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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는 날이면 나는 이곳으로 갑니다

by 데일리아트

[이맘때 가면 딱 좋은 곳 ④] 비경을 즐기며 역사의 현장을 체험하는 산행-대둔산


연휴 기간 많은 눈 예보가 있다. 눈이 많이 내리면 꼭 찾아가는 곳이 있는데 완주군 운주면에 있는 대둔산이다. 새해 맞이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힘들이지 않고 정상 정복이 가능하며 아름다운 설경을 즐길 수 있는 동시에 역사의 현장을 발로 밟을 수 있는 대둔산이 좋다.


80년대 대둔산에 가려면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끝도 없는 비포장길을 굽이굽이 3시간이나 가야 했다. 지금은 길이 좋아서 전주터미널이나 대전터미널에서 1시간이면 대둔산에 도착한다. 대둔산에 도착하면 케이블카를 타고 2시간 이내에 정상인 마천대까지 다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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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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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의 별칭은 '호남의 금강산'으로, 기암괴석이 장관인데 흙보다는 바위가 많은 악산이다. 학창 시절 연인이 대둔산에 다녀오면 헤어진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남자는 산이 너무 험하다 보니 본인 혼자 오르기도 버거워 애인을 챙길 여유가 없었고, 여자는 힘든데 남친이 안 챙겨주니 마음이 상해, 돌아오는 길에 싸우고 갈라서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등산로로 등산하면 계속 오르막이라 많이 힘들어서 그런지 대둔산 입구에는 ‘오늘은 정상까지 간다’는 푯말까지 있다.


필자도 대둔산에 가면 그 푯말 앞에서 늘 다짐한다. ‘그래, 오늘은 정상까지 가고야 말겠어!’ 80년대였으면 어림도 없었을 다짐이 요즘은 케이블카 덕분에 늘 성공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5분이면 전망대에 도착하고 10분 정도 올라가면 구름다리까지 갈 수 있다. 구름다리에서 다시 10분 정도 가면 경사도 51도의 삼선계단이다. 삼선계단에서 30분 정도 오르면 정상인 마천대인데 이 구간은 기암괴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대둔산의 핵심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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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동심바위'가 보인다. 동심바위는 깎아지른 절벽에 커다란 바위가 떨어질 듯 말 듯 반쯤 걸쳐 있는데, 신라의 원효대사가 대둔산에 왔다가 이 바위에 반해 3일을 머물며 기도했다는 전설이 있다. 설악산에 울산바위가 있다면 대둔산엔 동심바위가 있다. 동심바위는 어린아이가 기도하는 모습 같아 동심바위라고 한다는데 언뜻 보면 두꺼비, 혹은 거북이를 닮은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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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장군바위


산을 등지고 전망대 왼쪽에는 '장군바위'가 있다. 장군바위라 부르는 이유는 바위가 갑옷을 걸친 장군을 닮았기 때문인데 자세히 보면 임금이 계신 북쪽을 향해 절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장군바위는 행주대첩의 영웅 권율 장군과 관련이 있다. 임진왜란 당시 나주목사로 재직 중이던 권율 장군은 대둔산 이치 고개에서 왜군과 치열한 전투 끝에 대승을 거두었다. 전주에서 간다면 대둔산 주차장 방향으로 좌회전하지 않고 조금만 더 직진하면 완주군과 금산군 경계에 휴게소가 있다. 이 휴게소 공터에 이치전투 기념비와 이치전투에 참여했던 황진 장군, 황박 장군, 무명 의병 기념비 등이 있다.


이치전투는 이순신 장군에 의해 바닷길이 막혀 보급품을 받지 못하는 왜군이 군량미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전주성으로 진군해 오는 것을 막아낸 전투이다. 이곳에서 승리하였기에 전라도가 보전되어 임진왜란 기간 이순신 장군의 배후 기지가 될 수 있었다. 우리는 임진왜란 3대 대첩을 한산도대첩, 진주대첩, 행주대첩을 꼽는데 정작 행주대첩의 영웅 권율 장군은 사위인 백사 이항복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전투를 이치전투라고 하였다. 행주대첩은 평양까지 올라갔다 패해서 내려오는 왜군을 물리친 전투였고, 이치전투는 전쟁 초기 왜군의 기세가 등등할 때 그 기세를 한풀 꺾이게 하였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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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10분 정도 올라 만나는 구름다리는 임금 바위와 입석대를 연결한 다리로 높이 81m, 길이 50m, 폭 1.2m의 철로 만들었다. 1985년에 처음 설치된 구름다리는 산에 설치된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이며 최장의 현수교였다. 짓궂은 남학생들은 구름다리에 오면 온 힘을 다해 다리를 흔들어댔다. 덕분에 다리 중앙에서 오도가도 못 하는 여학생들은 눈물을 찔끔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추억의 구름다리는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되고 지금의 다리는 세 번째 다리이다.


구름다리를 건너면 약수정이 있고 이곳에서 바라보면 거의 수직에 가까운 계단이 보인다. 바로 삼선 계단이다. 경사도가 51도라고 하는데 실제로 올라가면 체감 경사도는 거의 70~80도로 심장이 쫄깃거릴 정도이다. 약수정부터는 안전상의 문제로 오르는 길, 내려오는 길이 나뉘어 있어 일방통행이다. 삼선계단에 오르기 시작하면 뒤돌아 내려올 수 없으니 무조건 올라야만 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경치가 절경 중의 절경이라 사진작가들의 포토존이다. 삼선계단에서 20~30분 정도 오르면 정상인 마천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 마천대까지 빠른 걸음이면 1시간 이내, 천천히 걸어도 2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


마천대 옆에 있는 깎아지른 절벽인 형제바위는 동학농민혁명 마지막 항전지이다. 동학농민군은 완주군 삼례읍에서 출발하여 우금치에서 대패하고 흩어졌고, 그중 일부가 이곳 대둔산에서 끝까지 항전하였다. 형제바위에서 끝까지 항전한 동학농민군은 25명으로, 마지막까지 저항하다 포로의 삶을 거부하고 자유인으로 죽기를 선택하고 절벽에서 투신하였다. 이들을 위한 기념비가 케이블카 탑승 건물을 지나 직진해 오르면 왼쪽 대둔산 등산로 입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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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이끼도롱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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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이끼도롱뇽


대둔산 안내판마다 붙어 있는 '이끼도롱뇽'은 학명이 '카르세니아 코레아나(Karsenia Koreana)'로 한국에서 발견된 미주도롱뇽이다. 한국어 이름은 '허파 없는 미주도롱뇽(lungless salamander)'인데 이끼가 많은 산간 지역의 바위 밑에서 10여 마리씩 모여서 산다. 대부분의 아시아 도롱뇽은 허파호흡을 하는데 이끼도롱뇽은 허파가 없고 피부호흡을 하며 혀·발·두개골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끼도롱뇽은 2003년 장태산(長泰山)에서 대전국제학교의 미국인 과학 교사 카슨(Stephen J. Karsen)이 처음 발견했다. 2005년 6명의 한미 공동 연구진에 의해 이끼도롱뇽이 한국에서 발견되었다는 논문이 영국의 과학 전문지 '네이처'에 발표되어 한국의 이끼도롱뇽이 크게 주목을 받았다. 허파 없는 미주도롱뇽은 주로 북아메리카에서 서식하고 극히 일부가 유럽에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북미에 사는 도롱뇽이 어떻게 태평양 북서쪽으로 이동했는지가 학자들에겐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가설 중 가장 유력한 것은 대륙이 연결되어 있던 오래전에 북미에서 한반도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설과 그 옛날에는 세계 모든 곳에 살았는데 서식지가 북미로 한정되었을 것이라는 설이다. 이끼도롱뇽이 어떻게 한국에서 살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니 생물학계와 생물지리학계의 커다란 수수께끼임에 틀림없다. 이끼도롱뇽은 현재 처음 발견지인 장태산 이외 대둔산을 비롯한 15개 지역에서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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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 케이블카 /출처: 대둔산 케이블카 홈페이지


대둔산은 전라북도에서 설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으로 눈이 많이 온 다음 날 아이젠을 준비해서 대둔산에 오르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멋진 경치를 만날 수 있다. 월요일과 화요일 많은 눈이 예보되어 있는데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신선들이 살았을 법한 비경을 찾아 대둔산을 방문하면 어떨까? 안전을 위해 아이젠은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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