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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주의 화가 열전 ①] 클로드 모네 1

by 데일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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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의 사진.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1874년 4월 15일 프랑스 파리 카퓌신대로 35번지에 위치한 사진가 나다르(Félix Nadar,1820-1910)의 작업실에서 무명 예술가 협회가 주관하는 그룹전시회가 열렸다. 이 전시는 당대 예술계의 중심을 이끌었던 살롱전에서 자신들의 작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반발한 젊은 예술가들에 의해 개최된 것이다. 그러나 균형과 대비를 갖춘 완벽한 사실의 재현에 익숙했던 당시의 사람들에게 화가의 눈에 비친 풍경을 그대로 화폭에 옮긴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은 충격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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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인상, 해 돋이', 1872년 .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결국 이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혹평을 쏟아 냈다. 그중 비평가 루이 르루아(Louis Leroy,1812-1865)는 클로드 모네(Oscar-Claude Monet, 1840-1926)의 작품 <인상, 해돋이>를 보고 “본질은 없고 오직 인상만 있을 뿐”이라며 조롱 섞인 비판을 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조롱 섞인 비평은 인상주의(impressionism)라는 명칭을 탄생 시키며 새로운 미술 경향의 시작을 알렸고 나다르의 작업실에서 열린 이 전시회는 훗날 제 1회 인상주의 전시라고 불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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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4년 제 1회 인상주의 전시가 열린 사진가 나다르의 작업실.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


이렇듯 인상주의 화가들은 당시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서양미술을 대표하는 사조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본지에서는 지난 2024년 탄생 150주년을 맞은 인상주의 예술가들을 기념하고 그들의 작품세계를 다시금 조명하고자 《인상주의 화가 열전》을 기획했다. 《인상주의 화가 열전》의 첫 번째 주인공은 클로드 모네다. 인상주의의 거장이라 불리는 그는 자신의 눈에 비친 빛과 색채를 활용하여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평생에 걸쳐 빛과 색에 몰두하며 미술의 역사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 그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지금부터 모네의 삶을 자세하게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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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남성의 캐라커처', 1855-1856년 경. 이미지 출처 : commons.wikimedia


캐리커처에 능했던 소년 모네, 외젠 부댕을 만나다


1840년 모네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가 5살이 되던 1845년 사업에 종사하던 아버지를 따라서 온 가족이 파리에서 노르망디 르아브르로 이주했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에 소질이 있었던 모네는 캐리커처를 그리는 것에 재능을 보였으며, 자크 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 1784-1825)의 문하생으로 알려진 샤를 오샤르((Jacques-François Ochard,1800–1870)로부터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16살에 어머니를 여의게 되면서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어머니의 사망 이후 고모의 집에 머무르던 모네는 고모의 지원으로 계속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고, 액자와 문방구를 파는 가게에 자신의 그림을 전시하곤 했다. 이 곳에서 그는 외젠 부댕(Eugène Boudin, 1824-1898)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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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젠 부댕, '로르몬트의 항구', 1875년.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내가 진정한 화가가 되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외젠 부댕 덕분이다.”라는 모네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외젠 부댕은 모네가 예술가로서 성장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바다 풍경의 대가로 명성이 높았던 그는 모네와 함께 야외로 나가 그림을 그리면서 그가 직접 두 눈으로 자연을 마주하며 그림을 그리도록 격려했다. 부댕 덕분에 자연을 바라보는 눈을 뜨게 된 모네는 부댕의 조언에 따라 풍경화 그리는 법을 익혀 갔다. 이전까지만 해도 밖으로 나가 자연 풍경을 직접 바라보며 그린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튜브 물감과 접이식 이젤이 등장하면서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쉬워졌고, 작업실에서만 그림을 그리던 예술가들은 비로소 생생한 자연 풍경을 화폭에 옮겨 담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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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루엘 풍경', 1858년.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이 작품은 모네가 처음으로 그린 야외 풍경화로 부댕은 모네를 가리켜 "하늘 묘사의 왕"이라고 극찬하였다.


군 생활과 용킨트와의 만남


1859년, 19살이 된 모네는 파리로 돌아와 쉬스 아카데미에 다니면서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1830-1903)와 친분을 쌓으며 예술과 학문에 열중했다. 그러나 모네는 프랑스군의 징집 명령으로 인해 1861년 쉬스 아카데미를 그만두게 된다. 알제리로 발령받아 그 곳에서 복무하던 그는 장티푸스에 걸려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후 르아브르와 생타드레스에서 요양 차 머물던 모네는 이 곳에서 훗날 인상주의의 선구자라고 불리게 되는 네덜란드 출신의 요한 용킨트(Johan Barthold Jongkind, 1819-1891)를 만나 작업하면서 많은 조언을 받으며 우정을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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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용킨트, '파리의 센 강과 노트르담', 1864년.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글레르 스튜디오에서의 역사적인 만남과 살롱에서의 호평


1862년 모네는 파리에 위치한 샤를 글레르 Charles Gleyre, 1806-1874)의 스튜디오에서 인상주의의 주요 예술가로서 활동하게 되는 프레데릭 바지유(Frédéric Bazille, 1841-1870)와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1841-1919 그리고 알프레드 시슬레(Alfred Sisley, 1839-1899)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1864년 글레르의 스튜디오가 문을 닫게 되자 모네는 동료들과 함께 퐁텐블로 숲에서 작업하며 지냈다. 인상주의 예술가들은 서로 의지하며 두터운 우정을 쌓아 나갔다. 특히 바지유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모네에게 자신과 함께 작업실을 쓸 것을 권유하며 그가 계속하여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1866년 모네의 작품인 <초록색 드레스의 여인(카미유)>이 살롱전에 당선되며 극찬을 받는다. 당시 소설가였던 에밀 졸라(Émile Zola, 1840-1902)는 “선이 유연하면서도 견고하다.”라며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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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 '초록색 드레스의 여인 (카미유)', 1866년.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결혼과 보불전쟁 그리고 런던으로의 이주


작품 <초록색 드레스의 여인(카미유)> 속의 모델이 된 카미유(Camille Doncieux, 1847-1879)는 모네의 아내이다. 이 작품이 그려질 당시 모네의 가족들은 그와 카미유의 결혼을 반대하였으나, 1870년 보불전쟁이 발발하자 전쟁의 징집을 피하기 위해 결국 모네와 카미유의 결혼을 승낙하고 둘은 전쟁을 피해 영국 런던으로 이주하게 된다. 그리고 이 시기에 모네는 런던에서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의 작품을 접하며 큰 감명을 받게 된다. 거칠고 격정적인 붓질로 표현된 터너의 작품들은 모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고, 이때의 경험은 인상주의 예술가로서의 모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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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터너, '눈보라', 1842년. 이미지 출처 : 위키피디아


한편, 모네는 런던에 머무르면서 바르비종파 예술가 도비니(Charles-François Daubigny,1817-1878)의 소개로 화상 뒤랑 뤼엘(Paul Durand-Ruel, 1831-1922)을 만난다. 도비니는 뒤랑 뤼엘에게 모네를 소개하며 “그 누구 보다도 대성할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 덕분에 모네는 뒤랑 뤼엘의 화랑에서 전시하게 된다. 이후 뒤랑 뤼엘은 모네를 비롯한 인상주의 예술가들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어 그들의 작품이 널리 알려지는데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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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랑 뤼엘의 사진. 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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