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한양) 도성의 동문 - 흥인지문(Alumni of Seoul (Hanyang) City Wall – Heunginjimun Gate)
도성의 동문 흥인지문
할아버지 그림
“보물이다! 보물!”
손자들의 외침이 흥인지문(興仁之門) 의 하늘 위로 물감처럼 번져나간다. 보물이라니? 손자들과 집을 떠나기 전, 흥인지문이 우리나라의 '보물' 이라고 얘기를 해 주었다. 멀리서 손자들이 흥인지문을 보고 보물이라고 외친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 학교에서 '국보1호는 숭례문 보물 1호는 동대문'이라고 노래 처럼 불렀던 기억이 있다. 흥인지문은 서울 한양 도성의 4대문과 4소문 중 하나로 동쪽에 있는 대문이라서 흔히 동대문이라고 부른다. 그럼 퀴즈 한가지. 동대문이라 불리는 흥인지문은 행정구역 상으로는 어느 구에 속할까? 독자들은 당연히 동대문이니까 당연히 동대문구에 속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동대문구 일까? 아니올시다. 동대문은 종로구에 속합니다.
1943년 구제(區制)가 실시되면서 서울을 7개의 구로 나눌때 동대문은 당연히 동대문구에 속했다. 그러나 서울시의 건제순으로 으뜸구 종로구가 공동화 현상으로 인구가 줄자, 1975년 당시 시장이던 구자춘이 동대문이 있는 창신, 숭인동 일대를 종로구에 편입시켜 동대문은 종로구에 속한다.
또 퀴즈 하나. 이것은 많은 독자들이 일것이다. 4대문 중 남쪽의 숭례문(남대문)과 서쪽의 돈의문(서대문), 북쪽의 숙정문(북대문)은 모두 세 글자로 되어 있는데 흥인지문은 왜 네 글자일까? 가만히 보니 별다른 의미도 없는 갈 지(之)자가 들어 있다. 이유는 이렇다. 풍수지리에 따라 한양의 동쪽에 높은 산이 없어서 마치 용이 갈 지(之)자처럼 꿈틀거리며 용틀임을 하는 듯하게 하여 지역의 기세를 강하게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흥인지문으로 부른다. 자세히 현판을 보니 세로로 쓴 숭례문 보다 편액이 짜임새가 있다. 이렇게 지세를 강하게 하기 위한 장치로는 성문 밖으로 쌓은 옹성도 포함된다. 바깥쪽으로는 성문을 더욱 튼튼히 지키기 위해 반원 모양의 옹성을 쌓았다. 강한 지세를 위해서 여러 장치를 한 것이다. 이러한 옹성이 남아있는 예는 도성의 8개 성문 중 이곳이 유일하다.
흥인지문을 배경으로 한 컷
이 문은 한양도성을 건립하던 조선 태조 5년(1396)에 처음 지었고, 단종 1년(1453)에 중수를 거쳐 고종 6년(1869)에 문루를 새로 지어 오늘에 이르렀다. 2008년 숭례문 방화 사건을 생각하면 4대문 중 유일하게 훼손되지 않고 조선 시대의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은 흥인지문 뿐이다.
앞면 5칸, 옆면 2칸 규모의 2층 건물로 지붕은 앞면에서 볼 때 사다리꼴 모양을 한 우진각 지붕이다. 지붕 처마를 받치기 위해 만든 공포는 기둥 위에만이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 양식을 하고 있다. 그 형태가 가늘면서 장식한 부분이 많아 조선 후기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할아버지의 설명이 손자들에게는 어려운 모양이다. 아이들은 문을 그리기 보다는 문과 성곽 주변의 풀과 곤충들에 관심을 많이 가진다. 나의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다.
손자들은 흥인지문을 그리지 않고 풀과 곤충들에 관심을 보였다.
그림을 그린 손자들은 '흥인지문 공원' 쪽으로 내달렸다. 이곳은 과거 이화 여자대학교 병원을 철거하고 한양 도성을 복원하면서 조성한 공원이다. <동대문 성곽 공원>이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 내려다 보면 한양도성으로 이어진 흥인지문의 모습이 참 보기에 좋다. 특히 계절마다 다른 멋진 풍경이 연출된다.
그러더니 큰 손주 형주가 물어본다. “할아버지, 질문이 있어요?”
“국보인 숭례문도 가봤는데 흥인지문 (동대문)은 보물이지요? 국보와 보물은 어떻게 달라요?”
국보는 인류 문화의 견지에서 그 가치가 크고 유례가 드문 것이라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최고의 유산으로 평가받는 절대적 가치의 문화재이다.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으며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성징한다.
보물은 국보보다는 한 단계 낮지만 유형문화재 중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큰 문화재이다. 국보로 지정한 문화재는 336점(2023년 1월기준), 보물로 지정한 문화재는 2280여 점이다.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기 위해서 엄격한 심사를 거쳐 매년 정하고 있다. 보물은 국보를 보완하거나 나중에 국보로 승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9일에는 보물이었던 '공주 마곡사 오층석'탑을 국보로 지정하기도 했다. 국보나 보물은 모두 우리 역사 문화재란 점에서 소중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국보 1호나 보물 1호라고 하여 다른 유물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의미는 결코 담고 있지 않다. 지정 시기에 따른 관리 번호일 뿐이다. 그래서 2021년 11월 19일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에서 문화재보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국보와 보물을 비롯하여 지정된 문화유산의 번호를 모두 공식적으로 붙이지 않는다. '보물 1호 흥인지문'은 맞지 않다. 그냥 '보물 흥인지문'이다. 질문한 손자는 나의 설명이 이어지자 흥미를 잃은 듯 하품을 한다. 역사 공부는 나이에 맞게 시켜야 한다. 아이들에게 국보나 보물의 차이가 뭐 그리 대단하겠는가.
흥인지문을 따라 성곽 주변에는 이런 아름다움을 마주할 수 있다.
한양 도성 성곽 길은 오르막도 심하지 않고 경사가 완만하여 어린이를 동반하고 산책하기에도 좋다. 특히 공원 내에는 한양 도성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어, 도성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흥인지문 주변에 조성된 공원은 낮에도 아름답지만 밤에 보이는 풍경이 압권이다. 그래서 이곳은 야경의 명소이기도 하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와 주변 빌딩들의 네온사인, 동대문 쇼핑 센터의 불빛과 성곽 길을 따라 켜지는 조명이 매우 다채롭고 아름다워 서울의 유구한 역사와 눈부신 발전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1호선 동대문역 1번출구, 4호선 10번출구 혹은 근거리의 2, 4, 5호선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을 이용할 수도 있다.
[손자에게 들려주는 서울 이야기 ⑧]서울(한양) 도성의 동문 - 흥인지문 < 문화일반 < 문화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