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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홍일화의 장편소설《빛이 숨을 쉴 때》출간

by 데일리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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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걸 잊어버렸어.


자신들이 어디서 누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야."


“그런데 그 기억을 어떻게 되살리지?”


화가 홍일화의 첫 장편소설 《빛이 숨을 쉴 때》가 출판사 이니티오에서 출간되었다. 20년 가까이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활발하게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홍일화 작가는 최근 4~5년간 제주도의 곶자왈을 비롯해 국내외 숲에서 얻은 영감을 토대로 나무와 숲, 자연에 관련된 다양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써왔다. 회화 작품들과 함께 펼쳐지는 장편소설 《빛이 숨을 쉴 때》가 그 결과물이다.


소설은 인간의 편의를 위한 개발 과정에서 나무들이 베이고 숲이 훼손되는 현실을 나무와 식물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사람들의 욕심 때문에 겪는 고통이 계속되자 나무들이 인간과 대적하게 되고, 대지의 기운으로 태어난 섬의 아이 ‘가야’가 나무들과 함께 한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요정들과 대지의 신들이 등장하며 신비로운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자연과 인간 사이에 등장하는 요정들과 신들의 활약은 독자들을 역동적인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빛의 소녀 가야가 세미소숲의 팽나무와 친구 에스텔, 그리고 요정들과 신들을 만나며 자신을 알아가는 성장 소설이자,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에코 판타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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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화 '곶자왈'


이 소설은 작은 빛으로 태어나 모든 식물과 동물의 친구가 된 가야를 통해 아파하는 나무들의 상처를 보듬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소망한다. 자신들이 어디서 누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잊어가고 있는 인간들에게 그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작가는 제주도와 경기도 파주, 강원도 고성에서의 작가 레지던스를 통해 우리의 숲과 산을 체험하고 프랑스와 독일, 룩셈부르크의 숲도 거닐며 자연의 신비와 경이로움을 작품으로 품어냈다. 그렇게 탄생한 에코 판타지 소설 <빛이 숨을 쉴 때>는 글과 그림으로 함께 느끼는 작품이다. 표지를 포함해 모두 24점의 회화 작품이 이야기와 함께 신비스런 환상의 세계를 펼쳐 보인다. 책의 말미에 작품 리스트를 따로 정리해 시각적 공감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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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화 곶자왈 풍경


특히 사춘기를 맞았던 작가의 딸이 이 소설의 원동력이었다고 작가는 전한다. 코로나 시기 프랑스 학교에서 겪은 정체성 위기 속에 소통을 단절하려 했던 딸을 ‘자기만의 세계’에서 끌어내는 과정이 소설과 그림이었다는 것이다. 소설에서 펼쳐지는 상상력의 대부분이 딸과의 대화 속에서 나왔고, 그러면서 부녀는 자연스럽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소설과 함께 하는 회화 작품들 외에 딸을 모델로 한 그림을 작품 리스트 뒤에 25번 째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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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화 곶자왈


[책 속으로]


숲 입구에 가시덩굴이 울창해지자 사람들의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숲이 안전해진 것처럼 보였다. – p.11

“할 수 있는 거라곤 나무들이 가지고 있는 가지나 잎을 포기하고 대신 뾰족하게 가시로 만들어서 살아남는 것뿐이었어. 가시를 만드는 건 또 얼마나 힘들게? 피부를 뜯어내 딱딱하게 굳히고 뜯긴 피부에서 새로운 피부가 자라날 때까지 쓰라린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고. 그런데 이런 가시가 한두 개가 아니고 수천, 수만 개야. 온몸을 가시로 만든다고.” – p.18


“가시는 상처이자 아픔이야, 생존을 위한 마지막 선택이고. 우리 자신도 가시 때문에 아파.” – p.19


"빛의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분홍빛이 수줍게 깜빡이며 숨을 쉬는 듯했다." - p.23


“우리가 인간보다 느린 건 사실이지만, 대신 훨씬 끈기가 있어. 오랜 시간이 걸려도 쉬거나 포기하지 않지.” – p.34


“꽃씨들이 여러 방법으로 퍼져 나가듯, 로즈메리와 라벤더가 향을 이용해 인간의 정원에 씨를 퍼뜨리듯, 가야는 사람의 모습을 한 꽃씨가 되는 거야.” – p.36


“인간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제일 중요한 걸 잊어버렸어. 자신들이 어디서 누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야. 자기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착각하고 있어. 세상 모든 것들이 자신들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자신들도 대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걸 잊은 채로.” “그런데 그 기억을 어떻게 되살리지?” – p.37


“인간들이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모두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만 있다면, 자연 속에서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다면, 우리는 영원을 꿈꾸는 가족이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서로를 보살피며 함께 하는 가족 말이야” – p.38~39


“나무들은 어떻게 다 알고 있을까?” “계속 지켜봐 왔잖아요. 바람에 듣고, 바람 타고 온 씨앗들이 다른 곳 얘기도 해주고요.” – p.43


“모든 식물은 저마다 자기 이름이 있어요. 그리고 저나 엄마, 아빠처럼 다 살아가는 이유가 있고요. 보기 싫다고 죽이는 건 말도 안 돼요.” – p.56


“사람도 한때는 자연의 일부였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과 자연으로 구분하고 경계를 짓기 시작하더라고. 사람들에게 자연은 ‘내’가 아닌 ‘너’, ‘우리’가 아닌 ‘너희’가 된 거야.” – p.109


”네 친구도 연약하기 때문에 자기방어를 위해 가시덩굴을 만드는 거 아닐까? 가시는 공격용이 아니고 방어용이거든. ‘나를 가만히 있게 해주세요’라는.” – p.117


“도시의 나무들은 처음부터 인간의 손에 자랐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지 못해. 자연이 뭔지 모르고 자랐으니 자연에 대한 동경도, 그리움도 없는 거지. 자연과 단절된 채 쭉 이대로만 살아간다면 나무들은 그 상태를 행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 관심받고, 사랑받는 거라고.”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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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이며 소설가 홍일화


[작가 홍일화]


화가이자 소설가인 홍일화는 2003년 프랑스의 에콜 데 보자르(Ecole des Beaux-Arts)를 졸업하고 국립 고등 예술 조형학 석사를 마친 뒤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2006년 프랑스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한국과 일본, 벨기에, 미국, 룩셈부르크 등에서 50회 가까운 개인전을 열고 200여 회의 그룹전에 참가했다. EBS 서양미술기행, 세계테마기행 방송 진행과 영화 '리얼'의 배경 그림 참여, 미디어 아트 작품의 제주도 아르떼 뮤지엄 상영, KCC와 서울대공원 동물원 벽화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국미래환경협회 홍보대사이고 파리재불작가 소나무협회 회원이자 한국판화가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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