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시 포스터 /사진: 박정현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처럼 장르를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화가가 또 있을까? 그가 세상을 떠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반 고흐를 주제로 한 노래나 영화가 계속해서 나올 만큼 그는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화가다.
네덜란드 크뢸러뮐러미술관 입구 /사진: 한정혜 작가
지금 서울시 서초구에 소재한 예술의전당에서 진행 중인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시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76점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Kröller-Müller Museum)의 소장품들을 중심으로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다섯 시기로 구분하여 화가로서 걸어온 발자취를 보여준다.
빈센트 반 고흐 , 직기와 직조공, 1884. /출처: 위키피디아
빈센트 반 고흐가 화가로 입문한 초창기 시절 작품이 전시된 네덜란드 시기(1881년-1885년)의 작품 중 <직기와 직조공>은 가장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1884년 그가 동생 테오(Theo van Gogh, 1857-1891)에게 보낸 편지에서 밝혔듯이, 반 고흐는 직기가 아름다운 물건이라고 생각했다. 참나무로 만들어진 직기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던 반 고흐는 이를 올바른 비율로 그리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베틀에 묻은 직조공의 땀이 얼룩진 부분을 진하게 표현하는 등 세밀한 표현을 통해 작품에 사실감을 더했다.
<해바라기>나 <별이 빛나는 밤>처럼 빈센트 반 고흐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직기와 직조공>이나 <감자 먹는 사람들>과 같이 당대의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생활을 그린 작품들도 정말 멋진 작품이다. 화려하거나 밝은 색채를 띤 작품은 아니지만, 작품 속에 표현된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에서 진한 감동과 여운을 느끼게 된다.
빈센트 반 고흐, 식당 내부, 1887. /출처: Wikimedia Commons
밝은 분위기와 점묘법이 돋보이는 <식당 내부>는 빈센트 반 고흐의 파리 시기(1886년 3월-1888년 2월)의 작품이다. 2년간 동생 테오와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머물렀던 반 고흐는 당시 툴루즈 로트렉(Henri de Toulouse-Lautrec, 1864-1901), 쇠라(Georges Seurat, 1859-1891), 고갱 (Paul Gauguin, 1848-1903) 등과 교류하며 새로운 미술 경향을 익혔다. 이 시기는 신인상주의가 새로운 예술 양식으로 떠오르면서 점을 찍어 그림을 그리는 점묘법이 주목받던 때였다. 이러한 영향을 받아 빈센트 반 고흐도 점묘법을 활용한 작품을 그리게 된다. <식당 내부>는 빈센트 반 고흐의 점묘화의 대표작 중 하나로 신인상주의 화풍을 익히고자 했던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빈센트 반 고흐, 씨 뿌리는 사람, 1888. /출처: 위키피디아
<씨 뿌리는 사람>은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 시기(1888년 2월-1889년 4월)의 작품이다. 반 고흐는 남프랑스의 작은 도시 아를에서 그 어느 때보다 격정적인 삶의 시간을 보냈다. 그는 아를의 화창한 날씨 속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7점의 <해바라기> 작품을 비롯한 187점의 작품을 완성했다. <씨 뿌리는 사람>은 바르비종파로 널리 알려진 밀레( Jean-François Millet, 1814-1875)의 1850년 작 <씨 뿌리는 사람>을 반 고흐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원작보다 밝은 색채와 명암 대비를 활용했다.
장 프랑수아 밀레, 씨 뿌리는 시람, 1850. /출처: 위키피디아
씨를 뿌리는 행위는 ‘새로운 생명의 창조'라는 관점에서 해석될 수도 있다. 본래 종교인의 길을 꿈꾸다 아쉽게 포기하고, 화가로서의 길을 가게 된 반 고흐가 그린 <씨 뿌리는 사람>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뭉클해진다. 비록 종교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결국 예술가로서 자신만의 작품을 멋지게 창조해낸 그가 왜 '불멸의 화가'로 불리며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화가가 되었는지를 깨닫게 해 주는 작품이다.
빈센트 반 고흐, 착한 사마리아인(들라크루아 원작), 1890. /출처: 위키피디아
성경 속에 등장하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모티프로 그려진 <착한 사마리아인>은 빈센트 반 고흐의 생레미 시기(1889년 5월-1890년 5월)의 작품이다. 이는 들라크루아(Eugène Delacroix, 1789-1863)가 1849년에 그린 <착한 사마리아인>을 모사한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빈센트 반 고흐는 단순하게 대가의 작품을 모사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만의 개성을 담아 원작과는 또 다른 느낌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외젠 들라크루아, 착한 사마리아인, 1849. /출처: Wikimedia Commons
이 작품을 보면서 문득 어느 여름의 기억이 떠올랐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가다가 갑작스럽게 내린 비에 당황스러워하던 기자에게 선뜻 자신의 우산을 내어준 시민 한 분이 있었다. 처음 본 사람에게 우산을 내어준 그 분의 따뜻한 마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무리 각박해진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곁에는 이렇게 따스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존재한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앞에서 그 때의 감사한 마음을 되새겨 보면서, 성경 속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빈센트 반 고흐, 구름 낀 하늘 아래 밀더미, 1890. /출처: Wikimedia Commons
오베르 쉬르 우아즈(Auvers-sur-Oise)는 빈센트 반 고흐가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 곳이다. 이 곳에 70일간 머물렀던 반 고흐는 <꽃이 핀 밤나무>를 비롯한 80여 점의 작품을 그리며 자신의 마지막 예술혼을 불태웠다. 반 고흐의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1890년 5월-7월)의 작품 중 하나인 <구름 낀 하늘 아래 밀더미>에서 격정적인 붓질로 표현된 구름 낀 하늘의 풍경은 마치 반 고흐의 외롭고 힘든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삶의 마지막 순간 그는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그의 삶을 생각해 볼 때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의 작품들은 더욱 슬프게 느껴진다. 비록 생전에 예술가로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랑을 받는 그가 밤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빛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세계를 총망라한 이번 전시는 반 고흐와 서양 미술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밤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빛날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