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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의 시각] 명화로 서양 미술의 역사를 바라보다

by 데일리아트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특별전 》전시 리뷰
제주현대미술관 2024. 11. 26 ~ 2025.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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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전시장 입구 /사진 : 박정현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위치한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의 설립자 플로렌스 필립스(Florence Phillips, 1863~1940)는 예술이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특히 예술이 지닌 사회적인 가치와 유용성에 대해 확신을 가졌던 그는 자신의 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공공미술관을 건립하겠다는 꿈을 꾸었다. 이러한 필립스 부인의 염원과 노력 덕분에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가 설립되었고, 오늘날 이 미술관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가장 큰 미술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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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만치니 , '필립스 부인', 1909. /사진 : 박정현


지금 제주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 전시에서는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의 소장품을 만나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총 8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7세기 네덜란드 회화에서부터 인상주의, 그리고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서양미술의 긴 역사를 143점의 작품을 통해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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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들라크루아, '사자와 뱀에 관한 연구', 연도 미상. /사진: 박정현


외젠 들라크루아(Ferdinand Victor Eugène Delacroix,1798-1763)는 낭만주의 시기를 대표하는 화가다. 그의 대표작인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1830)에서 볼 수 있듯이 그의 작품들은 역동성과 밝은 색채를 특징으로 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들라크루아의 작품인 <사자와 뱀에 관한 연구>에서도 이러한 역동성이 잘 나타난다. 들라크루아는 이 작품에서 사자 한 마리가 날렵하게 뱀을 제압하는 순간을 포착해 냈다. 이처럼 들라크루아가 작품에 담아낸 찰나의 순간은 관람자가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동시에 다음에 이어질 장면에 대해서도 궁금증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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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봄', 1875. /사진: 박정현


"미술요? 저는 미술은 잘 모르지만 모네와 마네, 그리고 반 고흐는 알아요.” 주변 사람들과 미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이런 이야기를 듣고는 한다. 이렇듯 미술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지라도 누구나 다 알 만큼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유명한 화가다. 실제로 인상주의라는 명칭이 모네의 <인상,해돋이>(1872)에서 유래 되었을 만큼 모네는 인상주의의 중요한 화가다.


인상주의가 탄생한 이후 모네의 초기 화풍을 잘 보여주는 <봄>은 꽃이 활짝 핀 화창한 봄날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특히 모네는 빠르고 즉각적인 붓 놀림을 통해 이전의 서양 미술의 관습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시도는 당대의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로서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어갔던 모네는 오늘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화가가 되었다.

이러한 모네의 삶을 떠올리며 그의 작품을 살펴보면 왠지 모르게 뭉클한 마음이 든다. 삶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확고한 의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흔들리고 스스로의 선택에 주저하게 될 때가 있다. 모네의 작품은 마치 “흔들리지 말고 굳건히 너의 길을 가라”라고 말을 건네며 고민에 대한 교훈을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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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워홀, '요셉 보이스', 연도 미상. /사진: 박정현


코카콜라와 캠벨 수프, 브릴로 박스까지 앤디 워홀(Andy Warhol, 1928-1987)은 일상생활 용품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린 명실상부한 20세기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그는 실크 스크린 기법을 활용한 이미지의 반복을 통해 대중문화의 속성을 회화 속에 잘 담아내었다. 특히 그는 당대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였던 마릴린 먼로(Marilyn Monroe, 1926-1962)나 엘비스 프레슬리(Elvis Aaron Presley, 1935-1977) 등의 초상화를 제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앤디 워홀의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 초상화가 전시된다.


요셉 보이스는 독일 태생의 작가다. 그는 백남준(1932-2006)과 오노 요코 (Ono Yoko, b.1933- ) 등의 예술가들과 함께 플럭서스 그룹의 맴버로 활동하며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인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평소 요셉 보이스를 존경했던 앤디 워홀은 경의를 담아 요셉 보이스의 초상화를 제작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인 앤디 워홀이 자신의 우상인 요셉 보이스를 표현한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경험이었다. 예술가로서 자신의 우상을 향한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만약 앤디 워홀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에게 꼭 물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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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리히텐슈타인 , '크랙!', 1964. /사진: 박정현


한편, 총구를 겨누고 있는 여인의 강렬한 눈빛이 인상적인 <크랙!>을 제작한 로이 리히텐슈타인(Roy Lichtenstein,1923-1997)은 앤디 워홀과 더불어 팝아트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작가다. 미키 마우스와 같은 만화 캐릭터를 작품에 활용했던 리히텐슈타인은 당시 저급 문화라고 여겨지던 만화를 과감하게 작품 소재로 삼으며 이전과는 다른 예술을 선보였다. 특히 그는 만화책을 인쇄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벤데이 점(Benday Dot)을 작품에 표현하여 만화책이 가진 본래의 특징을 그대로 살리고자 했다. 그 결과 그의 작품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벤데이 점들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었다.


이처럼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에서는 다양한 서양미술 작품이 전시된다. 특히 이번 전시는 경주와 부산, 제주와 서울 4개 도시에서 진행되는 순회전으로 각 도시의 사람들에게 거장들의 작품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여러 작품을 통해 서양미술의 긴 흐름을 한자리에서 만나 볼 수 있으므로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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