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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독립영화 감독 ⑤] 김진유 감독

by 데일리아트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인식 바꾸고파
감독의 자전적 영화


"엄마가 너 임신했을 때 고민했었어


너가 들리게 태어나면 우리랑 대화 못 할까봐


너 아기 때 울지도 않았어, 눈만 꿈뻑꿈뻑


엄마랑 나랑 기뻤어, 안 들리게 태어난 줄 알고


우리랑 같아서 기뻤어”


김진유 감독의 <나는 보리>에 나오는 대사이다. <나는 보리>는 청각장애 부모와 동생을 둔 한 초등학생의 이야기다. 김진유 감독의 자전적 영화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감성적으로 풀어낸다. 감독은 편견 없는 세상을 꿈꾸며 일상 순간들을 따스히 포착하고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탐구한다. 2025년을 열며 '발굴! 독립영화 감독' 첫 순서로 강원도 강릉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김진유 감독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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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유 감독


-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영화 <나는 보리>를 연출한 김진유입니다. 강원도 강릉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동진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 영화의 어떤 매력에 이끌려 독립영화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는지 계기가 궁금하다.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서 350명 중 349등을 하면서 삶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을 하면서 살까?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다 ‘영화나 해 볼까?’ 하는 단순한 결정이 지금의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장르적인 영화를 좋아했습니다. <파이트클럽>, <식스센스>, <본> 시리즈 등의 영화들을요.

- 2013년 단편영화 <높이뛰기>가 서울독립영화제, 정동진독립영화제 외 다수 초청되었고, 2018년 장편영화 <나는 보리>로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수상했다. <나는 보리>는 대표작으로 꼽히며 수상도 많이 한 작품이다. 이 영화의 탄생 비화가 있는지?


영화 <높이뛰기>와 <나는 보리>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저는 청각장애인 부모를 둔 듣고 말할 수 있는 자녀인 코다(CODA : Children Of Deaf Adult)입니다, 코다 이야기를 통해 장애에 대한 인식이나 편견을 조금이나마 없애고 싶었던 마음이 큽니다. <나는 보리>의 아빠 대사 중에 "들리든 안 들리든 똑같다"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나 안 들리는거 슬프지 않아?”


“똑같아. 들리든 안 들리든 우리 똑같아. 넌 나의 예쁜 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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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들리는 척하며 아빠에게 자신이 안 들려서 슬프냐며 묻는 보리, 영화 '나는 보리' 의 한 장면


- 두 작품 모두 듣지 못하는 장애를 지닌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단편인 <높이뛰기>에서 다룬 주제를 <나는 보리>에서 장편으로 다시 제작하신 이유가 있나?


관객이 서로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단편영화의 특성상 영화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환경이라 영화인 중심의 관객들을 주로 만날 수 있다면, 장편영화는 다양한 관객을 좀 더 만날 수 있다는 지점에서 같은 이야기이지만 꺼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 많은 관객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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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뛰기' 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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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리' 영화 포스터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일상적 모습을 바다, 시골 배경으로 보여주어 굉장히 따스하다 느꼈다. 감독의 생각은 어떤가.


<나는 보리>는 저에게는 판타지 영화입니다. 제가 꿈꾸는 세계라고도 느낍니다. 장애를 바라보는 편견이 생기는 이유는 장애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장애를 조금이라도 바라보고 이해한다면 편견 자체도 사라지리라 확신합니다. 장애가 특별한 무언가가 아니라 언제든 나에게도 주변 사람에게도 평범한 것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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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못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비는 보리. 영화 '나는보리'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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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로 청력을 잃어버리도록 시도하는 보리. 영화 '나는보리'의 한 장면


- 보리는 수화로 이야기하는 가족들에게서 소외감을 느끼며 안 들리게 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한다. 다수 안에서 소수자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이 되고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정우의 시점이 아니라 가족 중 유일하게 비장애인인 보리의 시점으로 영화를 만든 이유는?


제가 온전히 농인(청각장애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조금은 편한 선택을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코다(CODA)로서 이야기하는 것이 저에게는 당연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보리>를 농인들은는 정우에 이입하며 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영화라는 게 보는 사람 입장에서 다양한 시선들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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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 장애를 가진 정우는 축구할 때 가장 행복해한다. 영화 '나는보리'의 한 장면


https://youtu.be/rrmeUz4tqH4

<나는 보리> 영상


https://youtu.be/MkmYNltkwEA

<높이뛰기> 영상


-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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