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정, Primitive, 2023, hand stitch, transfer printing on canvas, 100x80.3cm.
심해와 우주로부터 시작된 생명의 발원
김나정은 삶과 죽음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무거운 주제를 탐구하는 작가이다.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새롭게 조망하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는 그녀는 단순히 시작과 끝이라는 이분법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생명을 순환하는 과정의 하나로 이해하려는 철학적 사유를 담는다.
생명의 싸이클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것은 시간의 흐름이나 생명의 본질을 바라보는 방식이 독특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주로부터 시작된 생명의 발원에 대해 좀 더 지속적이고 유기적인 접근 방식으로 풀어간다. 작품은 자신과 동 떨어질 수 없기에 인간 존재와 본질적인 문제를 성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다듬어진다.
김나정, Artificial Evolution Ⅲ, 2024, hand stitch, transfer printing on canvas, 104x75cm.
김나정은 생명의 싸이클을 Start-End로 인식하지 않는다. Begin-Complete라는 관점으로 이해한다. 삶과 죽음이 단절된 개념이 아닌, 순환의 반복을 통한 생명의 영속성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녀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 설렘 그리고 기대감을 동시에 작품에 표출한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낯설다.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현대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창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상상력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그의 사유에 기인한다. 그 사유는 사고의 범위를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창작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러한 관점은 삶을 단순한 유한성으로 바라보게하지 않는다. 모든 존재가 완결을 통해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는 순환적 의미의 시각이다. 인간의 존재와 본질적 문제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 내린 결론은 생명의 연속성이다. 이것의 해결점을 찾아가는 과정에 작가의 정신 세계가 중심이 된다.
김나정, Comb Jelly_blue, 2025, hand stitch, transfer printing on canvas, 92x92cm.
김나정, Traces of Normadism, 2025, hand stitch, transfer printing on canvas, 90.9x72.7cm.
작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깊은 통찰과 미지에 대한 두려움, 설렘과 기대 그리고 생명의 유한성 그리고 영원한 삶과 죽음 등 철학적 사고에 대한 답을 예술 행위를 통해서 찾으려는 것이다.
작품에서 표현된 단일 생명체는 하나의 독립된 모습으로 또는 두 개, 세 개 혹은 여러 개의 모습으로 다양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세포가 분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생명체와 결합하기 위해 거리를 좁히는 움직임을 포착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그 생명체는 미지의 땅인 거대한 우주와 심해, 깊은 바다 속 생명체의 모습일 수 있으며 마음속에 꿈틀대는 욕망의 세포일 수도 있다.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는 우리의 마음속에 항상 숨어 있기 때문이다.
김나정, Rhizome: Infinite of Connections, each 145x350cm.
심해로부터 시작된 단일 생명체가 분화를 거듭해 생명의 볼륨을 키우는 것은 완성형의 모습인 성체로 성장하기 위한 치열한 생존전략을 거친 후에 얻을 수 있는 보상이다.
생명을 시각적으로 화폭에 담아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작품의 중심에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이유', '생명의 지속성', 그리고 '생의 마침에 대한 시간의 영속성을 두고 있다는 점은 매우 의미가 있다. 삶의 의미와 본질을 탐구하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야 시각적으로 구현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요소들은 작가의 정신적 가치와 직결되며 작품 세계를 이끌어가는 큰 줄기로 작용한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이나 기법을 넘어서, 관객에게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함께 고민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한다.
진지한 성찰과 탐구, 끊임없는 호기심과 새로운 세계를 향한 도전, 그리고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김나정 작가에게 매우 중요한 키워드는 그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기준이 되며, 화업을 이어오고 있는 에너지의 근원이다.
김나정 작가는 인사동 소재 '인사아트 갤러리' 1층에서 2월 12일부터 18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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