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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욕망과 실패, 폐기물 위에 춤추는 퍼포먼스

by 데일리아트

우주 개발의 성공과 실패가 남긴 잔해를 조명하는 이미래의 신작 퍼포먼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3일간 진행


부서진 구조물들이 느리게 흔들린다. 과거의 꿈이 남긴 잔해들은 여전히 무언가를 이야기하려는 듯, 조용히 공간을 점유한다. 우리는 그것을 실패의 증거라 부를 수도,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단서라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어쩌면 우리가 외면했던 또 다른 삶의 방식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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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다원공간에서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3일간 다원예술 《우주 엘리베이터》의 마지막 프로그램 이미래의 퍼포먼스 신작 <미래의 고향(Hometown to Come)>을 개최한다. 이번 퍼포먼스는 음악가 이민휘의 동명 앨범에서 영감을 받아 명명되었으며, 이민휘와 배우 배선희가 실연자로 참여한다.


《우주 엘리베이터》는 우주를 향한 인류의 욕망과 그 실현 과정에 대한 고민을 탐구하는 연간 프로젝트이다. 2024년 5월부터 서울관에서 월별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마지막 참여작가인 이미래는 우주 개발과 같은 인간의 거대한 도전이 남긴 흔적, 즉 성공과 실패가 만들어낸 잔해의 풍경에 주목한다. 작가는 그동안 기계와 인간의 경계, 산업 시스템과 유기적 생명력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아 왔으며, 현재 테이트 모던 터빈홀에서 개인전 《열린 상처(Open Wound)》를 개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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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다원예술_이미래 퍼포먼스_작업 참고 이미지 1,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미래는 이번 퍼포먼스를 통해 폐기물과 잔해를 단순한 망각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풍경으로 조명한다. 특히, 거대 구조물의 파편들이 남긴 의미를 탐색하며, 이를 '혼돈의 시대를 위한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s for troubling times)'로 바라본다. 여기서 ‘인프라스트럭처’는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특정한 삶의 형태, 습관, 사회적 관계의 실천적 총체를 의미하는 개념(로렌 벌랜트 제시)이다.


《미래의 고향》은 이미래의 첫 퍼포먼스로, 그동안 설치 작업에서 암시적으로 다루었던 시간성과 공간성을 보다 직접적으로 구현하는 작품이다.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서울관 다원공간에는 작가가 서울 근교에서 수집한 폐기물과 기존 작업을 해체·결합한 설치물이 블랙박스 공간 내부 여섯 개의 바턴(batten) 에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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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다원예술_이미래 퍼포먼스_작업 참고 이미지 2,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퍼포먼스는 둠메탈 밴드 Sleep의 곡 ‘Dopesmoker’가 흐르는 가운데, 바턴의 움직임을 통해 무대를 여닫는 사물들의 안무로 구성된다. 이 장면은 인류의 욕망과 성공, 실패가 남긴 잔해를 시적이면서도 즉물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기존의 기계적 움직임과 여성적 신체성을 결합하는 작가의 작업 방식이 퍼포먼스라는 시공간적 예술로 확장된 형태다.


작가는 이번 작업을 통해 "폐기물은 생산의 이면이며, 우리가 꾸는 모든 꿈이 결국에는 돌아가게 될 장소"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잔해의 이미지를 "망각하려는 대상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곁에 바싹 붙어 있는 풍경"으로 바라보며, 미래를 위한 새로운 존재 방식과 공동체적 삶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인류의 욕망과 실패, 폐기물 위에 춤추는 퍼포먼스《미래의 고향》 < 전시 < 미술 < 기사본문 - 데일리아트 Daily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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