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들이온다 ⑥] 사진작가-이다영1

by 데일리아트

"저는 재즈 뮤지션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의 즉흥적 아름다움을 사진이라는 정지된 이미지로 기록하며, 그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청년들이 온다 . 미술, 연극, 음악, 문학, 연구 활동 등 모든 문화예술계에서 청년 전문가들이 몰려 오고있다 . 이들은 누구인가? 분야는 달라도 모두 '청년'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 한편으로는 '젊음'을 하나의 '장르'로도 볼 수도 있겠다 .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람들 , 그래서 약간의 불확실성에서 오는 불안이 언뜻 엿보이기도 한다 . 그러나 이런 미완성은 무한한 가능성의 다른 말이다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고 읊은 도종환의 시처럼 이 세상의 어떤 꽃도 흔들리 않고 피는 꽃은 없었다 . 이미 장년에 접어든 사람들도 젊은 시절에는 다 그랬다 . 그래서 이들의 공통점은 미숙함이 아니라 찬란함이다 .


데일리아트는 이런 청년들 ,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각기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청년 문화예술인들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들은 지금 흔들리지만 곧은 가지를 갖기 위해 쭉쭉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가고 있다. 이들의 분투에 박수를 보내며 연재를 시작한다. 큐레이터, 음악인, 연극인, 청년 학자, 배우, 도슨트 등 직업과 관계 없이 젊음이라는 장르로 묶어 모두 취재하고자 한다. 지면과 여력이 허락된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젊은이들을 만나고 싶다 . 지금 이들의 약진은 장년 세대들의 배후에서 이미 ' ing 형 '이다 . 이들의 치열한 삶이 있는 곳 , 문화예술 현장으로 간다 . 오늘은 이다영 사진작가를 만나보았다. 바쁜 일정을 고려하여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다.


2260_5745_2819.png 이다영 사진작가 프로필. : 이다영 제공.


- 먼저 데일리아트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안녕하세요 사진, 영상, 드론 촬영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다영입니다. 사진은 필름 시절부터 인화 현상을 시작으로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약 20년간 했습니다. 영상은 10년 정도 되었구요. 드론은 드론 교관으로 활동 및 촬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2인전 사진 전시회를 끝내고 헤일리 로렌 윈터 크리스마스 공연 영상 촬영을 마지막으로 겨울 휴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 사진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남다를 것 같다. 요즘 들어 자주 바라보거나, 렌즈에 담는 대상 혹은 사물이 있나?


요즘이라고 특정할 수는 없지만, 오랜 시간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 즉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관심과 관찰로 시선이 옮겨가게 됩 니다. 사진작가로서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단순히 순간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감정, 관계, 그리고 이야기를 탐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표정, 몸짓,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주변 환경은 단순한 피사체가 아니라 하나의 복합적인 서사로 다가옵니다. 그들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나아가 인간 본연의 본질을 포착하려는 시도가 제 작업의 중심에 있습니다. 결국 사진은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진실을 탐구하려는 노력이고,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끝없는 탐구의 대상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단순히 아름답거나 흥미로운 것에 머무르지 않고,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지곤 합니다. 저는 그런 시선으로 사람들을 기록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2260_5744_2710.png 이다영 사진작가 프로필. : 이다영 제공.


- 사진 작가로 입문하게 만든, ‘푼크툼’의 계기가 된 사진이 있었나? 있었다면 무엇이었나?


저를 사진의 세계로 이끈 것은 특정한 이미지나 장면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카메라라는 도구자체의 메커니즘이었습니다. 빛이 렌즈를 통과해 셔터와 조리개를 거치고, 필름이나 센서에 기록되는 이 과학적이고도 섬세한 과정은 단순히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한순간에 고정시키고, 그 안에 담긴 서사와 감정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매력을 느꼈습니다. 저에게 카메라란 단순히 이미지를 기록하는 장치가 아니라, 세계를 관찰하고 해석하는 또 하나의 철학적 렌즈였습니다. 결국, 저를 사진의 길로 이끈 것은 특정한 사진이 아니라, 이 메커니즘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습니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단순히 기술적 산물이 아니라, 인간의 시각과 감각을 확장하는 창조적 도구라는 점에서 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 2010년부터 재즈 뮤지션들의 공연과 앨범 자켓 촬영 등을 하고 있다. 재즈 촬영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친구 아버지가 재즈1세대 아티스트였습니다. 하지만 친구 아버지는 유명한 분이 아니셔서 다른 유명한 재즈 아티스트와 달리 별다른 기록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친구 아버지인 재즈1세대 뮤지션을 촬영을 시작한것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제가 단골로 가던 올댓재즈 라는 재즈바가 있었는데 거기서 재즈 공연을 보는것이 인생의 낙이었는데 가끔 카메라를 가져가서 촬영을 해주던것이 시작이었습니다.


- 재즈 음악을 원래 좋아했다고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덕업일치(좋아하는 것과 직업이 일치함)’, ‘성덕(성공한 덕후) ’과 같은 표현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저는 재즈를 단순히 좋아하는 음악 장르로 즐기는 사람이었지, 흔히 말하는 ‘덕후’라고 할 정도로 깊이 빠져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재즈를 들을 때마다 느껴지는 그 즉흥성과 자유로움, 그리고 각 뮤지션이 만들어내는 독창적인 소리의 조화는 저에게 항상 강렬한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러한 재즈에 대한 애정이 자연스럽게 기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재즈 뮤지션들의 삶과 연주,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낸 음악적 세계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그 시대의 문화와 감정을 함께 담아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즈는 순간을 살아가는 예술이고, 사진 역시 순간을 붙잡는 매체입니다. 이 둘을 연결하는 작업을 통해, 저는 음악과 시각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기록하고 보존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던것 같습니다.


2260_5814_52.png 이다영, Jazz, OnStage에 수록된 「재즈 피아노 BrianCulbertson」 : 출처 네이버 이미지 라이브러리


-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그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가? 재즈라는 장르에 대한 사랑과 재즈 뮤지션들을 향한 동경은 여전하나?


좋아하는 일을 단순히 취미로 즐긴다면, 그 자체로 순수한 기쁨을 느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일이 직업이 되는 순간, 단순한 즐거움에 머물지 않고 책임감과 의무가 뒤따르게 됩니다.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되면, 때로는 그 열정이 무뎌지거나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일이 더 이상 소중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을 지속적으로 사랑하고, 진지하게 탐구하며,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 속에서 새로운 차원의 애정과 존경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재즈 뮤지션에 대한 동경이 아닙니다. 재즈라는 장르에서 내려져오는 문화적 유산, 바로 그것에 향한 동경이 정확한 말이겠네요. 또한 그것을 기록하고 보존하는 일을 통해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다음 세대에 남기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재즈를 사랑하고, 그 사랑이 제 작업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 이와 관련하여 눈에 띄는 사진집 있다. 『Jazz Onstage』 라는 사진집이 그것이다. 이 책을 소개해 줄 수 있나?


Jazz Onstage는 2010년부터 2020년 10년간 촬영한 세계 31개국 재즈 뮤지션 기록 촬영작품들을 3권이 1세트인 사진집입니다. 2019년 말에 코로나가 터지고 세상이 모두 정지되었을때, 그동안 시간이 없어 못하던 사진집 제작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약 1년간의 사진 셀렉과 편집을 하였고 책3권 분량의 사진을 선정하여 사진집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400세트 한정판으로 출판이 되었고, 많은 분들이 구매를 해주셔서 지금은 약 35세트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2260_5747_3317.png 10년간 세계 31개국의 재즈 뮤지션을 담은 "JAZZ ONSTAGE"


- 이 책 소개 중 “사진이 갖고 있는 가장 좋은 재료인 시간을 통해, 재즈라는 음악 예술이 이 시대에 살아있음을 영원히 기록하고자 했다.” 라는 표현이 인상깊었다. “사진의 가장 좋은 재료가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줄 수 있나?


사진은 본질적으로 시간을 다루는 예술입니다. 셔터가 눌리는 순간, 시간은 영원히 멈추고, 그 찰나의 감정과 분위기, 그리고 맥락이 고스란히 기록됩니다. 저는 사진의 가장 좋은 재료가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지나간 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기에, 사진은 그 순간을 붙잡아 영원히 보존하는 특별한 힘을 가집니다. 시간은 사진을 통해 정지되지만, 동시에 그 안에서 무한히 흐릅니다. 한 장의 사진 속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미래가 공존합니다. 이처럼 시간은 사진의 가장 중요한 재료이자, 가장 근본적인 철학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재즈를 사진으로 기록하려 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음악이라는 시간의 예술이 사진이라는 또 다른 시간의 언어를 통해 영원히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말이죠.


-더 나아가서, “재즈라는 음악 예술이 이 시대에 살아 있음을”이라는 표현에서는 작가님의 재즈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말 이 재즈를 향한 관심이 식어가고 있는 요즘에 대한 아쉬움이 담겨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해보았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재즈는 특정 시대에 머무르거나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아 있는 음악이 아닙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진화하며 새로운 세대의 감각과 함께 살아 숨쉬는 예술입니다. 제가 “재즈라는 음악 예술이 이 시대에 살아 있음을”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재즈가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아쉬움이 아니라, 현재의 재즈가 가진 생명력에 대한 찬사이자 그 지속성에 대한 경의입니다.


2260_5749_4035.png '아지트 미술관' 개관 행사로 열린, 재즈 기타리스트 김정식과 이다영의 전시 포스터.


- 재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즉흥성’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재즈 뮤지션들을 촬영하는 과정에서도, 특히 연주자의 ‘순간’을 포착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뮤지션들을 촬영할 때 특별히 신경을 쓰거나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카메라를 들고 제대로 포착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뮤지션을 촬영하기 전,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 뮤지션들의 공연 영상이나 연주 스타일을 세심히 관찰합니다. 연주자마다 고유한 움직임, 습관, 그리고 음악에 몰입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몸짓과 표정, 악기를 다루는 손끝의 섬세한 떨림까지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이를 통해 각 뮤지션이 음악과 하나가 되는 순간을 예상하고, 그 순간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촬영 동선과 포지션, 그리고 앵글을 미리 구상합니다. 또한, 무대의 조명과 분위기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조명은 단순히 무대를 밝히는 도구가 아니라, 연주자의 감정과 음악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따라서 촬영전에 무대 환경과 조명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합니다. 이 모든 준비가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즉흥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온전히 담아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촬영된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그 순간의 감정과 음악적 서사를 담은 또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뮤지션들을 섭외하고, 촬영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외국의 저명한 뮤지션일 경우가 더 그럴 것 같다. 섭외를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하다. 또한 이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


저는 한국을 포함한 재즈 뮤지션들과의 작업을 15년이상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긴 시간 동안 많은 뮤지션들과 함께하며 쌓아온 신뢰와 관계 덕분에, 이제는 촬영 과정에서 특별히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제가 직접 섭외를 진행하기보다는, 뮤지션들과의 상호 합의를 통해 그들의 공연 일정에 맞춰 촬영이 이루어집니다. 특히 리허설과 본 공연의 순간을 중심으로 작업하며, 이 과정에서 뮤지션들과 자연스럽게 협업하게 됩니다. 상호 신뢰는 긴 시간 동안 쌓아온 관계와 전문성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저에게는 큰 자산이자 작업의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 혹시 만나보고 싶었지만, 아쉽게 만날 수 없었던 뮤지션도 있나?


펫 메스니를 가장 좋아하는데, 에이전시에서 촬영 허락을 해주지 않은 문제로 촬영을 못한것이 제일 아쉬운 순간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이와 반대로 동경하던 뮤지션을 만났을 때 굉장히 기뻤을 것 같다. 이야기 해줄 수 있는 경험이 있나?


딱히 누구를 동경하기 보다는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누구를 만나서 기뻣다 라는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 반가운 인연으로 느껴지는 정도가 더 가까운 표현일 것입니다. 하지만 뮤지션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다보면 제가 촬영한 사진이 앨범 커버로 사용되거나, 공식 홈페이지와 프로필 사진으로 쓰이는 경우, 혹은 재즈 음악 관련 책의 표지나 미디어 매체를 통해 소개될 때, 그 순간은 단순히 작업의 결과를 넘어 뮤지션의 예술 세계와 제가 기록한 순간이 하나로 연결되는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무엇보다 뮤지션들이 직접 제게 자신의 앨범 CD나 LP를 선물하며, 사진이 사용된 이야기를 전해줄 때는, 보람을 느낍니다.


(2부로 이어집니다.)


김한솔 기자 awd7878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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