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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화가 이향남의 예술 기행 ①] 프롤로그

by 데일리아트 Mar 20. 2025

국민학교 5학년 즈음으로 기억된다. 선생님이 꿈을 적어내라 하면 늘 망설였다. 꿈이 두개인데다 하나를 더 쓸까 말까 망설여져서다. 막연한 꿈이었던 오지 탐험가와 조종사.


3학년부터 교내 미술대회 때마다 반대표로 뽑혔다. 국민학교 대항 미술대회가 열리면 학교 대표로 참가하면서, 화가라는 단어가 가슴 한 편을 건드렸다. 결국 어느 순간에 나는 '오지 탐험가 - 조종사 - 화가'라고 적어냈다. 선생님은 나의 꿈이 아이들이 적어낸 꿈과 사뭇 다르다고 하면서 신기해 하셨다.


망설임 없이 적어 냈던 두 개의 꿈이 마음속에 또아리를 튼 것은 국민학교 2학년 때다. 아버지 손을 잡고 교장실에 들어가자 책상 한 쪽에 놓인 둥근 물체에 시선이 갔다. 교장 선생님은 웃으시며 다가와 둥근 물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해주셨다. 지구본이라고 하는 그 물체에 고개가 갸우뚱해졌다. 그 많은 나라와 구불구불한 선들. 지구라는 단어도 처음이거니와, 지구가 둥글다는 말은 더없이 신기하고 놀라운 이해 불가였다.


오지 탐험가라는 꿈은 지구본의 나라들을 직접 가서, 여러 궁금증을 풀고 체험하고 싶은 데서 연유했다. 그 당시 한국에는 여류 조종사가 한 명 있었다. 조종사가 되면 직접 비행기를 몰고 어디든 갈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에서였다.


성인이 되면서 현실적 삶에서 오는 무게로 버거울 때, 나는 문명화된 도시가 아닌 색다른 자연으로 발길을 옮긴다. 자연 중에서도 인적이 없는 오지가 좋다. 트레킹으로 자연을 만끽하며 각 나라들을 체험하는 것은, 발로 걷는 육체의 고통 속에서도 크나큰 희열이다.


순서랄 것도 없이 방문했던 장소가 주는 감동적 울림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눈시울이 뜨거울 때도 있다. 나는 이러한 오지의 광활한 풍광이 좋다. 고요함이 좋고, 온몸으로 받는 햇살이 좋다. 바람, 공기, 풀, 벌레 소리들을 온전히 접할 수 있어서 평온하기만 하다. 어릴 적 꿈이었던 오지 여행은 이렇게 실현되어 갔고, 걷고 또 걷는 과정에서 몸과 마음은 안식을 얻기도 한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케냐 마사이마라 초원


사막에서, 밀림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도전하며 올랐던 산들에서, 야생의 자연에서 온몸의 기운을 탈탈 털리며, 사람 없는 야생 들판에서 휘영청 달빛 아래 텐트 숙박하며, 바다 한가운데서의 동물들과, 남극과 북극의 빙하에서···.

브런치 글 이미지 2

나에게 이 체험들은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경이로운지 모른다. 이러한 과정에서 나는 현실적 삶의 고통을 위안 받는다. 정신적 치유를 받으며, 또 다른 삶을 향한 에너지를 얻기도 한다.


오지 풍광에는 사막, 밀림, 델타, 동물, 빙하 등 생경한 것들이 있다. 햇살, 바람, 공기, 색깔 등 일상적인 것들이 오지에서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여러 나라들의 오지 풍광을 접하면서 오래 남아있는 잔상들이 사진 밖으로 걸어 나온다. 잔상들은 손끝에서 선으로 그려지면서 형태가 나오기 시작한다. 나의 표상이기도 한 신발은 이러한 이미지들과 캔버스 위에서 만나고 구성된다. 나의 작품은 이렇게 탄생하고, 내면의 스토리가 보태지면서 의미를 부여해 간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Nomad life, 2017,  Oil on canvas, 80.5x100cm


새로운 삶과 꿈을 향한 여행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오지 여행은 나의 삶에서 중요한 가치로 자리매김 하며 작품 활동하는 데도 모멘트가 되고 있다. 어릴 적 꿈인 오지 탐험가는 또 다른 꿈이기도 한 화가와 만나면서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작업 과정에서 오지의 자연 이미지들은 소재가 되기도 하고 주제가 되기도 한다.


나의 작업 과정 안으로 나의 삶의 일부가 들어오고, 내 삶에는 오지 여행이 들어와 나를 평온으로 안주시켜 준다. 새로운 삶에 대한 도전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해 준다. 오지 화가 이향남은 도전과 희망의 아이콘인 오지 트레킹이 삶의 일부이고, 작품으로 승화시키면서 예술적인 삶을 산다. 나에게 예술은 삶이요, 삶은 곧 예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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