주자의 모습만이 아니라, 그 순간의 전체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2262_5816_285.png 이다영, 'Jazz On Stage'에 수록된「재즈 드러머 Jeff Boudreaux」: 출처 네이버 이미지 라이브러리.


- 재즈 공연 사진을 보면 모두 흑백 사진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블루노트 레이블의 사진작가에게 영향을 받아서인가?


제 공연 사진이 대부분 흑백인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공연장에서 촬영할 때, 특히 리허설 중에는 조명과 색상의 변화가 매우 동적으로 일어납니다. 이때 다양한 색조의 조명이 서로 섞이며, 사진의 화이트 밸런스를 맞추는 데 어려움이 생깁니다. 색이 서로 충돌할 때, 그 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진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흑백으로 변환하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흑백은 색의 불균형을 피하고, 그 순간의 본질적인 감정과 에너지를 순수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어릴 적부터 제가 보아온 블루노트 레이블의 흑백 사진들이 제게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사진들 속에는 재즈 뮤지션들의 감정과 음악이 색 없이도 강렬 하게 전해졌습니다. 그 깊이와 감동을 제 작업에서도 재현하고 싶었습니다. 흑백 사진은 색을 배제함으로써 형태와 빛, 그림자의 미묘한 변화에 집중하게 만들며, 그 안에서 더 강렬한 감정의 흐름과 음악적 깊이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결국, 흑백은 제게 단순한 기술적 선택을 넘어, 음악과 감정을 전달하는 하나의 철학적 접근입니다. 색을 배제하고 본질적인 요소에 집중함으로써, 더 순수하게 피사 체를 포착하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취향은 단순한 개인적인 선호를 넘어서, 재즈와 그 음악적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표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재즈 뮤지션들의 공연을 촬영하면서 다양한 아티스트를 만났을 것 같다. 특히 기억에 남는 공연이나 인상적인 순간이 있었다면 공유 부탁드린다.


재즈 피아니스트 "베니그린”이 제일 기억이 남습니다. 그의 커리어와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정말 다정하고 친근하고 매너가 좋습니다. 스탭들에 대한 존중도 좋습니다. 저의 재즈 사진집을 선물 했을때, 보였던 감동받은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2262_5752_1551.png 이다영 사진가의 '재즈 그 기록의 시간전' 포스터.


- 독립영화 촬영도 많이 했다. 독립영화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영화 촬영의 워크플로우의 기초는 “오마주 픽쳐스”라는 곳에서 처음 배웠습니 다. 영상 촬영을 하면 자연스럽게 영화와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다들 힘들게 시작하는 영화인들과 섞여서 여러편의 작품을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 이후에는 직접 ‘오름’과 ‘오사카 살인사건’이라는 시나리오도 썼다. 시나리오 작업은 자주 해오던 영상이나 사진 촬영 작업과는 많이 달랐을 것 같은데 어땠나? 어려움은 없었나?


솔직히 저의 단편 영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쓴 시나리오지만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지 어려웠습니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분들이 보면 좀 놀림을 받지 않을까 하는 부끄러움도 있습니다.


- (시나리오 작업할 때) 사진작가의 경험이 도움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진작가로서의 경험이 시나리오 작업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하기보다는, 제 삶의 모든 순간이 영감을 제공합니다. 사진을 찍을 때처럼,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도 저는 그 순간을 어떻게 포착하고, 어떻게 감정을 시각적으로 또는 서사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사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시나리오는 그 이야기를 확장하고 깊이를 더하는 작업이죠. 시나리오 역시 마찬가지로, 등장인물의 감정선과 그들의 여정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지, 어떻게 그들이 처한 상황을 세밀하게 풀어낼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입니다. 사진과 시나리오는 그 매체는 다르지만, 결국 둘 다 인간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탐구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 이외에도 다큐멘터리 촬영, 예능 촬영, 많은 개인전과 단체전 및 해외 전시 등 많은 작업을 했다.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시도 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이었나?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시도할 수 있었던 동력은 결국 '하고자 하는 의지'와 그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아닐까 합니다. 카메라는 하나의 도구일 뿐, 그것을 통해 표현하는 것은 각각의 분야와 그 안에서 다루는 주제들이죠. 제가 다루는 모든 작업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이야기와 감정을 담고자 하는 본질적인 목표를 공유합니다. 다큐멘터리 촬영, 예능 촬영, 전시 작업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것은, 단지 카메라라는 매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기록하는 방식이 다를 뿐입니다. 각각의 작업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결국 모든 작업은 하나의 연결된 흐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사람들의 삶, 그들의 감정,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순간을 포착하려는 공통된 열망이 그 흐름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을 시도하는 것은 단지 기술적인 도전이나 새로운 영역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것을 다양한 형태로 표현해내려는 끊임없는 탐구의 결과입니다. 따라서 제게 있어 모든 작업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하나의 큰 이야기로 이어지는 여정이며, 그 과정에서 카메라는 단지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일 뿐입니다.

2262_5753_2023.png 이다영 사진작가는 'Jazz On Stage'에서 10년간 30여개국의 재즈 뮤지션들을 담았다.


- 이 많은 작업 중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작업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 많은 작업중 애정이 가는 작업은 당연 사진 작업입니다. 아마도 제일 오랫동안 해왔고, 더 애착을 가졌던 작업이라 그런것 같습니다.


- “디지털에 적응하던 때”가 사진을 하면서 제일 힘들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사진이나, 영상 예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기술에 적응하던 시기와 비교했을 때, 요즘 AI 기술의 발전이 사진 예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보나?


"디지털에 적응하던 때"가 힘들었다고 느꼈던 이유는, 그 당시에는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 익숙한 나 자신과, 새로운 기술 사이에서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단순히 도구의 변화가 아니라, 사진을 바라보는 철학적인 접근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미지의 본질, 그 순간을 포착하는 의미, 그리고 기술이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했죠. 디지털의 등장으로 사진은 더 이상 '현실을 그대로 담는 것'에 그치지 않았고, 그것을 어떻게 변형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그와 비교했을 때, 현재 AI 기술의 발전은 또 다른 차원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AI는 이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창작의 파트너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진을 찍고, 영상을 만들 때 AI는 그 과정에서 보조적 역할을 넘어, 이미지의 생성, 편집, 심지어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제시까지도 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AI는 예술의 경계를 확장시키고, 인간의 창작 능력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는 도전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철학적 질문도 존재합니다. '예술의 본질이란 무엇인가?' '창작의 주체는 인간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기계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 'AI가 생성하는 이미지가 인간의 감성을 담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감정의 깊이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될 것입니다.


디지털에서 AI로의 발전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예술의 정의와 그 가치를 재고하게 만드는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결국, AI 기술의 발전은 예술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시키는 동시에,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술과 예술,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창작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중요한 변화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일전에 인터뷰에서 5.18 진상 규명 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언급하면서,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함께 한다는 책임감과, 후대의 세대로서 부채감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활동을 하기도 했다. 작업 속에서 이러한 사회적 주제와 책임감을 어떻게 녹여내고 있나?


제가 제일 인생에서 잘한 일을 꼽으라고 한다면 지난 3년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사진,영상,드론으로 기록 촬영을 한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 세대의 광주에서 피를 흘려가며 지켜낸 민주주의의 과실을 얻은 세대로서 감사함과 죄송함이 교차하는 후세대로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부채감을 가지고 활동을 하였습니다.


5.18 진상 규명 조사위원회의 활동이나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작업을 진행하면서, 저는 단순히 사건의 외적인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남긴 상처와 그로 인한 사회적, 감정적 영향을 깊이 들여다보려 했습니다. 작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이자, 메시지입니다. 저는 예술가로서 그 이미지가 담고 있는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되새기고, 그것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예술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특히, 사회적 사건이나 역사적 비극을 다룰 때, 그 기억을 어 떻게 재구성하고, 왜곡되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는 제 작업을 통해, 이러한 사건들이 잊히지 않도록 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려 합니다.

2262_5754_2152.png 이다영, 'Jazz On Stage'에 수록된「재즈 드러머 Tommy crane」: 출처 네이버 이미지 라이브러리.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재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지속될 것 같나? 그리고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무엇인가?


앞으로도 제 작업은 계속해서 다큐멘터리, 재즈 공연 촬영, 그리고 사진을 기반으로 한 아트웍 작업등의 작업이 이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 속에서 새로운 도전보다는, 어떻게 이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특히 영화 산업은 지금 정부에서 다 끊어놓은 예산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서 특히나 예산에 취약한 독립영화 촬영 같은 일들은 당분간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단기적인 변화나 도전보다는, 긴 호흡으로 지속 가능한 작업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2262_5815_2445.png 이다영, 'Jazz On Stage'에 수록된「재즈 베이시스트 Peter Giron」: 출처 네이버 이미지 라이브러리.


- 젊은 예술가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작품을 해가는것과 삶을 살아내는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이렇게 경제가 안 좋은 시기일수록 문화 예술 분야는 더 크게 힘들기 때문입니다.


-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포기하지 말고 살아낼 수 있게 힘내세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불확실하고, 때로는 그 불확실성이 우리를 압박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기를 바랍니다. 삶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전환점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결국 우리가 누구 인지, 무엇을 이루어낼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기억해 주세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속도에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며, 다른 사람과의 비교보다는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자신을 믿고, 조금씩 나아가는 힘을 기를 수 있다면, 그 길이 결국 자신만의 의미 있는 여정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말고, 그 모든 경험을 살아내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 마지막으로 데일리아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부탁드린다.


유명하지는 않지만 수많은 예술가들의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끊을 놓지 마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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