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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달항아리, 다시 차오르다- 미국 덴버박물관

by 데일리아트

달항아리 그리고 한국 현대미술, 박물관의 애장품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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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덴버 박물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 위치한 덴버박물관(Denver Art Museum)에서는 3월 2일 <한국의 달항아리, 다시 차오르다(Lunar Phases: Korean Moon Jars)> 특별전을 개막했다. 이번 특별전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재홍)의 국외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개최한 것이다.


덴버박물관은 아메리카 원주민 예술, 아시아, 유럽, 미국 및 남미의 회화, 조각, 도자 등 방대한 컬렉션을 소장한 기관이다. 2023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을 받아 한국미술 특별전 개최하고 한국 현대 작가 연계 프로젝트, 한국실 담당 인력 채용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달항아리 전시는 지난 2023년 12월에 개최된 <무심한 듯 완벽한, 한국의 분청사기(Perfectly Imperfect: Korean Buncheong Ceramics)>에 이은 두 번째 한국미술 특별전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2025년 첫 우리 문화유산 국외전시이기도 한 이번 특별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달항아리 3점이 출품되어 북미 대륙 한가운데에서 미국 관람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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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전경


달항아리는 조선 후기 17세기 말에서 18세기 전반에 제작된 특수한 백자이다. 보름달처럼 희고 둥글지만, 한편으로 살짝 이지러진 모양과 순백이 아니라 우유나 흰 눈 같은 색감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달항아리만의 특징이다. 달항아리의 양면적 특징은 유교 사회 조선에서 예의와 절제를 중시하던 선비들의 반듯한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동시에 그들의 순박한 마음도 느끼게 한다.


달항아리는 시대와 공간을 넘어 많은 이들을 매료시켜 왔다. 20세기 초부터 버나드 리치(Bernard Leach, 1887~1920), 김환기(1913~1974), 최순우(1916~1984) 등 많은 국내외 예술가와 미술사학자들이 달항아리의 매력에 빠져 달항아리를 모으고 그려왔으며 1950년대를 지나면 ‘달항아리’라는 시적인 이름도 정착했다. 지금까지 달항아리를 향한 애호가들의 관심은 식은 적이 없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달항아리 모양 성화대와 BTS의 RM이 권대섭 작가의 달항아리를 구입하고 이를 끌어안은 장면이 주목받는 등 달항아리는 오늘날 한국 문화의 대표적인 예술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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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june P. LEW, , 2022, 198.12×167.64cm, Denver Art Museum사진: 덴버박물관 제공


이번 특별전의 중심은 조선시대 달항아리 6점과 현대 도예가들이 제작한 달항아리 6점, 총 12점의 달항아리이다. 12점의 달항아리는 1년의 12달을 상징하며 과거에서 현대로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보여준다. 그리고 달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은 다양한 회화, 사진, 비디오, 설치미술 등 현대미술품 9점을 함께 전시하여 달항아리의 미감과 의미를 집중 조명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 문화유산 국외전시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데 효율적으로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시대순으로 보여주는 전시가 많았지만, 이번 전시는 2013년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신라>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조선 왕실, 잔치를 열다>, 미국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의 2020년 <한국의 불상>과 2022년 <한국의 치미>, 그리고 2023년 덴버박물관의 분청사기 특별전처럼 특정 장르와 유물에 집중하는 새로운 심화 전시의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전통 미술뿐 아니라 다양한 현대미술을 함께 선보여 한국미술의 지속과 변용의 가능성을 전달하고자 한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에 주목한 달항아리 특별전은 K-컬처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난 22년부터 영국 런던과 미국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개최되며 많은 인기를 얻은 특별전 <한류 Hallyu! The Korean Wave>가 K-Pop과 영화·드라마 등 한국의 대중문화에 집중하였다면, 이번 달항아리 특별전은 한국의 전통문화와 순수 현대미술을 미국 관람객들에게 소개하여 K-컬처의 확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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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달항아리, 다시 차오르다 전경,사진: 덴버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국외박물관 한국실 지원 사업이 한국미술 확산의 기폭제가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에 출품된 현대미술 중에는 한국의 저명한 근현대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젊은 재미교포 작가들의 작품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덴버박물관은 2023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을 받아 한국 현대 작가 연계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작가 발굴에도 힘써 왔다. 이들의 작품에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현대성 및 지역성이 복합적으로 표현되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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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ven Young LEE, , 2024, D38.1cm, Denver Art Museum사진: 덴버박물관 제공


현대 작가 재해석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이승민의 작품이 내년 덴버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Denver) 개인전에 출품되고, 이재이의 작품은 올해 10월부터 워싱턴 D.C. 한국문화원 등에서 전시될 예정이며 켄 건 민(Ken Gun Min)의 작품은 이번 달항아리 특별전에서 선보인다. 또한 덴버박물관은 자체 예산으로 김민재, 이동식, 박영준(Youngjune P. Lew), 스티븐 영 리(Steven Young Lee)의 작품 등 총 4점의 한국 현대미술 작품을 구입했다. 이들 작품들은 이번 달항아리 특별전에 출품되었다. 전시의 일반 공개 하루 전인 3월 1일에는 박물관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시를 기획한 덴버박물관의 김현정 아시아미술부장과 김민재, 박영준, 켄 건 민 작가가 함께 대담하는 시간도 마련되었는데 전석 매진되는 등 현지 관람객들의 열띤 호응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덴버박물관의 달항아리 특별전은 지난 2월 21일 개막한 덴버 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Denver)의 <강서경: 산-시간-얼굴> 특별전과 함께 “다함께(DA-HAMKKE)”라는 구호 아래 공동의 전시 홍보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 문화를 다양한 매체와 재료로 보여주는 두 전시로 인해, 덴버는 지금 한국미술 향연의 장이 되고 있다.


김재홍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덴버박물관 달항아리 특별전 개최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도 국립중앙박물관은 덴버박물관의 사례와 같이 세계의 다양한 거점 박물관과 맺은 교류 협력 체계를 기반으로, 한국 문화의 다양성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덴버박물관 1층의 갤러거 갤러리에서 3월 2일부터 6월 8일까지 이어지며,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으로 발간한 전시 도록은 현지에서 높은 호응을 받아 향후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샵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한국의 달항아리, 다시 차오르다- 미국 덴버박물관 달 항아리 특별전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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