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연말이 지나고 2025년 을사년이 시작되었다. 지난 2024년은 국내외에서 한국미술가들의 활약이 이어지며 K컬처 위상에 맞는 다양한 활동이 선보인 해였다.
비엔날레, 아트페어 등 매월 분주하게 개최되었고 주말마다 볼 곳이 정말 많았고 다이나믹했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의 깊은 하락장 속에 고물가 고금리의 장기화, 45년만에 선포된 비상계엄 등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미술시장 유통구조의 재구성은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도 명작감상에 대한 기대와 미술관으로의 끊이지 않는 발길은 미술시장에 밝은 빛줄기가 되고 있다.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클림트부터 에곤 쉴레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 동대문DDP
영하1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에 입장권 매진 발걸음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리 예고된 홍보에 의해 입장 대기줄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 11월 30일 개관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클림트부터 에곤 쉴레까지)》 특별전은 개관 40여일 만에 이미 10만 관람객을 넘어섰다. 사전예약이 필수인 전시이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 에곤 실레(Egon Schiele 1890-1918) 등 오스트리아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회화, 드로잉, 공예 등 레오폴트미술관 소장품 191점이 전시되고 있다. 당시 19세기 말 비엔나 분리파 예술가들의 활동 양상과 다양한 예술 운동의 배경이 된 비엔나의 특징을 문화사적 흐름으로 조명하는 전시이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지난해 9월 개관한 대구간송미술관 《여세동보(與世同寶·세상 함께 보배 삼아)》는 우리 고미술의 백미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성북동 간송미술관을 벗어난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이어지고 있는 간송의 첫 미디어아트 전시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는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훈민정음 해례본', 신윤복의 '미인도', 추사 김정희의 글씨 등을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생생하게 구현하여 과거와 현대기술의 연결이 대중에게 쉽게 다가온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동대문DDP뮤지엄 전시2관. 월 휴무.
봄부터 펼쳐지는 블록버스터 전시
국내외 명작의 향연
피에르 위그. 카마타. 2024
<2월 리움 / 피에르 위그 전>
2월 27일 리움미술관은 2025년 첫 전시로 세계적인 프랑스 작가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1962~ )전시를 개최한다. 위그는 생태학에서 기술 과학에 이르는 다학제적 접근을 원천으로 현대사회의 이슈를 폭넓게 다룬 작가이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이며 피노 컬렉션의 베니스 푼타 델라 도가나 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이 공동 지원하는 신작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영상, 사운드, 조각, 설치 등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이 공존하는 생태계의 형태를 제시할 것이다. 전시는 7월 6일까지.
정선. 금강전도. 1734
<4월 호암 / 겸재 정선 , 국현 / 론 뮤익(Ron Mueck ) 조각전 >
4월 벚꽃이 장관인 용인 호암미술관에서는 4월 2일 '겸재 정선' 전을 개막한다. 삼성문화재단이 간송미술재단과 함께 조선시대의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진경산수화를 비롯해서 인물화, 화조영모화 등 대표작 120여 점을 공개한다. 특히 국보 < 금강전도 > (1734)는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고미술의 정수였던 2015년 《세밀가귀》展 이후 10년만에 관람객을 찾는다.
4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호주출신의 극사실주의 조각가 론 뮤익(Ron Mueck 1958~ ) 의 개인전이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된다.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주최로 2017년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에서 선보인 <MASS>(2017) 작품을 중심으로 론 뮤익의 대표조각 10점과 시각예술가 고티에 드블롱드의 사진과 다큐영상 총 30여점을 선보인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대하고도 섬세한 극사실 조각을 통해 철학적 사유의 시간이 될 것이다. 이 전시는 국내 유일의 국립현대미술관이 문화외교 국제교류전으로 7월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루이즈 부르주아 '엄마'. 1999
<8월 호암 / 루이즈 부르주아, 국현 / 김창열 대규모 회고전 >
8월 호암미술관에서는 미국 여류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1911~2010)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린다. 2004년 한남동 리움미술관 개관 이후 오랫동안 외부중정공간에 설치되어 있던 거미 < 마망(maman.엄마)>의 작가이다. 이후 2021년 미술관 건물 숲사이로 서있던 거미는 호암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사계절 발길을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자연경관 속에서 다시 숨쉬듯 제자리를 찾은 듯하다. 이번 주말 종료되는 일본 모리미술관 루이즈 부르주아 전시관람을 놓친것을 아쉬워하지않아도 될듯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물방울 화가 김창열(1929~2021) 회고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작고 후 처음으로 열리는 미술관 회고전이다. 김창열은 1950년대 이후 한국형 앵포르멜미술을 주도하였고 1961년 제2회 파리비엔날레 및 1965년 상파울로비엔날레 참가를 계기로 미국(1965~1969)을 거쳐 프랑스에 정착하여 다양한 실험을 전개하였다. 1973년 물방울을 주제로 한 개인전이 성공하였고 이후 한가지 주제에 천착하였다. 전쟁에 대한 상흔을 극복하는 근대사의 비극을 승화한 작가의 한평생을 새롭게 조명하는 전시이다. 미리 제주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있는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방문을 통해 회귀의 철학을 미리 감상해보길 바란다. 전시는 2026년 1월까지
<9월 Frieze Seoul 2025 코엑스, 리움/ 이불 전시 >
9월은 첫주부터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가 코엑스에서 개최되면서 서울이 세계미술의 중심이 되는 시즌이다. 올해가 벌써 4회차이며 5년간의 공동개최가 연장될 전망도 기대해본다. 애호가들이 서울로 모이는 만큼 한국 컨템포러리 작가를 어필할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메이저갤러리 중요작가 전시도 9월 초부터 집중적으로 열린다.
프리즈 서울 9.3~9.6 코엑스 C,D
리움미술관에서는 9월 4일부터 홍콩M+미술관과 공동기획으로 '이불(Lee Bul 1964~ ) 개인전'을 개최한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 인류의 진보주의 열망과 실패에 대해 탐구해온 현대설치미술가 이불 작가의 40주년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전시가 프리즈 서울 오픈과 함께 열린다.
<12월 국현 / 이대원 회고전>
12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농원의 화가 이대원(1912~2005)의 회고전이 개최된다.
이대원은 해방이후 한국 상업화랑의 효시였던 반도화랑을 운영하며 한국근대미술의 핵심적 작가였던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유영국, 도상봉, 윤중식, 변관식, 장우성 등의 전시를 통해 해외로 이름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1967년부터는 홍익대 교수생활을 시작하며 홍익대학교 총장까지 역임한 한국미술계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1938년 17세때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였고 1945년에 경성제국대학교 법문학부를 졸업하였다.
경기도 문산출생인 이대원은 산과 들, 나무와 연못 등 과수원의 자연을 소재로 생동감 넘치는 화려한 색채와 조형언어로 생명력을 주는 작품으로 20주기를 맞는 올해 재평가될 회고전이다. 전시는 2026년 4월까지
<2025년 해외전시>
이 밖에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이건희 컬렉션' 작품들은 2025년 하반기부터 약 1년 동안 미국과 영국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시카고박물관, 영국 대영박물관 등이며 3~4개월씩 순회 될 예정이다.
또한 2024년 서울관에서 열린 한국 1세대 조경가 정영선(1941~ )의 《정영선: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전시가 5월~7월 이탈리아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 프로쿠라티에 베키에(구 베니스행정관청)에서 개최된다. 한·이탈리아 상호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하며 제19회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개최 기간 중 열린다.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선유도공원, 호암미술관 희원, 남양성모성지, 경춘선숲길,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및 아시아공원 등 지난 50년간 국가 지역 민간 주요 프로젝트를 통해 전 지구적 환경위기의 시대에 땅과 그대로의 자연을 존중해오고 살린 조경건축의 태도와 실천의 아카이브를 소개할 것이다.
작년 정영선 국립현대미술관 전시를 놓쳤다면 정다운 감독이 만든 정영선 다큐영화 ‘ 땅에 쓰는 시’ 를 권한다.
2025년 풍성한 미술의 성찬, 주목할 만한 전시를 소개 합니다 < 정민희의 [마음으로 미술읽기] < 칼럼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